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게임 업체 엔씨소프트가 PC와 모바일의 접점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앞서 PC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리마스터 업데이트와 함께 모바일 게임 문법인 ‘자동사냥’을 도입하는가 하면, 모바일로 조작이 가능한 연동앱 ‘예티(YETI)’를 도입했다. 오는 27일엔 모바일 MMORPG ‘리니지2M’와 함께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 ‘퍼플(PURPLE)’을 출시할 예정이다. 게임 시장이 모바일로 집중되며 찾아온 환경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퍼플, 모바일 게임도 PC 게임처럼

▲ 엔씨소프트가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 퍼플을 서비스한다. 출처=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오는 27일 리니지2M을 출시하는 한편 게이밍 플랫폼 퍼플을 선보인다. 퍼플은 PC와 모바일을 이어주는 크로스 플랫폼이다. 이용자는 퍼플을 이용해 리니지2M을 PC에서 즐길 수 있다. 이미 시장에 있는 여러 앱플레이어와 구동 방식은 비슷하다. 기존 앱플레이어도 모바일 게임을 PC에 다운받아 키보드와 마우스로 모바일 게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크로스 플레이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몇 가지 차별성을 마련했다.

우선, 자사가 개발한 게임을 자사의 플랫폼에 적용하며 양 플랫폼 모두 이질감 없는 최적화 환경을 구현했다. 그 시작이 모바일 게임 최초로 4K(3840x2160) 해상도로 개발된 리니지2M이다. 4K 해상도는 화면이 작은 모바일에는 사실상 효용이 없는 스펙이지만 PC 모니터로 가면 위력을 발휘한다. 4K 기반 개발은 PC와의 연계를 위한 작업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기존 앱플레이어를 사용하면 모바일 게임은 이용자가 PC 환경에서 기대하는 해상도와 퀄리티를 충족시킬 수 없었던 약점을 보완한다. PC와 모바일 양 플랫폼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며 크로스 플레이의 본질에 좀더 다가섰다는 평이다. 엔씨소프트의 행보는 앞으로 시장에서 출시될 신작 모바일 게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내 이용자들과 채팅을 가능케 하는 ‘퍼플톡’도 핵심이다. 이 기능은 ‘로그아웃’을 한 이용자까지 게임 세계에 붙잡아 둔다. 퍼플톡은 게임 내 혈맹 채팅과 전체 채팅, 1대1 채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게임에 접속해있지 않은 이용자도 게임안에서 발생하는 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보이스 채팅도 가능하다. 이용자들의 생활에 더욱 깊게 침투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용자가 원할 때 곧장 개인 방송을 진행할 수 있는 ‘라이브스트리밍’도 지원한다. 김훈 엔씨소프트 퍼플 개발 실장은 “이젠 스크린샷으로 게임을 공유하는 시대가 아니라, 영상으로 게임을 공유하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TV 등 다른 플랫폼과의 동시 송출도 가능하다. 플랫폼이 크로스 플레이에 방점을 찍은 만큼, 유료 후원 시스템은 현재 도입하지 않았다.

리니지2M은 퍼플의 PC 최적화 그래픽·조작감, 개인방송, 채팅 서비스 등을 통해 모바일과 PC의 접점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PC 리니지의 자동화와 모바일 연동

▲ PSS(플레이 서포트 시스템). 출처=엔씨소프트
▲ 예티(Yeti). 출처=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PC-모바일 플랫폼 접점 강화는 앞서 PC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행보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3월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의 대격변인 리마스터 업데이트를 통해 자동사냥 시스템 ‘PSS(Play Support System)’과 게임 스트리밍 플레이 서비스 '예티(Yeti)'를 선보였다. 

PSS의 도입은 모바일 게임 시장의 흐름을 전적으로 받아들인 결정이다. PSS는 사냥 탐색, 스킬 사용, 물약 사용과 구입, 자동 귀환 등을 비롯해 이 같은 설정을 세세하게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또한 이용자가 가지고 있는 장비 보유 현황에 따라 시스템이 자동으로 적합한 세팅을 제공하기도 한다. 모바일의 문법인 ‘자동화’을 PC온라인 게임에 도입한 것이다.

게임 스트리밍 플레이 서비스 예티는 모바일로 리니지의 플레이 화면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본격적인 플레이는 어렵지만 모바일을 이용해 간단한 조작도 가능하다. 이 또한 크로스 플레이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향후 예티와 퍼플의 통합 서비스도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게임의 문법을 PC게임에 도입하는 한편 PC게임의 영역을 모바일에 연동하는 등 양 플랫폼을 모두 사용하는 형태로 사업 전략을 짜고 있다.

아직까지 콘솔 플랫폼과의 연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가능성은 열려있다. 김현호 엔씨소프트 플랫폼 사업 센터장은 “엔씨에서 콘솔 게임이 나오면 해당 플랫폼과의 크로스 플레이도 고려될 것”이라고 밝혔다.

‘크로스 플레이’ 시대 가속화

크로스 플레이는 게임 업계 전반에서 가속화 되고 있다. 외국 사례를 보면, 에픽게임즈의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가 대표적이다. 포트나이트는 지난해 말 PC, 모바일, 콘솔의 크로스 플레이를 완성했다. 심지어 콘솔 내에서도 닌텐도, 엑스박스에 이어 크로스 플레이에 대해 배타적인 기조를 유지하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까지 크로스 플레이가 도입됐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는 크로스 플레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스위니 대표는 “에픽게임즈는 크로스플레이가 게이밍의 미래라 믿으며, 게이머를 위해 모든 플랫폼에서 게임을 출시해 최고의 게임 경험을 어디서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국내 1위 업체 넥슨도 크로스 플레이 도입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넥슨은 자사의 ‘카트라이더’ IP를 활용해 개발 중인 캐주얼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PC와 콘솔 크로스 플레이 지원을 시작으로 향후 더욱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할 계획이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2020년 엑스박스와 PC 플랫폼으로 동시 출시될 예정이다.

▲ 카트라이더 드리프트가 엑스박스팬 페스티벌 X019에서 최초 공개됐다. 출처=넥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