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스마트싱스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플랫폼을 선도한 삼성전자가 하드웨어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스마트 디바이스에 국한된 사물인터넷을 비(非) 스마트 디바이스까지 포함한 것이다. 빅스비 플랫폼을 통해 소프트웨어에서도 개방화를 표명한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에서도 혁신적인 기능으로 개방형 사물인터넷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음성으로 연결하라"

삼성전자는 21일 서울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빅스비 개발자데이 2019'에서 첫 스마트 스피커 '갤럭시 홈미니'를 공개했다. 갤럭시 홈미니는 클로바 프렌즈, 카카오 미니, 홈미니, 구글 홈 등 범람하는 AI(인공지능) 스마트 스피커 중 하나다. 스마트 스피커는 다른 스마트 디바이스와 연결 및 제어하는 기능을 담은 사물인터넷의 주요한 매개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공개한 갤럭시 홈미니는 '이러한 기능이 있다'의 수준이 아니라, 스마트 디바이스와 비 스마트 디바이스가 공존하는 과도기의 시대에 가장 현실적인 사물인터넷 실현을 추구하고 있다. 또 온라인/스마트 디바이스만 제어하는 다른 스마트 스피커와 달리, IR 블래스터를 통해 적외선 리모컨을 사용하는 오프라인/비 스마트 디바이스까지 제어한다.

그 예로 집 안에 와이파이,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하지 않고 단지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선풍기가 있다면 갤럭시 홈미니로 켜고/끄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TV, 에어컨 등 구형 가전도 갤럭시 홈미니를 통해 사물인터넷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여기에 LG, 애플 등 경쟁사 디바이스뿐만 아니라 중국산까지 브랜드 제약을 넘나들며 개방형 사물인터넷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특히 빅스비 플랫폼과 연결돼 개방형 전략에 더욱 속도를 낸다. 갤럭시 홈미니는 빅스비 플랫폼을 통해 제어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을 통한 원격제어가 가능하도록 구현하고 있다. 이처럼 갤럭시 홈미니는 비 스마트와 스마트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동시에, 개방화 전략을 취하는 빅스비 플랫폼의 저변으로 구성되고 있다.

당초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갤럭시노트9를 공개할 때 첫 AI 스피커 '갤럭시 홈'을 선보였다. 하지만 1년 이상 시장에 출시하지 않았고, 그 사이에 수많은 브랜드들의 스마트 스피커가 범람했다. 시장 진입이 늦더라도 가장 혁신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제품을 구성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올해 9월 3000명 규모의 테스트까지 진행하며 폴리싱을 거쳤다. 그렇게 나온 제품이 바로 갤럭시 홈미니다.

이지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AI팀 상무는 "(갤럭시 홈미니는) 집안에서 흔히 쓰는 거의 모든 리모컨을 등록했다. 테스트에서 브랜드나 출시 시기에 상관없이 모든 기기에 AI 스피커를 사용할 수 있어 호평 받았다"라며 "삼성전자 제품이 아니어도,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8년 된 선풍기라도 AI 제품으로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만큼 꼼꼼히 준비해 의미 있고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겠다"라고 말했다.

▲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광주 교육센터를 찾았다. 출처=삼성전자

초연결 경쟁은 지금부터

삼성전자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휴대폰, 생활가전을 핵심 포트폴리오로 가진 대표적인 제조업체다. 그러나 제조업 자체가 ICT와 만나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며 일종의 플랫폼 비즈니스로 수렴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도 기존 하드웨어 일변도의 전략을 수정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구글 안드로이드 하드웨어 동맹군으로 활동하면서도 지속적인 탈 안드로이드 전략을 추구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이 과정에서 바다 운영체제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이후 발표한 타이젠을 중심으로 웨어러블 라인업을 완성하며 조금씩 체질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 단계는 인공지능이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과 미국의 엣지컴퓨팅, 중국의 스마트제조 2025가 일반 제조업 현장에 ICT 기술을 접목시켜 그 중심에 인공지능 콘트롤 기술력을 배치한 것처럼, 삼성전자도 인공지능 전략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홀로서기에 돌입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에 힌트가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초부터 유럽과 미국을 돌며 인공지능 거점 확보에 나서는 한편, 세계적인 석학들을 연이어 영입하며 소프트웨어 기반의 인공지능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바스찬 승 교수가 있다. 그는 뇌 활동을 모방한 뇌신경공학 기반 인공지능 연구를 개척한 세계적 석학으로, 2018년부터 삼성리서치 CRS를 겸직하며 삼성의 인공지능 전략 수립과 선행연구에 대한 자문을 맡고 있다.

지난 4일에서 5일까지 열린 삼성 AI 포럼 2019에서도 이 부회장은 자기가 영입한 인공지능 인재들과 만나 미래 인공지능 전략을 공유한 바 있다.

최근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광주사업장내에 위치한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광주 교육센터를 찾기도 했다. 당장의 현업 인공지능 및 소프트웨어 전략과는 큰 관련이 없으나, 말 그대로 미래 소프트웨어에서 길을 찾겠다는 의지다.

광주 교육센터는 약 700㎡ 규모에 첨단 소프트웨어 강의실 4개를 갖춰 총 150명의 교육생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동시 제공하는 곳이다. 이 부회장은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광주사업장 내 생활가전 생산 라인과 금형센터 등을 둘러본 후 생활가전 사업부 경영진과 함께 신성장 동력 확보 및 중장기 사업 전략을 논의한 다음 센터에 전격 방문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러한 행보도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가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보여줄 것인지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빅스비 플랫폼을 중심으로 가동되는 인공지능 기반 초연결 사물인터넷 플랫폼에 대한 삼성전자의 접근이 흥미로운 이유다. 현재 삼성전자는 2020년 모든 제품에 인공지능을 탑재해 연결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하나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가동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미 존재하는 하드웨어 경쟁력에 소프트웨어 파워를 불어넣고, 다시 하드웨어의 진화를 끌어내는 방식이다. 그 중심에 스마트싱스라는 기본 제어장치가 허브로 작동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에는 빅스비가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