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는 최근 업종 악화에 저평가됐던 화학 섹터가 저점을 찍었다는 시각에서 추천주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 출처= 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국내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면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내년 실적으로 이동했다.

증권업계는 석유화학주에 대해 “미중 무역 분쟁, 글로벌 과잉공급 등으로 석유화학 업황의 다운 사이클(하강국면)이 본격화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면서도 “최근 업종 악화에 저평가됐던 화학 섹터가 저점을 찍었다는 시각에서 추천주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을, 롯데케미칼은 에탄크래커(ECC),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사업을 각각 내세우며 수익구조 다변화에 나섰다.

▲ 출처= 대신증권

LG화학은 화학 시황 악화의 영향을 피하지는 못했지만 예상보다는 나았다. LG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6.9% 감소한 3803억원으로 시장 기대치 3335억원을 상회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 부문의 이익은 직전분기보다 16% 감소했다”면서 “전분기 일회성 비용 약 600억원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시황 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라고 판단했다.

시장 기대치를 상회한 이유는 중대형 전지 때문이다. 한 연구원은 “직전분기 일회성 비용 1200억원이 사라지면서 이익이 대폭 증가했다”면서 “소형 배터리 실적이 IT 성수기 효과와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 효과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적 측면의 유의미한 개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 연구원은 “중대형 배터리 실적은 폴란드 전기차배터리(EVB) 공장 수율 개선과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추가 화재 발생의 문제가 있었으나 추가 대규모 비용은 미반영된 것”이라 말했다. 시장에서는 4분기 700~1000억원 규모 추가적인 충당금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돼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연구원은 LG화학이 4분기까지 부진한 실적흐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부터는 큰 폭으로 영업이익이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대형배터리의 공급 확대가 석유화학제품과 소형배터리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연구원은 "LG화학의 내년 실적에는 중대형배터리가 특히 중요하다"며 "유럽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이 확대되고 해외에서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서 발생한 ESS 화재사고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해소된다면 LG화학의 내년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매출은 올해와 비교해 58%에 이르는 증가폭을 보일 것으로 추정됐다.

▲ 출처= 대신증권

롯데케미칼 역시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3146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37.5% 감소한 수치로 시장 전망치 3303억원을 하회하는 실적이다. 매출액은 3조9400억원으로 7.2% 하락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실적발표를 통해 "올레핀·첨단소재·타이탄 등은 대체로 예상치를 부합했으나, 파라자일렌(PX), PET 등 아로마틱 부문 수익성이 급감하면서 전체 실적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롯데케미칼의 석유화학 부문인 올레핀(석유화학 산업의 쌀로 불리는 범용 소재)은 단기적인 시황 반등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했다. 그러나 아로마틱스 부문(합성 섬유·페트병 등에 쓰이는 소재)에서 중국 PX(파라자일렌) 신규 설비의 대규모 가동에 따른 수급 악화로 3분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타이탄은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으나 이미 과도하게 낮아진 수익성에 따른 기저효과였다. 첨단소재는 ABS, PC 등 주력 제품 가격이 하락했으나 고부가 컴파운드 제품 덕분에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했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4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중장기 성장 전략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능력(Capa)는 450만 톤으로 글로벌 12∼13위권이지만 향후 HOB와의 합작, 미국 에탄크래커(ECC) 추가 등을 감안하면 2022∼2024년에는 글로벌 6∼7위권으로 도약한다”며 “몸집 불리기보다 다운스트림 확장, 스페셜티 제품 확장,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한 새로운 성장 전략을 구상하는 단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도 “현재 롯데케미칼에 대해 주목하는 점은 2030 장기 비전으로, 2030년에 매출액 50조원을 달성해 세계 7위의 화학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올해 히타치 케미칼 인수에는 실패했으나 장기 성장을 위한 인수·합병(M&A) 전략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저성장 시대에 성장을 위한 노력은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출처=하나금융투자

반면 한화케미칼의 경우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의 올해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조4412억원, 152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5.6%, 62.56%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 1074억원을 42% 상회하는 서프라이즈였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력 사업인 기초소재와 태양광 모두 뚜렷한 개선이 나타났다”며 “태양광 사업 실적은 주력 지역인 미국·유럽의 설치 수요 호조로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주력 사업인 태양광 부문이 33분기 6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대폭 상회했다. 미국·유럽·호주·일본 시장이 고성장 했고, 태양광 단결정(모노) 설비 비중을 확대하면서 제품 믹스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7월부터 정상 가동을 시작한 미국 공장의 가동 효과도 실적에 반영됐다.

▲ 출처= 대신증권

한화케미칼 태양광 부문의 호조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화케미칼 태양광 사업의 실적은 주력 지역인 미국·유럽의 설치 수요 호조로 견조한 흐름이 예상된다"면서 "특히 내년 캘리포니아 신축 주택에 대한 태양광 패널설치 의무화 등의 영향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한화케미칼의 주가는 12개월 선행주가순자산비율(PBR) 0.44배로 2015년 말 태양광 부문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던 때보다 밸류에이션이 더 낮은 상태”라면서 “현재의 개선된 기초여건(펀더멘털)을 고려하면 과도한 저평가 국면”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