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량호출회사 우버와 리프트(Lyft)의 상장이 순조롭지 못했고 최근 사무실 공유회사 위워크(WeWork)의 상장이 취소되면서 최근 스타트업의 투자 환경이 바뀌고 있다.    출처= The Next Web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손더마인드(SonderMind)라는 헬스테크놀로지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마크 프랭크는 회사의 자금 조달 라운드 행사를 2020년 말에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차량호출회사 우버와 리프트(Lyft)의 상장이 순조롭지 못했고 최근 사무실 공유회사 위워크(WeWork)의 상장 취소와 최고경영자(CEO) 축출 사태를 보면서 프랭크는 생각을 바꿨다. 일련의 사태로 스타트업을 보는 시각이 실망으로 잔뜩 흐려지고 경기 침체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는 가능한 한 현재 현금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4월에 300만 달러(35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손더마인드는 다행히 아직까지 이 돈의 80%가 남아있다. 그는 대개의 스타트업들이 직면하는, 돈이 바닥나기까지의 시간을 연장하고 회사가 제대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계획보다 지출을 줄이고 내년 말까지 기다리지 않고 내년 초에 새로운 자금 조달 라운드를 갖는 것에 관해 투자자들과 비공식 대화를 시작했다. 덴버에 본사를 두고있는 프랭크는 그래도 불안하다.

"자금 조달 시기를 더 앞당겨야 할까?”

지난 수 년 동안 손쉬운 자금 조달과 빠른 성장을 누려온 기술 스타트업들은 많은 전문가들이 예고하는 침체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이 잘 나갈 때에는 하지 않았던 일, 바로 현금을 확보하는 일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2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게 회계 및 인적자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크루즈 컨설팅(Kruze Consulting)의 스콧 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계획보다 지출을 줄이고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첫 3개월 동안 크루즈 고객들의 평균 현금 잔고는 350만 달러(40억원)였다. 그런데 9월이 되자 평균 현금 잔고가 450만 달러(52억원)로 증가했다. 그리고 연초만 해도 월 평균 지출이 26만 달러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월 23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스타트업들이 호주머니를 닫고 있습니다"

스타트업들의 돈을 쓰지 않고 비축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벤처캐피털들이 자금을 투자하는 스타트업들의 방식과는 상충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스타트업들은 대개 더 빨리 성장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쓰고 그 만큼 더 많은 돈을 조달했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은 이제 그들이 투자한 회사가 이익을 낼 것을 강요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팔로 알토(Palo Alto)의 벤처캐피털 회사 아이콘 벤쳐스(Icon Ventures)의 명망있는투자자 조 호로위츠(Joe Horowitz)는 스타트업들이 내년 어려운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계획하지 않았던 ‘자금 조달 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스타트업에 부는 역풍을 감안할 때, 스타트업들에게 지출에 좀 더 신중을 기하고, 할 수만 있다면 자금조달 계획을 앞당기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고객 서비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회사인 옥테인 AI(Octane AI)의 공동 설립자이자 대표이사인 벤 파는, 최근 투자자들이 회사가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지 그리고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얼마나 더 걸릴 것인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1년 전만 해도 투자자들은 '성장률이 어떤가?'만 물었습니다.”

직원 16명으로 시작한 옥테인 AI는 지난해 투자자들로부터 4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내년 초에는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헬스테크놀로지 스타트업 손더마인드(SonderMind)의 공동 창업자들. CEO인 마크 프랭크(서 있는 이)는 요즘같은 상황에서는 당초계획보다 자금 조달을 앞당기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SonderMind

스타트업 버블 붕괴가 실제로 닥칠지는 불확실하다. 지난 2015년에 뮤추얼 펀드들이 1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되던 유니콘 스타트업의 가치를 떨어뜨렸을 때도 많은 투자자와 기업가들은 비슷한 우려를 했었다. 일부 벤처 투자가들은 '죽은 유니콘'(dead unicorn)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고 몇몇 회사들이 긴축 경영을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벤처 자금의 유입은 계속되었다.

벤처캐피털 회사 파운더 콜렉티브의 투자자인 마이카흐 로젠블룸은 “그러나 요즘 스타트업에 대한 공포 요인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30세 미만의 창업자 대부분은 성장 외에는 회사 경영에 대해 아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생태계에 있는 사람들은 마땅한 경고에도 걱정하지 않지요.”

그러나 일부 스타트업들은 그런 경고에 귀 기울이며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함부로 모험을 하지 않는다.

벤처펀드에 투자하는 아호이캐피털(Ahoy Capital)의 창업자 크리스 더보스는 "일부 벤처캐피털 기업들은 내년에 신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경험했고 자랑스러워했던 스타트업들에 대한 놀라운 평가들이 지금 실추될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40년간 잔뼈가 굵은 아이콘 벤처스의 호로위츠 투자자는 "벤처 자금 조달은 주식시장의 정서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주식시장이 잘 나가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매력적인 자산으로 분류되지만, 주식시장의 상황이 나빠지면 우리는 유독성 폐기물 같은 존재가 되지요.”

손더마인드의 프랭크 CEO는 2014년 회사를 설립하고 치료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그는 스타트업 환경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할 수 있을 때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며 가능한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랭크는 광고, 인재 채용, 그리고 신제품 연구에는 여전히 돈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물론 경제가 급악화되면 회사는 재빨리 전략을 바꿀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그리고 투자자들이 원한다면, 전략을 바꿔 현상태에서 수익을 내도록 해야지요.”

프랭크 CEO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손더마인드가 올해 공개된 우버나 위워크 같은 유니콘들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다.

"IPO를 앞두고 100억 달러를 모금하던 시대는 이제 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