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떠오른 민주당 강자 부티지지

미국 선거 제도는 독특해서,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흔히 알고 있는 대의원을 통한 간접 선거방식은 시작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복잡다단하게 진행된다. 대의원의 75%를 뽑는 프라이머리(예비 선거)와 나머지 25%를 뽑는 코커스(당원대회)을 통해서, 전당대회에 참석할 대의원을 선출한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 행사가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 동안 주별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이 과정에서 지지도가 낮은 후보는 자연스럽게 탈락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집권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로 나서 재선에 도전하겠지만, 민주당은 프라이머리와 코커스를 통해서 차기 대통령 후보를 선출할 것이다. 2020년 11월 3일에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누가 나오더라도 민주당의 압승. 그렇다면 이제 민주당에게 남은 일은 후보를 선출해서, 선거를 치르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현지시간 11월 18일 월요일, 미국의 정치정보업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이채로운 자료 하나를 제공했다.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아이오와 코커스를 놓고 진행된 5번의 여론조사에서, 이제까지 알려진 빅3가 아닌 새로운 후보가 1위로 올라섰다는 내용이었다. 주인공은 인디애나 주 사우스벤드 시장 피트 부티지지(Pete Buttigieg).

피트 부티지지 지지도는 21%. 기존 톱3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은 18.8%,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17.6%,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17.2%. CBS, CNN 등 미국 언론들은 부티지지 시장의 지지율이 “치솟고 있다”, “진짜 같지 않은 상승”이라 표현했다.

 

주목받는 신예 정치인 부티지지

1982년 1월 19일, 텍사스 주 코퍼스크리스티에서 출생한 부티지지. 올해 37세 부티지지는 하버드 대학에서 문학과 역사를 전공했고, 영국에 건너가 옥스퍼드 대학에 정치, 경제, 철학을 전공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로즈 장학생 출신.

대학 재학 중 시카고 NBC 자회사에서 인턴을 한 뒤, 2002년 미국 하원의원 선거에 나선 인디애나 주의 민주당 질 롱 톰슨 선거 캠페인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다시 질 롱 톰슨의 2008년 인디애나 주지사 선거에 조사팀장을 맡았다.

하버드 대학과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한 뒤, 부티지지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기업 자문 기업 코헨 그룹에서 근무했다. 그리고 업무와 별도로, 2004년에는 민주당 존 케리 대통령 후보의 정책과 조사 전문가로 활동했다. 2007년에는 맥킨지 컨설팅 그룹에 근무하며, 2007년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부티지지는 2009년 미국 해군에 입대해서, 정보장교로 복무했다. 해군 장교 출신이었던 조지 부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처럼, 부티지지도 해군 장교로 복무를 했다. 부티지지는 교전지역인 아프가니스탄에 참전했고, 포상경력을 가지고 명예전역했다.

부티지지는 2011년에 사우스벤드 시장에 당선되었고, 2015년에는 재선에 성공했다. 37세 이력은 역대 민주당 대통령들이 걸은 길을 함축한 인생이다. 38세인 2020년에 대통령에 당선되면, 시어도어 루즈벨트 전 대통령의 42세 최연소 당선기록도 깬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좌편향 경계 발언

현지시간 11월 15일, 초로의 모습을 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 언론에 공개되었다. 58세인 오바마 대통령은 실제 나이보다 더 나이든 모습이었다. 퇴임한지 3년이 지났지만, 46세부터 8년간 봉직한 대통령직의 고단함이 여전히 느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발언 요지는 한 마디로 2020년 미국 대선 경선에 나선 민주당 후보들의 지나친 좌편향 경고였다. 유세 과열과 함께, 후보들도 달아올라 도를 넘는 좌편향 노선을 보인 것을 염려한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들의 지나친 좌편향은 유권자들을 쫓아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원로다운 신중한 자세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발언은 워싱턴에서 열린 민주당을 위한 기금 기부자 모임에서 이루어졌다. 특정 후보를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정황상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암시한 것으로 여겨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도 샌더스 상원의원 출마에 제동 건 적이 있었다. 그만큼 급진적인 태도를 경계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민자 문제와 건강보험에 일부 후보들이 급진적인 생각을 가진 것에 대해 경계했다. 사실 이 두 가지는 자신의 치적임은 물론, 역대 민주당 지도자들이 줄기차게 지향해온 목표들이다. 따라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유권자를 의식한 일부 후보들의 급진적 발언이 두 가지 성취를 후퇴시키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발언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지나치게 좌편향 된 후보가 선출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돕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경계하는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관심은 오로지 정권탈환.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위기 분위기 속의 좌충우돌 민주당

불가능한 일인데도,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여론을 조장한다. 우쿠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강력한 맹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ABC방송과 입소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51%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차기 정권을 쟁취할까?

지난 주, 민주당 후보로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의사를 밝힌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트럼프 대통령보다 재산이 18배나 많다는 블룸버그 통신사 창업주는 지난 11월 15일 1억 달러(약 1167억 원)의 개인 자금을 투입해서 온라인 광고를 제작했다.

지난 11월 12일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까지 차기 대통령 선거에 재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BBC 라디오5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출마하라는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지금 미국 민주당은 누가 나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긴다는 빅3 즉,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워런 상원의원, 샌더스 상원의원에 이어서,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클린턴 전 국무장관까지 출마 의사를 밝히며 선거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그리고 여론 조사에서는 이제까지 감춰졌던 부티지지 사우스벤드 시장이 1위로 급부상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말 민주당은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제치고 정권 탈환에 성공할 수 있을까? 결론을 말하자면, 터무니없는 환상. 빅3로 모자라서,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클린턴 전 국무장관까지 소환된 것. 트럼프 대통령을 누를 절대 강자가 없기 때문에 민주당은 계속 출마 선언이 이어지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금 열세이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한 부티지지 사우스벤드 시장은 게이 커밍아웃을 한 정치인. 열린사회 미국이라고 해도, 영부인을 남성으로 동반하는 후보 당선은 쉽지 않다. 그 와중에 오바마 전 대통령의 좌편향 발언 자제까지 나온 상황. 정권교체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