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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큐레이션] 한국계 일본인 네이버 라인과 손정의 회장의 '기상천외' 모험

무엇이 라인을 미래로 이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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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이 소프트뱅크 자회사 야후재팬과 만났다. 두 회사가 각각 50%의 지분율을 가진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야후재팬을 운영하던 Z홀딩스를 지배하고, 그 아래로 라인과 야후재팬이 가동되는 그림이다. 이용자만 1억명을 가진 초거대 인터넷 플랫폼의 등장이다.

라인페이와 페이페이를 가진 두 기업이 만나 핀테크 및 인공지능, 나아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ICT 기업의 강력한 제3지대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네이버는 “Z홀딩스는 메신저 플랫폼인 라인, 포털인 야후재팬, 커머스 플랫폼인 야후쇼핑과 조조, 금융서비스인 재팬넷뱅크 등을 산하에 두며, 일본 및 아시아 최대의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라인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갈무리

한국계 일본, 아시아 기업
라인과 야후재팬의 뒤에는 각각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그리고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버티고 있다. 물론 두 기업의 합병을 두고 가와베 Z홀딩스 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손정의 회장의 개입에 선을 그었으나, 업계에서는 손 회장의 결단도 이번 빅딜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두 거인은 지난 2016년 500억원 규모의 ‘SB넥스트미디어니오베이션펀드’를 공동으로 조성한 바 있다. 게임과 콘텐츠 사업 발굴을 목표로 삼았으며 국내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까지 범위를 확대해 경쟁력 있는 초기 기업을 발굴 및 육성함은 물론, 소프트뱅크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이들 기업의 해외 진출도 적극 지원한다는 틀을 짠 바 있다. 네이버는 2017년 추가로 500억원을 출자해 인공지능 인프라 확보로 활용한 경험도 있다.

지난 7월 손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이 창업주는 청와대에서 손 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총괄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함께 손 회장을 만난 이 창업주는 미래 ICT 기술 발전을 위한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약 4개월만에 전격적인 ‘합종연횡’이 벌어졌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의 만남을 두고 흥미로운 교집합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한국에 뿌리를 둔 일본 시장의 플레이어라는 점이다.

이제는 제법 알려져 있지만, 손정의(일본이름 :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은 재일동포 3세, 즉 한국계 일본인이다. 할아버지 손중경은 1914년 밀항선을 타고 일본에 건너가 광산 노동자로 했고, 아버지 손삼헌은 생선행상으로 간신히 생계를 꾸혔으나 이후 파칭코와 부동산 사업으로 재산을 모았다.

손정의 회장은 일본 남부 규수의 사가현 도수시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후 미국 유학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와 현지에서 대부분의 사업을 했다. 다만 2000년 소프트뱅크코리아를 통해 보안 전문 업체 시큐어소프트, 알리바바코리아, 헤이아니타코리아, 소프트뱅크 웹인스티튜트 등 한국의 4개 인터넷 업체에 109억 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네이버 라인은 어떨까. 손 회장처럼 한국계 일본기업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네이버는 라인의 지분 70% 이상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관점에서 보면 라인은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라인은 2016년 미국과 함께 일본 증시에 상장했으며, 현지에서만 8000만명의 이용자를 모았다. 심지어 라인의 성공동력 중 하나로 라이브도어 인력이 있다는 것을 전제할 필요가 있다. 2006년 라이브도어의 오너인 호리에 타카후미가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체포된 후 2010년 당시 NHN재팬이 라이브도어를 흡수해 본격적인 라인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즉, 라인은 한국에 뿌리를 둔 일본기업에 가깝다. 실제로 라인과 야후재팬의 기업결합을 다루는 일본 언론들의 기사에는 '일본기업 라인'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나아가 '기업결합으로 일본최대 인터넷 기업이 탄생했다'라는 문구도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중이다. 라인과 야후재팬의 기업결합 합의문에도 두 기업의 만남이 '일본의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표현이 반복되어 나오기도 한다.

라인과 야후재팬의 만남이 한국에 뿌리를 둔 일본 인터넷 업계의 '축제'로 보이지만, 사실 이러한 시각에도 문제는 있다. 특히 라인의 경우 일본기업으로 활동하는 것이 맞지만, 더 큰 개념의 아시아 및 글로벌 기업으로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진 창업주가 지난 2016년 라인 상장 후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소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시 이 창업주는 "라인은 일본 도쿄에 본사가 있고 의사결정 체제를 봐도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수가 일본인"이라면서 "일본의 법률에 따라 관리ㆍ운영되고 세금도 일본에 납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의 국적은 일본에 가깝다는 설명이지만, 이 창업주의 비전은 다른 곳에 있다. 

그는 "라인의 국적을 묻는 의도는 무엇인가. 이는 건강하고 생산적인 사고방식이 아니라 뭔가 불필요한 이슈를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사실 기업의 경영활동에 있어 국경이라는 장벽은 사라진 지 오래며, 태평양 건너 벌어지는 사건이 순식간에 한국에서 파장을 일으키는 '초속도'의 시대다. 이 의장은 2016년 춘천 데이터센터 각에서 열린 라인 상장 기념 기자회견에서 "네이버와 라인은 아시아 기업"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바 있다.

   
▲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왜 일본일까?'라는 질문도 눈길을 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기업이지만, 손정의 회장은 한국계 일본인이다. 그리고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는 한국인이지만, 라인은 한국계 일본기업이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한국에 뿌리를 둔 일본 플레이어의 화학적 결합을 두고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특히 한국에 뿌리는 둔 플레이어들이 일본을 바탕으로 아시아 및 글로벌 경쟁에 뛰어드는 장면에 집중하고 있다.

