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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플랫폼하라”] 빛과 그림자에 주목하라

ICT와 산업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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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ICT와 제조업의 만남은 스마트팩토리라는 성과를 끌어내고 있다. 이제 초연결 사물인터넷은 5G의 등장으로 통신 네트워크의 비전을 추구하고 있으며, 그 위에는 다양한 산업들이 유기적으로 묶여 일종의 블록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답은 기술과 제조업의 일차적 만남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결국 플랫폼이다.

   
▲ 아디다스 스마트팩토리 이전이 눈길을 끈다. 출처=뉴시스

스마트팩토리 실험의 명암

4차 산업혁명의 깃발을 가장 선명하게 올렸던 곳은 유럽이다. 자동차 사업 등 제조업의 중심인 독일을 중심으로 불거진 인더스트리 4.0이 대표적인 사례다. 설비 및 단말기 중심의 플랫폼을 빠르게 발전시켜 공장의 고성능 설비와 기기를 연동시켜 제조업 생태계를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기존 제조업 생태계의 강력한 파괴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일차적 목표다.

그 연장선에서 아디다스는 의미있는 실험에 나선 바 있다. 2017년과 2018년 각각 독일과 미국에 100% 로봇으로만 가동되는 스마트팩토리 설립에 나섰기 때문이다.

신선한 시도였다. 원래 제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의 성격이 강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콘베이어 벨트 산업이 탄력을 받으며 제조업에도 일부 자동화 바람이 불었으나, 전통적으로 제조업의 본질은 노동을 통한 산업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아디다스는 의미있는 행보를 보여줬다. 노동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ICT 제조업의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물이 스마트팩토리고, 이는 미국과 독일의 공장 설립으로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각 개발 도상국의 인건비가 높아지는 가운데 아디다스의 스마트팩토리는 그 자체로 ‘제조업의 미래’라는 말이 나왔다.

아디다스의 실험은 공급망 차원에서도 상당한 시사점을 가진다. 제조와 공급의 파이프 라인을 동일한 장소에 두며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아지는 인건비를 절약하는 한편 제조와 공급의 파이프 라인을 동일한 곳에 위치시켜 ICT 기술력을 덧대는 순간이다.

아디다스의 야심찬 스마트팩토리는 그 자체로 호평을 받았으나, 일단은 실패로 결론났다. 아디다스는 지난 11월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과 독일에서 운영하고 있는 스마트팩토리의 가동을 내년 4월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신 중국과 베트남에 새로운 스마트팩토리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아디다스가 선진국 소비시장 중심의 스마트팩토리 로드맵을 폐기하고 다시 아시아로 돌아가는 이유를 두고 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아디다스는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으나, 결국 소비시장 중심의 스마트팩토리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ICT 기술로 100% 자동화 제조업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현행 인공지능 및 클라우드, 로봇 인프라 기술로는 이루기 어려운 비전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아디다스가 자사의 선진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해 마케팅용으로 스마트팩토리를 운영했다는 말도 나온다.

   
▲ 박정호 SKT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SKT

ICT 기술로 제조업에 영혼을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5Germany’ 국제 컨퍼런스에서 ICT 및 통신 인프라가 일반 제조업 현장에 혁신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5Germany는 독일 교통·인프라부 장관을 비롯해, BMW, 도이치텔레콤, 바스프(BASF), ABB그룹 CEO 등이 5G를 통한 산업 혁신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지금이 5G를 통해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적기(適期)라고 판단하고 있다. 바스프, 지멘스, 보쉬 등 스마트팩토리 관련 기업과 BMW, 폴크스바겐 등 대표 제조기업 중심으로 5G 도입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사장은 5G로 대표되는 새로운 인프라가 기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설명하며 “제조 현장의 생산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5G 인빌딩’ 솔루션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도 마찬가지다. 미중 무역전쟁의 전장 중 하나인 스마트제조 2025가 대표적이다. 중국 국무원이 2015년 관련 전략을 발표한 후 리커창 총리가 전인대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정식으로 소개한 중국 스마트제조 2025는 3개의 목표가 있다. 1단계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양적인 제조강국에서 벗어나 질적인 스마트 제조 플랫폼을 가진 국가로 거듭나는 것이며 2026년부터 2035년까지 글로벌 스마트 제조 시장에서 최소한 중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2036년부터 2045년까지 글로벌 제조업 무대를 석권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중국은 스마트제조 2025를 위해 9개의 세부목표를 세웠다. 제조업 혁신력을 제고하고 IT기술과 제조업의 융합, 친환경 제조업 육성 등이 포함됐다. 10대 전략사업은 IT와 로봇, 에너지, 스마트팜 등 미래IT기술을 총망라하며 5대 중점 프로젝트를 통해 큰 그림을 그렸다. 핵심은 ICT 기술 전반이 중국 제조업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전략과 결을 함께 한다.

문제는 아디다스의 사례처럼, ICT로 제조업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에 있다. 당장 미국의 GE는 프레딕스라는 산업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ICT와 제조업의 만남을 유도했으나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트엔진, 가스터빈, MRI 스캐너 등의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며 제조업의 ‘퀀텀점프’를 노렸으나 생태계 확충에는 실패하는 분위기다. 일본 도요타도 이팔렛트를 중심으로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 경쟁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 명확한 청사진이 나오지 않았다.

   
▲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이 보인다. 출처=뉴시스

다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절대적인 명제를 기억하지 않더라도, ICT와 통신 네트워크의 발전이 제조업 현장을 끊임없이 혁신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아디다스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독일의 100% 자동화 스마트팩토리는 실패했으나 아시아를 중심으로 자동화 공정을 대폭 늘린 상태에서 인간의 노동을 일부 활용하는 사례가 부상할 조짐이다.

온디맨드의 등장과 함께 모든 비즈니스의 플랫폼화 분위기가 고조되는 장면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단순히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파는 형태가 아닌, 수요와 공급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O2O 및 온디맨드 전략을 바탕으로 이미 B2C 시장에서는 대세가 됐다. 이를 산업현장이 받아들여 플랫폼 전략으로 수렴하려는 시도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일반 제조업 기업과 ICT 기업의 교집합도 많아지고 있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AI Everywhere' 시대의 연장선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스마트팩토리 등에서 활약할 인공지능이 창출할 2030년 한국의 경제적 가치를 약 540조원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하나의 기술과 서비스는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이제 플랫폼으로 기술을 묶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대며, 이는 시대의 명령이 됐다.

ICT가 바꾼 제조업의 혁신은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나, 최소한 기계와 인간의 만남으로 플랫폼을 구성하는 1단계 관문은 너끈히 통과하고 있다.

최진홍 기자 rgdsz@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12.02  1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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