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술 대기업들은 반독점 규제에도 불구하고 더 커지려는 욕망을 숨기지 않고 있고, 틈새 기술 회사들은 독자적으로 번창하기는 커녕 살아남기도 어렵다.    출처= Vector Stoc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이달 초에 피트니스 트래커 기업 핏빗(Fitbit)을 인수했다. 인수 가격은 21억 달러(2조 4400억원)다.

그러나 핏빗의 흥망성쇠는 한 가지 기술만 가지고 있는 다른 전문기술 스타트업들에게는 경고의 대상이다.

핏빗의 활동 추적기(activity trackers)와 스마트워치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핏빗은 궁극적으로 거대 기술 기업인 애플이나 삼성의 유사한 제품들과 경쟁할 수 없었다. 그것이 최근 핏빗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에게 자신을 팔기로 동의한 가장 큰 이유다.

핏빗의 주식은 지난달 말 인수설이 나오기 전까지 4달러 50센트에도 미치지 못했다. 인수설이 나돌면서 주가가 급등했고 구글은 핏빗의 주식을 주당 7.35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지만, 2015년 7월 이 웨어러블 회사가 상장된 지 불과 몇 달 만에 주가가 50달러를 넘나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의 교훈이 무엇일까.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술 대기업들은 반독점 규제에도 불구하고 더 커지려는 욕망을 숨기지 않고 있고, 틈새 기술 회사들은 독자적으로 번창하기는 커녕 살아남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이 이를 확인하기 위해 다른 작은 기술 회사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단일 기술 전문회사는 기술 대기업과 경쟁할 수 없다?

식품 배달 서비스 그럽허브(Grubhub)의 주가는 지난 달 비참한 실적 결과와 비관적 전망을 보고하면서 크게 폭락했다. 이 업계는 우버는 물론,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비상장 스타트업 포스트메이트(Postmate), 도어대쉬(DoorDash) 등과 더불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배달 사업이 이처럼 경쟁이 심해지자 아마존은 최근 자체적으로 운영해 왔던 아마존 레스토랑 (Amazon Restaurants) 서비스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온라인 맛집 평가 서비스 옐프(Yelp)도 기술 거인 구글과의 경쟁으로 고전하고 있다.

옐프의 주가는 지난 5년 동안 40% 이상 하락했으며, 옐프의 제레미 스토플만 최고경영자(CEO)는 이 시장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너무 커지고 있다며 거듭 비난했다. 그는 심지어 구글을 수많은 업종에서 독점이라고 주장했다.

핏빗과 더불어 웨어러블 시장을 상징하는 또 다른 회사는 액션 카메라 전문 회사 고프로(GoPro)다.

고프로는 4개의 프로펠러가 탑재된 헬리콥터 드론 카르마(Karma)로 히어로(Hero)라는 카메라 단순 업종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시도했지만 이후 중단되며 실패했다. 이 회사는 최근 히어로 카메라의 견고한 판매 실적을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2014년 9월 기록한 최고 가격 100달러에서 무려 95% 떨어진 주당 5달러 미만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런 회사들도 결국 핏빗처럼 거대 기술 회사들의 매수 대상으로 전락할 것인가?

▲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이달 초 피트니스 트래커 기업 핏빗(Fitbit)을 21억 달러에 인수했다.    출처= KMJNow

기술 대기업 현금 쌓아 놓고 M&A에 눈독

기술 대기업들은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더 많은 배당금을 지불하고 연구개발비로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의 대차대조표에는 에베레스트산 만큼의 엄청난 현금 뭉치가 있다.

무디스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시스코(Cisco), 오라클(Oracle) 등 기술 대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은 2019년 말 기준으로 6400억 달러(745조원)는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것도 1년 전에 비하면 그나마 1% 정도 줄어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부터 민주당 대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렌까지 다양한 정치인들이 거대 기술기업들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들이 태도를 바꿀지, 정치인들의 압박에 굴복할 지는 미지수다.

기술 대기업들은 또 정부가 법 위반이라고 말하기 전에 자신들이 얼마나 세력 확장을 할 수 있는지를 기꺼이 시험해 보는 것 같다.

구글은 지난 주에 비영리 의료서비스 제공업체 어센션(Ascension)과 제휴해 의료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공개 발표했다. 프로젝트 나이팅게일(Project Nightingale)이라고 명명된 이 계획은 이미 연방정부 조사의 대상이다.

규제당국과 정치인들이 직접 나서서 기술 대기업들에게 소규모 경쟁회사들을 주워담는 것을 중단하도록 법으로 막지 않는 한, 단일 기술 전문 회사들은 계속해서 기술 대기업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2017년 홀푸드가 아마존에 매각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인구직 SNS 링크트인(LinkedIn)과 소프트웨어 회사 기트허브(GitHub)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된 것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음악 사업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영화, 노래, 광고 등을 찾아주는 영국 앱 샤잠(Shazam)과 에엇팟의 경쟁자인 이어폰 회사 비츠(Beats)를 집어삼켰다. 페이스북은 짧은 기간 동안에 인스타그램, 왓츠앱 (WhatsApp), VR 회사 오큘러스(Oculus)를 인수했다.

핏빗의 제임스 박 CEO는 구글에 매각하기로 한 그의 결정에 아무런 거리낌도 없었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구글은 우리의 임무를 발전시키기 위한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말했다.

"구글의 자원과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핏빗은 웨어러블 사업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더 빠르게 성장하며, 모든 사람이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한 마디로 “이길 수 없다면 함께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