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진종식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가 인하된 상황에서 가계대출 총량을 줄이기 위해 주담대의 고정금리를 상향 조정하며 연말까지 신(新)예대율 맞추기에 부심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의 코픽스 기준금리 공시에 따라 각 은행이 적용하는 주담대 금리 중 변동금리부 금리는 전월 대비 0.02%~0.03%포인트 낮게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혼합형 고정금리는 지난 10월에 비해 0.14~0.42%포인트나 높은 비율로 상승했다.

18일 현재 각 은행이 적용하는 혼합형 고정금리의 전월 대비 상승폭은 국민 0.15%포인트, 농협 0.42% 포인트, 신한 0.18% 포인트, 우리 0.18% 포인트, 하나 0.147% 포인트 등 비율로 전 주요 시중은행이 주담대 고정금리를 높여 받고 있다.

이는 각 은행들이 오는 2020년 1월부터 시행하는 신예대율을 연말까지 맞추기 위해 위험가중치가 높은 가계대출을 적극적으로 줄이기 위해 대책 중 하나로 풀이된다.

신예대율은 금융감독기관의 정책의 일환으로 예대율 규제를 강화해 생산적 부문에 더 많은 자금이 흘러가도록 유도하기 위해 소비성인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의 증가에 중점을 둔 금융정책이다.

신예대율 강화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가계대출은 위험가중치를 15% 상향, 기업대출은 15% 하향 조정하며 ▶대출 총량 규제 대책으로 가계대출 증가율을 5% 대로 제한하고 ▶양도성예금증서(CD: Certificate of Deposit) 잔액에 대해 1%까지 예금과 동일한 가중치 인정 등이다.

만약 오는 12월말 기준으로 신예대율 기준을 못 맞추는 은행은 대출 취급이 제한되고 따라서 수신업무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제재를 받게 된다. 은행들이 맞이한 상황은 매우 급박한 상황인 것이다.

은행들이 예대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우선 대출을 줄이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중치가 높은 가계대출은 줄이고, 기업대출은 늘리는 영업을 해야 한다.

이어서 예금을 늘려야 하는데, 일반 예금은 기준금리가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이자율을 주면서 자금을 조달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연내에 예대율을 맞추기 어려운 은행 중에서는 다른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단기 특판 정기예금을 판매해서라도 예수금을 늘리는 방법을 찾기도 한다.

또 다른 방법은 가계대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대출금리를 상향 조정하여 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방법이다. 현재 은행들은 연말까지 시간적 여유가 없으므로 위험가중치가 높은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수요를 줄이는 방법으로 고정금리 주담대의 금리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고정금리 주담대 수요자가 금리 부담을 느껴 변동금리부 대출을 받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가계대출 예대율의 위험 가중치 15% 상향 조정에 따라 자본금 확충 문제가 대두되어 가계대출을 맘대로 늘릴 수 없기 때문에 고정금리 주담대의 금리를 상향 조정하여 주담대 수요를 억제하는 전략적 금리 운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은행은 ‘갑’의 입장에서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손 쉬운 방법을 선택하여 예대율을 맞추고 있지만, 소비자는 ‘을’의 입장으로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애꿏게 장기간 높은 이자를 부담할 수 밖에 없고, 거래 상대방으로서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담대 금리 중 혼합형 고정금리만 상승하는 이유는 변동금리부 주담대는 코픽스 금리를 기준으로 하지만 혼합형 고정금리의 기준은 시장금리인 금융채 금리에 연계하여 금리를 결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통 혼합형 고정금리의 산정은 5년 금융채의 금리에 은행별 기준에 의한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그런데 현재 시장에서는 금융채, 국채 등 대부분의 채권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8월말 이후 18일까지 금융채 5년물의 금리 추세는 8월 1.431%, 9월 1.545%, 10월 1.783%, 18일 현재 1.791%로 계속 상승 추세다.

NH농협은행이 인용하는 국고채 10년물 금리 추세도 동기간별로 1.276%, 1.456%, 1.728%, 1.781% 비율로 역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자행의 혼합형 고정금리 상승은 10년물 국고채 금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금융채를 기준으로 하는 타 은행과 금리 차이가 발생한다”면서 “농협은행은 타 시중은행이 고정금리 주담대 금리 변경 주기를 5년으로 하지만 농협은행은 혼합형 고정금리 운영기간을 10년 주기로 한다”고 설명했다.

김선태 KB증권 전문 연구위원은 “최근 시중 채권금리의 상승으로 단기적인 금리 상승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며 “글로벌 시장의 채권금리 상승 기조가 국내 채권시장에 반영된 면이 국내 채권금리 상승을 견인하는 한 원인으로 볼 수 있고, 기존에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시장 변동성 등으로 크게 하락했던 금리가 반등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경기 회복에 의한 정상적인 상승으로 보기는 어렵고, 경기 선행지수나 잠재성장률 등 여러 지수에서도 회복의 징후는 아니고 일시적인 채권물량의 공급 과잉으로 풀이되며 장기적인 흐름의 변화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