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삼성전자가 사내 커리큘럼부터 사회 공헌 활동까지 소프트웨어 역량을 끌어올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투자는 디바이스 판매 사업 정체기를 벗어나기 위한 출구전략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5G, AI, IoT 등 새로운 기술과 결합한 소프트웨어를 통한 성장 모멘텀을 찾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서비스 사업에 점차 공격적인 드라이브를 건다. 앞서 삼성전자는 21일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빅스비 개발자데이 2019’에서 연간 5억대가 넘게 판매되는 삼성전자의 다양한 디바이스와 연동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빅스비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탑재돼 있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이다.

닷컴버블 시절 너도나도 소프트웨어에 뛰어들던 시절과 다르다. 삼성전자는 보유한 강점을 최대한 살리되, 취약점은 파트너 기업과 협업으로 보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AI 플랫폼 빅스비는 IoT(사물인터넷) 플랫폼 ‘스마트싱스’와 결합해 고도화된 개방형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다. 이는 대량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모으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확보한 풍부한 사용자풀을 바탕으로 에코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 개방형 안드로이드OS 공식 뒤따른다

▲ 팀 쿡 애플 CEO가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신제품 및 새로운 서비스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갈무리

삼성전자와 대척점에 있는 기업은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 분기 애플 뮤직, 아이튠즈, 애플 케어, 앱스토어, 애플 페이 등 서비스 사업에서 121억 달러 매출을 올렸다. iOS의 폐쇄성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높은 성과다. 올해 애플은 애플 TV까지 론칭하며 한계점에 이른 디바이스 사업보다 서비스 사업에 보다 관심을 두고 있다. 매월 결제하는 구독 모델을 통해 디바이스 판매 수익 외에도 iOS 사용자를 대상으로 ARPPU(1인당결제액)를 높이는 데 목적을 뒀다.

삼성전자는 애플을 넘어서는 사용자풀을 바탕으로 서비스 사업화를 모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교적 개방형 플랫폼으로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이점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이는 구글플레이와 iOS 앱스토어의 차이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실제 중국, 북한 등 특수한 지역을 제외하고 애플 디바이스의 사용자풀이 받쳐주지 못했다면 전 세계 오픈 앱 마켓은 구글플레이로 획일화됐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삼성전자는 iOS처럼 폐쇄성이 아닌 안드로이드OS처럼 개방성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통해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 워치 등 스마트 디바이스에 연결성을 높이는 동시에, 냉장고와 세탁기, TV 등 연간 5억대 이상 판매량을 자랑하는 삼성 디바이스와 연결성을 갖출 계획이다. 5G, AI, IoT 등 새로운 기술과 결합한 빅스비는 ‘빅스비 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생태계 확장을 이룬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삼성전자의 서비스 사업이 진행되며 삼성페이와 같은 기존 보유한 플랫폼과도 새로운 시너지를 제고할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인 콘텐츠 서비스보다 플랫폼化

▲ 내년 사물인터넷과 결합한 신제품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출처=삼성전자

일반적인 서비스 사업은 플랫폼 구축, 콘텐츠 생산자(개발자) 확보, 사용자 확보로 이뤄지는 구조다. 이 가운데 가장 어려운 부분이 콘텐츠 생산자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사용자 확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충분한 사용자풀을 가지고 블루오션에 입점할 콘텐츠 생산자를 찾고 있다. 이 같은 장점을 토대로 빅스비 개발자 커뮤니티는 지난 6개월 간 등록된 콘텐츠가 2배 이상 늘어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애플 뮤직, 애플 TV처럼 직접적인 콘텐츠 서비스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이미 콘텐츠 서비스 사업에 있어서 어려움을 밝힌 바 있으며, 스포티파이와 넷플릭스 등 유망한 콘텐츠 서비스 기업을 파트너로 바라보고 있다. 이를 통해 폐쇄적인 애플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파트너를 통한 안드로이드OS가 모바일 OS를 장악했듯이 삼성전자 역시 같은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정의석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소프트웨어&인공지능 총괄 부사장은 “미래는 생각보다 가깝고 안드로이드 같은 오픈소스OS가 모바일 시대의 주역이 됐다. 인텔리전스 시대도 마찬가지다”라며 “(삼성전자의 플랫폼은) 전 세계 사용자의 일상에 자연스레 녹는 인텔리전스 플랫폼으로 확산될 것이며, 개발자에게 혁신의 성장 기회를 함께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