▲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가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혁신신약 개발 전문기업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기업공개(IPO) 절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기업은 개발 단계에 따른 계약금 포함 총 계약 규모 1조 5000억원 기술이전 성과를 달성했다. 바이오텍으로는 수익을 확보한 채 상장을 추진하는 셈이다. 오는 12월 9일과 10일 수요예측이 예정된 브릿지바이오의 역량과 경쟁력이 주목된다.

브릿지바이오, 선순환 구조 구축‧역량 확대 박차

브릿지바이오는 22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코스닥 상장 추진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혁신신약 개발전문 사업 개요와 주요 성과, 개발 파이프라인 현황 및 향후 계획에 대한 내용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브릿지바이오는 성장성 특례 상장을 통해 12월 내 코스닥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기업은 개발 전문 바이오텍으로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혁신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발굴된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해 개발과 사업화 등에 집중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모델이다.

▲ NRDO 비즈니스 모델 표. 출처=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IRKUDOS

미국 바이오 업계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NRDO 비즈니스는 신약 원천물질에 집착하지 않고 시장 수요를 기준으로 후보물질을 도입해 개발에 집중하므로 사업화와 수익 창출이 빠를 수 있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기술이전으로 확보한 자금은 새로운 후보물질 발굴 및 도입 기반이 되는 선순환구조”라면서 “산업 밸류체인 내에서는 신약 개발 분업화와 중추로 위험을 분산하고 혁신신약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NRDO 사업 핵심은 경쟁력을 갖춘 후보물질을 확보하는 점과 신속하고 효율적인 글로벌 임상 개발이다. 브릿지바이오는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부문, 기존 약물이 치료에 제한적인 질환 부문의 계열 내 최고(Best in Class), 계열 내 최초(First in Class) 물질을 채택해 기술이전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전 세계에 걸친 의료‧바이오 전문 네트워크와 수평적인 협업 문화를 통해 전임상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있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 및 선진국 학계와의 협업 네트워크는 고객사 수요를 파악하고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후보물질을 확보하는 주요 통로”라면서 “중국, 미국, 캐나다 등 각 국의 임상시험수탁기관(CRO)와 의약품위탁생산기관(CMO), 자문단 등 전문 네트워크를 통해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 효율적 임상 개발을 실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업계에서는 대개 독성시험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승인까지 평균 18개월 소요되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브릿지바이오는 이를 절반으로 단축했다. 브릿지바이오는 특발성폐섬유증치료제(IFP) 후보물질 ‘BBT-877’과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후보물질 ‘BBT-401’ 전임상 개발을 각각 7개월, 9개월만에 마쳤다.

4세대 비소세포성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BBT-176’은 8개월 내 전임상을 마친 후 2019년 내 미국과 한국에서 IND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브릿지바이오는 의약품 개발 역량과 사업 개발 역량의 균형을 맞춘 기업”이라면서 “제품 개발을 잘하는 직원과 글로벌 제약사 수요 파악, 적절한 가격 협상 전문가 등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립 4년 만에 사상 최대 기술이전 성과 보유

브릿지바이오가 자랑하는 글로벌 수준 임상 개발 및 사업개발 역량은 대규모 기술이전을 성사시켰다. 이 기업은 설립 3년 차인 2018년 12월 대웅제약과 계발 단계에 따른 계약금을 포함해 총 계약금 470억원 규모에 BBT-401 아시아 판권을 기술이전했다.

▲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주요 파이프라인별 추정 매출액. 출처=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IRKUDOS

설립 4년 차인 2019년 7월에는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단일 화합물 기준 한국 사상 최대 규모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브릿지바이오는 IFP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로 1조 5000억원 규모 기술이전에 성공해 도입 당시 대비 50배에 이르는 실적을 거둘 수 있게 됐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2017년 5월 원발굴자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에서 후보물질을 도입한지 2년 만에 이룬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두 신약후보물질을 계약 규모 뿐만 아니라 업계 선도 기업에 기술이전됐다는 점도 조명을 받고 있다. 대웅제약은 글로벌 2위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아사콜’ 한국 판매사로 해당 의약품 시장에 해박하다. 베링거인겔하임은 IFP 치료제 글로벌 매출 1위 ‘오페브’를 개발한 독일계 대형 제약사다. 업계 리더를 대상으로한 기술이전은 빠른 신약 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마일스톤 유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대개 바이오텍이 상장할 시 기술이전 등을 목표로 둔 사례가 많다”면서도 “브릿지바이오는 이미 기술이전 성과를 확보했다는 점이 차별화 특징”이라고 말했다.

