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벨 록(Level Lock)은 기존 일반 자물쇠를 스마트 자물쇠로 변신시켜 준다.    출처= Level Hom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존 마틴과 그의 가족이 타호 호수(Lake Tahoe)에 있는 별장 오두막에 도착한 것은 새벽 2시였다. 오두막의 문은 잠겨 있었고 마틴은 열쇠를 잊어버리고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자동차 안에서 이런 대화를 하는 동안,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 올랐지요. 왜 내 별장이 나를 알아보지 못할까? 이곳은 내 소유고 세금도 꼬박 꼬박 내고 있는데 문이 잠겨 들어갈 수 없다니.”

이 생각이 마틴을 오랫동안 괴롭혔고 그는 그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결국 그 생각은 창업으로 이어졌다. 마틴은 마침내 2016년에, 애플 출신 동료였던 켄 고토와 함께 전화나 컴퓨터를 이용해 원격으로 열 수 있는 스마트 자물쇠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회사 이름을 레벨 홈(Level Home)이라고 지었고, 그들의 첫 발명품에 레벨 락(Level Lock)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두 사람은 7100만 달러(830억원)의 자금을 모금했고 월마트와 제휴를 맺었다. 레벨 락은 내년 1월에 월마트 웹사이트에서 249달러(29만원)의 가격으로 공식 판매될 것이며 곧바로 월마트 매장에서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CNN이 애플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스마트홈 기기 스타트업 레벨 홈을 소개했다.

시장을 열다

레벨 락의 개념은 그래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집 주인들이 자신들이 집에 없어도 어린이, 방문객, 개지킴이, 배달원들이 열쇠 없이 안전하게 집에 들어갔다 나올 수 있도록 전자적으로 가능하게 해주는 자물쇠는 적어도 10년 동안 시중에 나와 있었다.

그러나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제품들은 기존의 자물쇠를 교체하거나, 키패드나 다른 장비들을 설치해 기존 자물쇠에 연결해야 한다.

하지만 레벨 락은 이미 문 안쪽에 달려 있는 기존의 전통적 자물쇠를 스마트 자물쇠로 변환할 수 있다. 스테인리스로 제작된 레벨 락은 문 안 쪽의 기존 자물쇠와 하나의 자물쇠로 통합된다.

"설치에는 약 10분 정도 소요되며 일반 드라이버만 있으면 됩니다. 일단 설치되면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요.”

스마트 제품들은 우리의 가정과 생활에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에, 단지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만이 아니라 우리의 자녀, 배우자, 조부모 등 모든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마틴의 평소 신조다.

사용자는 블루투스나 와이파이 연결을 통해 전화기의 앱으로 기존 자물쇠를 열쇠로 여는 것처럼 작동시킬 수 있다. 또 이같이 자물쇠를 열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을 앱에 추가할 수 있다.

레벨 락은 또 애플 홈킷(Apple Homekit)과 연결되므로 애플의 스마트 스피커 시리(Siri)를 통해 작동시킬 수도 있으며, 마지막 사람이 집을 나가면 문이 잠기고, 누군가가 집에 들어왔다 나가면 실시간 통보를 받는 등의 자동 기능도 추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시장 컨설팅 전문회사 ABI 리서치(ABI Research)의 스마트 홈 부문 연구책임자인 조나단 콜린스는 "소비자들이 스마트 자물쇠를 수용하는 데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스마트 자물쇠 매출은 지난해보다 45%나 증가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큰 장애물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는 높은 가격이다. 스마트 자물쇠는 설치비를 제외하고도 대개 100달러에서 300달러 사이다. 또 다른 장애물은 신뢰성이다. 다른 모든 스마트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스마트 자물쇠가 해커, 정전 또는 일반적인 오작동에 취약하다고 콜린스는 지적했다.  

▲ 애플 엔지니어 출신들인 레벨 홈(Level Home)의 팀이 첫 스마트홈 제품을 만드는데 3년이 걸렸다.    출처= Level Home

식품 배달을 부엌까지

그러나 레벨 락이 내년 1월에 공식 출시된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비자들은 월마트와의 제휴를 통해 보다 일찍 만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 6월에,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식품을 주문하면 월마트 직원이 직접 주문 식품을 부엌이나 심지어 냉장고 안에까지 정리해 주는 서비스인 인홈 배송(InHome Delivery)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월마트는 또 고객들이 원한다면 전화기로 배달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배달원에게 카메라를 장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은 "이마트 고객이 집 안까지의 배달을 원할 경우 레벨 록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고컨트롤 스마트 가라지 도어 컨트롤러(GoControl Smart Garage Door Controller)라는 추가 장치가 필요하다. 월마트 배달원이 레벨 홈 앱을 통해 지정된 시간 동안 레벨 락을 열고 집에 들어갈 수 있도록 안전한 일회성 진입 코드를 받게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월마트의 인홈 배송은 현재 미주리주 캔자스시티(Kansas City),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ittsburgh), 플로리다주 베로 비치(Vero Beach) 등 3개 도시에서만 제공되고 있다. 인홈 배송 월 수수료는 19.95달러고, 이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은 레벨 락을 49.95달러라는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우라는 아직 매출도 없는 작은 회사입니다. 그러나 월마트와의 거래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지요.”

전 애플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레벨 홈 팀이 그들의 첫 번째 스마트 홈 제품을 개발하는 데 3년이 걸렸다.

사실, 월마트는 레벨 홈의 최대 투자자다. 그 외 커넥티드 홈(connected homes) 전문 주택건설업체 레나홈스(Lennar Homes)와 다른 투자자들도 있다.

레벨 홈은 이미 레벨 락에 이은 다음 번 스마트 홈 기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마틴은 새 홈 기기는 집 안에 들어가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켄과 나는 오래 생각하지 않고 행동부터 먼저 하는(move fast and break things – 마크 저커버그의 명언) 전형적인 기업가스타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원점(square zero), 바로 진짜 ‘무(無)’에서 시작하지요. 그래서 우리가 만들려는 것의 경험이 무엇인지 잘 압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진짜 중요한 것은 만들기 전에 알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