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증권사 먹거리는? 출처=Imagetoday

[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증권사의 내년 수익성은 IB부문중에서도 기업금융과 해외중개 수수료 수익이 좌우할 전망이다. 반면 위탁수수료 부문은 수수료 경쟁 심화에 따라 위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무역분쟁 격화 등으로 올해 하반기 증시는 전반적인 약세를 보인 바 있다. 통상적으로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면 거래가 줄어 위탁매매부문 수수료가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증권사의 실적도 함께 악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다만 지난 2009년 기업 자금조달의 효율화 등을 이유로 자본시장법이 개정된 이후 증권사는 적극적인 IB 부문 활성화로 수익구조를 다각화하는 추세다.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IB부문 영업이익은 미래에셋대우가 전체 5753억원 중 2498억원, NH투자증권이 5070억원 중 2099억원, KB증권이 2938억원 중 1204억원을 차지했다. IB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섰다. 몇몇 증권사에서는 이미 IB부문 매출이 위탁매매부문을 뛰어넘었다. 다만 부동산PF 등 공격적인 영업 확대와 구NCR 적용 문제로 인한 재무건전성 우려는 커지고 있다. 

▲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를 비롯한 증권사 기업금융 관련 수익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출처=금융투자협회,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기업금융, 증권사 수익 다각화 기여했지만 구 NCR 요건 적용시 수익 악화 우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은 증권사의 기초체력이 드러나는 시기로 기업금융 수익의 중요성이 대두될 전망이다. 기업금융 관련 수익은 보통 기업어음 이자와 대출금 이자, 채무보증이나 매수합병, 인수주선 수수료 등을 의미한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증권사들의 기업금융 관련 수익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새로운 NCR(Net Capital Ratio, 영업용순자본비율)이 도입된 이후로 증권사의 채무보증과 대출금 잔고가 크게 늘어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와 대출금 이자 수익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NCR(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업무단위별 필요유지자기자본) 기준이 도입된 이유는 기존 NCR(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이 영업용순자본과 총위험액의 비율만 비교해 각 증권사의 자본규모에 따른 재무건전성 파악에 혼란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신용평가사들이 증권사의 자산건전성을 파악하거나 금융감독원이 통합감독을 할 땐 구NCR이 활용되고 있다. 때문에 향후 기업금융 관련 수익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적용 중인 신NCR 기준에 따르면 대부분의 대형증권사는 1000% 이상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지만 구NCR을 적용하면 상대적으로 투자리스크가 더 많은 초대형IB들에겐 불리한 값이 나온다. 구NCR 기준에 따르면 위탁매매수수료 등 중개 위주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소형사일수록 더 큰 값으로 산출된다. 투자은행 역할이 커지고 있는 최근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 증권사 합산 자본과 IB 및 기타 수수료수익 추이. 출처=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관련 자산 매각·후순위채 발행으로 대응…총량은 유지될 전망

구NCR 기준 대형IB를 위주로 잉여위험액이 하락하면서 추가적인 투자 여력이 부족해질 전망이다.

이에 메리츠종금증권은 구NCR 적용으로 문제가 되는 증권사는 기업금융과 관련된 자산을 셀다운(Sell-down, 재판매)하거나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거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초대형IB 중 부동산 투자를 적극 확대했던 곳들은 순자산비율 관리를 위해 셀다운을 자주 활용하고 있다. 보통 셀다운은 증권사가 선투자한 대체투자물을 다른 기관에 재판매해 최종 투자위험을 회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후순위채는 NCR산정 과정에서 자본으로 인정된다. 때문에 초대형IB는 늘어난 자본을 바탕으로 공격적 투자를 확대하면서 하락한 순자본비율 개선을 목적으로 후순위채 발행을 활용할 수 있다. 후순위채는 발행사가 파산하면 투자자가 원리금을 돌려받는 순위가 일반 채권 투자자보다 뒤에 위치하게 된다. 선순위채권보다 신용등급이 낮지만 위험도에 비례해 금리는 더 높다는 특징이 있다.

공격적인 부동산 대체투자를 지속해온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지난달 3000억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IB수수료수익은 2016년과 2017년에 이뤄진 증자 이후 크게 성장했는데, 자본 확대 속도가 둔화되는 가운데 경쟁심화로 마진이 하락하고 있다”면서 “신규 투자여력 또한 축소될 것으로 예상돼 수익이 감소세에 접어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2017년 하반기 이후로 지속적으로 하락한 잉여 위험액은 올해 하반기 미매각 자산 증가로 급격히 감소하면서 신규 투자여력 축소를 가속했다는 설명이다.

재무건전성 우려가 높은 증권사들은 셀다운과 후순위채 발행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겠지만 미매각분 또한 늘고 있어 지금의 고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은 높다는 예상이 이어지고 있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셀다운을 하느냐, 보유하느냐는 회사마다 리스크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라면서 "보통 기업금융 관련 자산 보유 비중이 높은 회사가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기업금융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새 지표의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 연구원은 “국내외 부동산 시장 둔화 우려와 신규 물건의 감소, 경기 침체 우려 확산 등 업황 부진을 초래하는 요소들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소”라면서 "추가 성장을 위해서는 증자를 통해 자본 확충에 나서던지 신규 투자감소를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해외주식 수수료 기준 시장점유율. 출처=FISS,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내년 리테일 수익은 '감소' 해외주식 중개 경쟁은 '지속'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 브로커리지 마진은 하락세지만 해외 주식 경쟁력이 리테일 시장에 중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대면 신규계좌 무료 수수료 경쟁으로 오프라인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평균 수수료율도 하락세를 타고 있어 최근 거래대금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 관련 브로커리지 수익은 크게 증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반면, 해외주식 중개 수수료는 증가세다. 김 연구원은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은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대비 67%의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면서 "해외 주식관련 수수료 비중 증가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 경쟁도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해외주식 예탁 잔고는 10월말 기준 총 134억 6000만 달러로 지난해 대비 36.9% 증가했다.

리테일 시장에서는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의 약정 기준 시장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한국투자증권의 시장점유율 증가는 리테일 보다는 해외기관 주문 확대 영향이라고 판단했다. 카카오뱅크와의 주식계좌 개설 이벤트로 중장기적인 점유율 확대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주식 부문 또한 수수료 기준으로 한국투자증권의 점유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한국금융지주와 미래에셋대우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발행어음 잔고와 관련 마진이 높고 구NCR부담에 셀다운으로 대응해 기업금융 수익의 완만한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해외 주식 브로커리지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 파이낸셜 투자, 아시아나 컨소시엄 선정 등 참여가 예정된 빅딜이 많아 보유했던 투자목적 자산을 회수할 가능성이 커 수익화가 기대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내년 메리츠종금증권과 삼성증권의 전망을 밝게 봤다. 올해 급등한 트레이딩 부문 수익으로 내년 수익 감소를 보일 타 사와 달리 삼성증권은 올해 트레이딩 부문과 IB수수료 수익이 특별히 급등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견조할 거란 설명이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대해서는 수수료수익 위주의 타사와 달리 이자손익 위주의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어 향후 순이자마진은 감소할 전망이지만 높은 ROE를 바탕으로 빠른 자본 증가가 예상돼 지속적인 이자손익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