주력 파이프라인 특징 주목

베링거인겔하임에 전 세계 독점실시권을 이전한 BBT-877은 IFP 신약 후보물질이다. 이는 폐 기능이 감소하는 원인 미상의 진행성 질환으로 치료제 시장은 2018년 기준 약 22억달러 규모다. 치료제는 베링거인겔하임 오페브와 글로벌 제약사 로슈 ‘에스브리엣’이 유일하다. 두 약물은 효능이 낮고 부작용이 심해 환자가 중도에 복용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BBT-877은 IFP 치료제 계열 내 최고의 오토택신 저해제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오토택신은 조직 섬유화 및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혈중 효소다. 벨기에 제약사 갈라파고스가 소규모 임상 2상에서 오토택신 저해제 ‘GLPG1690’을 개발하고 있다. BTT-877은 임상 1상에서 GLPG1690 대비 적은 용량으로 높은 오토택신 효소 활성 저해 효과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약물 가치를 입증했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기술이전 대상인 베링거인겔하임 주도 하에 임상 진행 및 적응증 확대로 추가 수익을 확보할 계획”이라면서 “계약금 및 단기 마일스톤 600억원 중 450억원이 유입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 파이프라인 개발 전략. 출처=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IRKUDOS

대웅제약에 아시아 판권을 기술이전한 궤양성대장염 신약후보물질 BBT-401은 약효가 우수하면서도 대장 내에서만 국소 분포가 가능해 안전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경쟁 약물 대비 높은 항염효과와 대장 점막 재생률에 더해 전신 염증을 억제하는 경쟁약물과 달리 경구 투여로 대장에만 선택적 분포가 가능한 특징이 있다. 일부 경쟁약물은 주사제로 가격이 높고 투약이 불편한 단점이 있다.

궤양성대장염 시장은 전 세계 53억 규모다. 이는 2016년 기준 선진 7개국에서만 환자가 170만명에 이른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글로벌 기술이전을 위해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지속해서 접촉하고 있다”면서 “초기 임상 2상 데이터를 확보한 후 본격적인 사업개발 및 기술이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릿지바이오는 4세대 비소세포성폐암 신약후보물질 ‘BBT-176’도 개발하고 있다. 비소세포성폐암은 전체 폐암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질병이다. 이는 절반 이상이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EGFR 저해제 시장이 발달했지만 기존 약물에 내성을 나타내는 돌연변이가 발생해 차세대 표적항암제 필요성이 대두됐다.

1~2세대 저해제를 통해서는 T790M 돌연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 T790M 돌연변이 비소세포성폐암을 치료를 위해서 3세대 저해제인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와 유한양행 ‘레이저티닙’이 각각 출시, 개발되고 있다. 타그리소는 2018년 기준 매출액 18억 6000만달러를 기록한 의약품이다.

문제는 3세대 저해제에서도 C797S 등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BBT-176은 EGFR돌연변이를 일으킨 폐암 동물모델 효력시험에서 T790M 뿐만 아니라 C797S 돌연변이에서도 효력을 나타냈다. 이는 2021년까지 글로벌 임상 2상과 글로벌 기술이전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파트너 전략 통해 파이프라인 보강

브릿지바이오는 학계, 연구소, CRO, CMO, 전문 자문단 등과 협업 네트워크를 지속하는 등 파트너 전략에 기반을 두고 해마다 후보물질 1건 도입 및 1건 미국 IND를 목표로 파이프라인을 보강할 방침이다.

브릿지바이오는 확보한 수익을 큰 규모로 배분하는 사례를 보였다. BTT-877 원발굴자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브릿지바이오는 기술이전 성과를 45:55 규모로 배분한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혁신은 대부분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진다”면서 “대규모 기술이전 등을 통해 브릿지바이오가 신약개발 부문에서 최고의 파트너사라는 인식을 업계에 알렸다. 발굴한 약물을 개발하는 것에 대해 제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연결 기준 재무제표. 출처=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IRKUDOS
▲ 마일스톤 유입에 따른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요약 추정 손익계산서. 출처=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IRKUDOS

브릿지바이오는 해마다 한 건 이상의 후보물질을 도입하고 한 건 이상의 IND 제출을 하는 ‘One License In, One IND’를 통해 성장 동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경쟁력 있는 파이프라인 확보와 개발 역량 고도화를 통해 안정적 성장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글로벌 혁신 바이오텍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규 대표는 “꾸준히 임상 파이프라인 숫자를 3개 이상 유지하려고 노력 중. BBT-401로 2021년께 글로벌 판권 기술이전 등을 통해 현금을 더 확보하고 일부 리스크는 분산하려고 노력 중”이라면서 “역량과 자금 등에 따른 한계를 직시하면서 장기적으로 자금과 역량을 확보해 독자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글로벌 바이오텍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공모예정가 수요예측 12월 9~10일 전망

브릿지바이오는 이번 IPO를 통해 총 70만주를 공모한다. 공모 밴드는 7만원에서 8만원으로 공모예정금액은 490억원~560억원이다. 수요예측은 오는 12월 9일과 10일로 예정됐다. 공모가가 확정되면 12월 12일, 13일 공모주 청약을 통해 올해 안에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상장 예정일은 12월 20일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3868억원에서 4420억원 규모다. 대표 주관사는 대신증권과 KB증권이다.

브릿지바이오는 자금을 확보한 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후보물질을 도입하고 신속하고 정확힌 임상개발, 기술이전을 통한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NRDO 전문 사업 모델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 나갈 계획이다.

이정규 대표는 “기술이전 등 이미 체결된 계약에 근거해서 두 해 매출 추정을 할 수 있었다”면서 “상장이 되면 영업흐름으로부터 나오는 자금과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기존 파이프라인 1상과 2상 개발을 더 진척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