결국 "왜 일본일까?"라는 질문이 중요하다. 물론 여기에는 각자의 사정이 있다. 라인은 초반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카카오톡에 밀려 다른 활로를 찾아야 했으며 손정의 회장은 본인이 태어난 곳이 일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질문의 방향성은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일본 시장에 대한 이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기업 문화, 경제 구조는 비슷한 편이지만 한국에 뿌리를 둔 일본기업들이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는 비결은 따로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상대적으로 큰 내수시장과 특유의 장인정신 및 실험정신이 작동했다는 평가다.

물론 일본 경제도 경직된 관료문화는 악명이 높으며, 성장세는 정체되어 있다. 아직도 잃어버린 20년의 고통에서 몸부림치는 중이다. 세계은행(WB)이 매년 발표하는 기업환경평가에서 올해 한국은 5위를 기록한 반면 일본은 29위로 밀려있다. 그러나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일부 선각자의 비전을 믿어주는 시장의 개방적 분위기가 아시아 시장에서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비전을 키울 수 있었다는 평가다. 여기에는 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의 문화적 영향력이 강해진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고려도 포함된다.

   
▲ 태국 라인 미디어 데이가 열리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라인의 로컬라이제이션
Z홀딩스의 이사회 산하 프로덕트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신중호 라인 대표는, 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 시절인 2016년 태국에서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다. 라인의 성공적인 외연 확장 비결을 두고 '컬처라이제이션'이라는 키워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그는 “로컬이라는 단어도 중심과 주변부를 나눠 접근하는 개념”이라며 “로컬이 현지화 전략의 중요한 열쇠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 로컬라이제이션, 즉 현지화 전략을 구사한다. 그러나 신 대표의 발언은 이를 뛰어넘어 문화를 공유해 이해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라인의 성공비결이 있다.

사실 네이버의 모바일 전략은, 이해진 창업주가 "네이버는 모바일에서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할 정도로 신속하지 못했다. 카카오톡이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을때 뒤늦게 네이버톡을 무기로 삼았으나 처참하게 실패했다. MSN 메신저가 데스크탑 메신저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으나 네이트온이 차별화된 무기로 판을 뒤집었던 사례를 재연하려고 했으나, 네이버의 실험은 통하지 않았다.

네이버의 모바일 전략은 글로벌 무대로 눈을 돌렸다. 그 핵심이 일본이었다. 네이버는 한게임 인수 직후인 2000년 9월 일본에 한게임재팬을 설립한 후 네이버재팬까지 만들어 2001년 현지 검색 사업을 시작한다. 포털로 성공했던 사례를 일본에서 동일하게 시도한 셈이다. 그러나 한국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초반 우위를 점한 카카오톡을 이기지 못한 것처럼, 일본에서도 야후의 아성을 넘지 못한다.(그랬던 네이버가 올해 라인과 야후재팬의 기업결합을 끌어낸 것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네이버는 2005년 일본 검색 사업에서 철수한다.

대신 2006년 검색엔진 첫눈 인수를 바탕으로 확보한 개발자 신중호가 2008년 일본에 투입된다. 네이버의 강점인 검색 인프라를 완전히 버리고, 전혀 새로운 접근으로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선 셈이다. 그 결과가 라인이다. 처음에는 어려움의 연속이었으나 '눈물젖은 빵'을 먹던 그들은 2011년 기어이 라인을 출시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라인은 대성공을 거뒀다. 네이버는 우수한 개발자들을 전격 투입해 라인 개발에 나섰으며, 초기 페이스북과 같은 SNS로 기획하던 라인의 청사진을 모바일 메신저로 특화시키는 승부수를 던진다. 나아가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안전하고 튼튼한 플랫폼이라는 명성까지 얻으며 승승장구한다.

로컬라이제이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즉 라인은 일부 국적 논란까지 불사할 정도로 철저한 현지화, 나아가 문화까지 담아내는 강력한 플랫폼 전략을 펼쳤고 이것이 적중했다. '유형의 모든 것'을 넘어 '무형의 모든 것'을 담아내려는 노력이다. 여기에 자기의 강점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인 것도 눈길을 끈다. 검색의 강자가, 천하의 포털 네이버가 일본 시장에서 그 '검색'을 버리고 새로운 승부를 건 것은 지금도 인상적인 승부수로 회자되고 있다.

   
▲ 라인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갈무리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한국계 일본 플레이어 연합으로 만들어진 거대 플랫폼이 1억명을 품고 로컬라이제이션과 '선택과 집중'을 바탕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ICT 패권에 맞서 핀테크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수퍼앱의 기틀을 다진 후 기술기반 서비스의 연속적인 출시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라인의 실적이 나빴던 것을 고려하면, 소프트뱅크 중심의 글로벌 전략적 판단과 자금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라인의 오래된 꿈인 글로벌 기업 비전과,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뛰는 소프트뱅크의 최근 어려움이 각자의 '니즈'를 채워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전망이다.

초반 성과는 더 거대한 외연 확장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태동하는 현지의 ICT 인프라를 얼마나 강력한 현지 최적화 전략으로 묶어내느냐에 시선이 집중된다. 지금까지 보여준 한국계 일본 플레이어들의 합종연횡과 더불어, 이를 바탕으로 파생될 새로운 시장의 전투 향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진홍 기자 rgdsz@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11.19  15:01:02

<경제를 리뷰, 미래를 본다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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