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DLS‧DLF사태와 맞물려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이 갑자기 이슈가 되며 뭇매를 맞고 있다. 업계 내부에선 대형사들이 자신들의 큰 이슈를 피하기 위해 프레임을 씌워 의도적으로 흘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나온다.”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자 한 보험사 관계자가 황당하다는 듯이 내뱉은 말이다. 정부에 무슨 일이 터지면 연예인 스캔들 기사로 국민들의 시선을 돌린다는 찌라시가 있다. 마치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이 그 찌라시의 주인공이 된 모양새다. 출시 된지 5년이 다돼가는 이 보험이 갑자기 뭇매를 맞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은 보험계약 중도 해지 시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표준형 상품보다 보험료가 30%~70% 저렴하게 구성됐다. 이 때문에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를 중요시하는 보험소비자들에게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저금리기조에 따른 예정이율 하락으로 보험료 상승이 불가피해지자 일반 상품 대비 저렴한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의 인기도 솟구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의 지난해 신규 계약은 176만건으로 2016년 32만건 대비 450%나 증가했다.

신규 계약이 폭증하며 분위기가 고조됐으나,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DLF) 사태가 터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장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이 일명 ‘고위험 상품’으로 비춰지기 시작했다.

DLS‧DLF 사태의 골자는 원금 전액 손실까지 가능한 고위험 상품을 제대로 된 설명 없이 판매했다는 점이다. 독일·영국 등 연계 국가의 금리가 급락하면서 관련 상품의 원금 전액 손실 우려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이 DLS‧DLF사태에 불똥이 튄 이유도 이 부분이다. 불완전판매는 물론 원금손실 가능성이 큰 상품이라는 것이다. 특히 저축성보험으로 둔갑돼 판매되는 행태가 이 상품의 대표적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이 저축성으로 둔갑될 수 있는 것은 만기까지 계약유지 시 해지환급금이 표준형 상품보다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기까지 유지하지 못하면 납입한 보험료를 돌려받지 못한다. 또 보장성 보험에 집중된 상품이므로 저축 ‧연금 목적의 가입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애초에 해지환급금이 적거나 없다는 점을 가입자들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는 더 큰 문제다. 최근엔 무(저)해지환급형이 종신‧건강보험 등 장기 상품에 도입되고 있어 경기 불황에 보험을 유지하지 못해 향후 민원 발생이 즐비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에 소비자경보를 내렸다. 여러 언론매체들도 관련 기사를 줄지어 내보냈다. 소비자와 보험사에 경각심을 주고, 혹시 모를 제 2의 DLS‧DLF사태를 막자는 취지에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엉뚱한 데를 짚었다는 반응이다. 중도 해지 시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을 DLS‧DLF와 연결 짓는 것은 비약적인 논리라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나 지수연동형 상품도 아닌데, 더욱이 종신보험과 같은 보장성보험에 중도 해지 시 원금손실 위험이 있다고 제 2의 DLS‧DLF 사태를 우려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로 DLS‧DLF는 만기시점에 금리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지만,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은 보험 계약을 만기까지만 유지한다면 가입자들이 손해 볼 일이 없는 상품이다. 오히려 만기까지 유지한다면 보험사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특히 종신보험의 경우 비싼 보험료로 판매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무(저)해지환급형을 목적에 맞게만 활용한다면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보험소비자들에게 효자 상품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급증하는 무(저)해지환급형 보험에 제 2의 DLS‧DLF 사태를 우려하는 자세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불완전판매 온상으로 지적받는 보험업계에 민원발생 여지가 높은 상품을 그냥 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과도한 우려에 상품의 가치가 훼손된다면, 이 또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보험소비자들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불완전판매를 막자는 취지, 딱 여기까지만 했으면 싶다. 애꿎은 무(저)해지환급형 보험보다는 조금 더 제 2의 DLS‧DLF 사태에 경계해야할 상품이 따로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