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동조선해양의 메인야드. 출처=성동조선해양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청산이냐 회생이냐 생존의 갈림길에 놓였던 중견조선사 성동조선해양의 네 번째 매각이 진행 중에 있다. 본 입찰에 6개 후보가 참여한 가운데 자금력을 갖춘 후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며 성동조선이 청산을 피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성동조선해양, 연내 매각 ‘청신호’… 회생 불씨 살릴까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감한 성동조선해양의 공개매각 본 입찰에는 ▲큐리어스·HSG중공업 ▲SDDP 컨소시엄 ▲야긴글로벌 등 6개 후보가 인수제안서(LOC)를 제출했다.

창원지방법원과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본입찰 서류를 검토해 오는 18일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매각 측은 분할 인수보다는 전체 인수 의사를 밝힌 본입찰 참여자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동조선해양의 인수를 원하는 업체들은 대규모 인수자금을 조달할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우선 인수가격으로 알려진 3000억원의 10%인 300억원에 대한 자금력을 증빙해야 한다. 또한 3000억원의 5%인 약 150억원 가량을 이행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이후 조선소를 정상 가동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2000억원가량이 더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입찰에는 전체 인수 의사를 밝힌 두 곳을 포함해 모두 4~5개 본입찰 참여 업체가 자금조달 증빙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조선해양의 매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성동조선해양은 한때 수주량 기준으로 세계 10위권의 규모를 가진 회사였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키코사태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2010년부터 자율협약을 통해 약 2조원의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등 회생을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이 마저도 실패했다. 

▲ 성동조선해양 매각일지. 출처=성동조선해양 및 언론보도

2018년 4월엔 법원 회생절차에 돌입했고, 그해 10월부터 매각절차에 들어갔지만 3차례 모두 적당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진행한 1∼3차 입찰에서 인수의향을 밝힌 업체들이 자금 증빙에 번번이 실패한 탓이었다.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자 ‘기업 청산’까지 거론됐다. 법원이 매각 본계약의 체결 기한을 연내로 못 박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성동조선해양의 유력 인수자로 앞서 3번의 입찰 때는 참여하지 않다가 뛰어든 HSG중공업을 주목하고 있다. HSG중공업은 창원시에 있는 조선해양 플랜트 업체로, 사모펀드 운용사 큐리어스파트너스와 함께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특히 큐리어스파트너스는 2017년 이랜드리테일에 4000억원을 투자해 재무구조 개선을 이끌어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다른 인수자와 다르게 1·2야드를 포함한 회사 전체의 일괄매각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3야드 중 일부 부지는 HDC현대산업개발이 1107억원에 사들여 매각대상에서 제외됐다.

매각 주관 우선협상자가 선정되면 다음 달 6일까지 상세 실사를 거친 뒤 같은 달 27일 투자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후 연내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서 성동조선해양의 매각 결과에 따라 중소 조선사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매각 성사시 STX조선해양과 대선조선 등 국책은행의 중형 조선사의 새 주인 찾기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선업 회복되고 있다지만… 중형 조선사엔 ‘남의 일’

바닥을 친 조선업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중형 조선사들은 일감 부족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국내 중형 조선사들의 수주량은 총 12척, 25만7000CGT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전 세계 중형선박 수주점유율도 CGT 기준 5.1%로 지난해 4.0% 대비 소폭 상승했다. 특히 2분기 수주는 총 8척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6% 증가한 17만7000CGT를 기록했다.  

1분기 수주가 없었던 STX가 제품운반선 2척을 수주했고, 대한조선 역시 수에즈막스급을 포함한 6척의 탱커로 1분기보다 호전된 실적을 보였다. 대선조선도 1분기 1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에 이어 중소형 피더 컨테이너선과 소형 LPG선을 각 1척씩 수주해 총 3개사가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 출처=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해운경기의 불확실성의 확대, IMO2020에 따른 선주들의 관망세에 따라 상반기 세계 중형선박 시장의 발주감소에도 불구, 수주실적이 소폭 증가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일감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중형 조선사들의 구조조정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데다, 정상 영업이 이루어지는 조선사가 극소수에 불과해 수주 개선이 큰 폭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중형 조선사들의 상반기 수주잔량은 25만CGT 수준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의 수주잔량이 2000만CGT를 웃돈 것 과 비교할 경우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온도차가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여기에 지배구조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대한조선은 최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지분 67.7% 보유) 매각에서 배제되면서 ‘홀로서기’에 나서야 하는 처지다. 대선조선의 경우 내년 초 다시금 매각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아직 주인을 찾고 있지 못한 성동조선해양과 한진중공업은 상선 수주잔량이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서 일각에서는 중형 조선사들을 과감하게 통합해 조선그룹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동지주사를 설립하거나 공동출자한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하나의 회사로 합병하는 방안도 있다. 

이 경우 공동 영업, 공동 설계, 기자재 공동 구매 등으로 원가 절감이 가능해진다. 공통되는 부분은 통합하거나 줄여 효율성을 높힐 수도 있다. 아울러 각 사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선종이 달라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 최근 전 세계 조선업계에서는 불황타파를 위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초 일본 이마바리 조선은 추가로 1개 조선소를 인수해 현재 총 10개 조선소를 운영 중이다. 

최근 중국 양대 국영조선그룹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그룹(CSIC)도 경쟁력 향상을 위해 통합을 추진 중이다. 통합이 이뤄질 경우 중국조선그룹(CSGC)이라는 새로운 중국 국영 조선업체가 출범하면서 조선기업 규모에서 세계 1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 출처=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이에 국내 중형 조선사들도 몸집을 키우는 등 빠르게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중국 조선사들의 합병으로 중소형 탱커와 벌크선 등 주력 선박이 겹치는 국내 중소 조선업체들은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조선업 지원방안이 대형 조선사에 쏠려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조선소 지원방안에서 전체 예산 7조원 가운데 2025년까지 중형조선업에 유입 가능한 지원은 총 4000억원 수준으로 전체의 5.7%에 불과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신조시장은 대형과 중소형이 5대 5, 즉 중소형 선박이 50% 정도 수준을 차지한다”며 “정부가 중형 조선업체들의 시장 잠재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형 조선사가 주로 건조해온 벌크선, 유조선 등의 범용선박이 세계 선박 시장에서 70~80%를 차지한다”며 “이 사장을 놓치면 기자재 업체들이 성장하는 기반이 좁아지고 이는 곧 대형 조선사도 경쟁력 있는 선박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