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동국제약은 국내 제약 업계의 대표적인 모범생으로 꼽힌다. 올해로 창립 51주년을 맞았지만 꾸준함을 무기로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 회사는 지난 2007년 상장 이후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과 다양한 신사업 추진을 통해 매년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의약품뿐만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조영제 등 신규 사업까지 안정권에 접어들면서 '토털 헬스케어'(종합 건강관리) 기업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동국제약은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과 다양한 신사업 추진을 통해 최근 9년간 CAGR 13.22% 성장했다. 출처=동국제약

믿을 수 있는 캐시카우

동국제약의 사업부문은 크게 전문의약품(31.7%), 일반의약품(25.6%), 헬스케어(23.7%), 그리고 자회사 동국생명과학이 담당하는 조영제 및 의료기기(19.0%) 판매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OTC)은 오늘날 동국제약을 만든 핵심사업이다. OTC 사업은 전문의약품(ETC)보다 마진율이 높고, 정부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해 제약회사가 안정적으로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으로 활용된다. 소비자 선택에 의한 구매가 많은 만큼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동국제약은 인사돌, 마데카솔, 오라메디 등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OTC 제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최근 성장 둔화세로 접어든 국내 OTC 시장에서 동국제약은 인지도 높은 브랜드 제품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인사돌, 마데카솔, 센시아, 판시딜 등 대표 브랜드가 압도적으로 시장을 점유하며 성장 중. 출처=동국제약

이중 잇몸질환 치료제인 인사돌은 구강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약 40년간 부동의 1위를 차지해온 제품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QVIA에 따르면, 인사돌은 지난해 국내에서 일동제약의 종합영양제 '아로나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린 OTC 제품이다. 올해도 전체 구강질환 치료제 시장 점유율 49.6%를 기록하며 동국제약의 대표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상처 치료제 마데카솔과 구내염 치료제 오라메디, 정맥 순환 개선제 센시아, 탈모 치료제 판시딜, 여성 갱년기 증상 치료제 훼라민큐 등 대부분의 OTC 제품이 국내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꾸준한 신제품 출시

동국제약은 경쟁이 치열한 ETC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제네릭(복제약) 신제품을 출시하며 판매량을 늘려왔다. 이를 통해 ETC는 회사 전체 매출의 약 32%를 차지하는 주력사업으로 발돋움했다. 2015년까지 매출 비중 1위를 차지했던 OTC도 뛰어넘었다.

▲동국제약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 2015년 vs 2018년. 출처=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원외처방액 기준으로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탄젯', 도네페질 성분의 치매 치료제 '아리슨', 고혈압 치료제 '프리트윈' 등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로수탄젯의 매출은 168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8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리슨은 883%로 늘어난 6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프리트윈의 매출도 141% 증가해 90억원을 기록했다. 주력 제네릭 의약품들이 전반적으로 성장해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출시된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 '덱티드', 골관절염 치료제 '레일론' 등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동국제약은 제네릭 의약품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시설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내년까지 250억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통해 EU-GMP 기준에 부합하는 최신 시설과 자동화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제조원가를 개선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성장동력 헬스케어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생활건강 등으로 구성된 헬스케어 사업도 동국제약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했다. 설립 초기 OTC 중심으로 성장했던 동국제약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2013년부터 헬스케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초기에는 성과가 미비했지만 포트폴리오 확장과 유통채널 다변화 등을 통해 매출 비중을 23%까지 끌어올렸다.

▲2013년 추진한 헬스케어사업은 최근 5년 동안 52% 성장 중. 출처=동국제약

특히 기존 제약 분야에 화장품 기능을 더한 코스메슈티컬 분야에서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2015년 출시된 ‘마데카크림’을 꼽을 수 있다. 이 제품은 상처치료제 마데카솔의 성분을 기반으로 개발된 기초화장품이다. 마데카크림은 인지도 높은 마데카솔의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출시 첫해 165억원을 시작으로 2016년 428억원, 2017년 596억원으로 매년 매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6년 처음 선보인 ‘네이처스비타민샵’ 브랜드도 서서히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네이처스비타민샵은 애초 프로바이오틱스, 비타민, 건강음료, 다이어트 제품 등을 주로 판매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화장품 브랜드를 함께 진열하는 편집샵 형태로 변화를 시도했다. 건강과 미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동국제약은 헬스케어 실적 향상을 위해 유통 채널의 다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홈쇼핑 판매 중심에서 H&B스토어, 면세점, 백화점,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으로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유통 채널을 적극 활용해 영업이익을 한층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든든한 자회사 동국생명과학

인구 고령화 및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국제약의 조영제 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조영제는 X-선, CT, MRI 촬영 등 영상진단 검사 시 특정 조직이나 혈관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인체에 투여하는 약물이다. 동국제약은 2017년 물적분할된 자회사 동국생명과학을 통해 조영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동국생명과학은 조영제 원료인 '이오파미돌'과 혈관 조영제 '파미레이' 주사를 판매하고 있다. 출처=동국제약

동국생명과학은 조영제 원료인 '이오파미돌'과 혈관 조영제 '파미레이' 주사를 판매하고 있다. 이오파미돌은 동국생명과학이 국내 업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한 조영제 원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시행 이후 CT, MRI 등 영상의료 서비스의 급여화로 파미레이 주사의 가파른 매출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 동국생명과학은 지난 3년간 11%에 달하는 평균 성장률을 달성하며 동국제약의 실적 향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조영제는 MRI와 CT 촬영 후 정확한 판독을 위해 필수적이고, 정책적 변화에 따른 급격한 수요 증가로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두 자릿수 성장

동국제약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4000억원을 돌파했다. 꾸준한 매출 성장에 힘입어 영업이익률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 실적을 무난히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제약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234억원, 영업이익은 1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3%, 12.1% 각각 증가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3546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의 약 88%를 달성했다.

▲3분기 매출 1234억원, 영업이익 181억원 기록. 출처=동국제약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동국제약의 3분기 실적에 대해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헬스케어 등 전 사업부문에서 고른 성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구 연구원은 이어 “3분기 홈쇼핑 차질로 화장품 부문 매출이 감소했으나 화장품 원료 생산능력 증설로 올해 연간 매출총이익률이 0.8%포인트 상승될 것"이라며 "마시는 콜라겐, 덴트릭스 치약 등 주요 품목의 매출 성장과 4분기 화장품 부문 정상화로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동국제약은 기존 사업부문에서 창출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신사업에 진출해 지속 성장을 견인해왔다. 이 같은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755억원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총 1900억원 규모의 CAPEX 투자를 예고했다. 진정한 토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또다시 시동을 걸고 있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