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야후재팬과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이 경영 통합에 나설 것이라고 니케이 등 일본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공동으로 조인트 회사를 설립해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Z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되고, 그 아래 야후재팬과 라인을 통합하는 방식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시사점이 있다는 평가다.

먼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만남이다. 야후재팬은 Z홀딩스가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Z홀딩스의 지분 40% 이상을 가지고 있다. 즉 야후재팬과 라인의 만남은 곧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와 네이버의 접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를 운영하며 글로벌 ICT 기술 핵심에 선 인물이다. 비록 위워크 투자 실패, 나아가 소프트뱅크의 막대한 3분기 적자를 두고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오지만 손 회장이 미래 비전을 모색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라는 상징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그런 이유로 네이버 입장에서 소프트뱅크와 더욱 밀접한 관련을 맺는 것은, 상당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1월 라인의 100% 자회사인 라인 모바일 경영권이 일본 소프트뱅크로 넘어가는 등 두 회사의 접점이 아예 없던 것도 아니다. 두 회사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 이해진 네이버 GIO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네이버 라인의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전략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라인은 네이버의 글로벌 시장 공략의 선봉장으로 봐도 무방하다. 특히 일찌감치 일본에서 다양한 성공을 거두며 현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 과정이 너무 성공적이라 한 때 라인이 한국 기업이냐, 일본 기업이냐를 두고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네이버는 명백한 한국 기업이다. 한국인 창업주인 이해진 GIO(Global Investment Officer)가 존재하며 중요 사업도 한국에서, 직원도 대부분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세금도 한국 정부에 내고 있다.

라인은 다소 모호한 점이 있다. 네이버가 지분 72.64%를 보유한 자회사라는 점에서 일단 한국 기업에 가깝지만 한국과 대만 등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중요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으며 일본을 주무대로 활동한다는 점, 나아가 CEO와 직원 대부분이 일본인이라는 점을 두고 일각에서는 일본 기업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GIO도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2016년 라인 상장 당시 일본 닛케이 비즈니스 온라인은 ‘LINEは日本企業、韓国親会社トップが言明(라인은 일본기업, 한국회사 대표의 언급)’이라는 기사를 통해 이 GIO와의 인터뷰를 담았다. 닛케이 비즈니스 온라인은 “네이버의 라인 주식비율이 높기 때문에 라인이 한국 기업이라는 (현지의) 의견이 있다”고 말하자 이해진 GIO는 “회사의 국적은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대해 이번 증시 상장을 통해 확실히 밝히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라인이 한국이 아닌 미국과 일본에 상장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라인을 일본 기업으로 본다는 뜻이다.

다만 이 GIO는 “네이버가 라인 주식의 약 83%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라인을 한국 기업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으나, 그 이론에 따르면 네이버 주식의 약 6할도 외국인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네이버와 그 자회사인 라인도 한국이나 일본 기업이 아니라는 것이 결론이다”라면서 “국적을 묻는 '의도'는 무엇인가. 이는 건강하고 생산적인 사고 방식이 아니라 뭔가 불필요한 이슈를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즉, 라인은 일본인들이 중심이 되어 일본을 주무대로 삼으며 일본 정부에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나 한국이나 일본이 아닌 ‘아시아 기업’으로 봐야한다는 논리다. 그리고 이 꿈은 야후재팬과 라인의 만남으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만남, 나아가 국적을 따지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일본 현지화에 성공한 라인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퍼앱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이 GIO가 언급한 진정한 ‘아시아 기업’ 서비스의 꿈이 한 층 커진 셈이다.

한편 라인의 일본 비즈니스는 일반적인 모바일 메신저부터 웹툰, 금융까지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은 편이다. 현지에서 80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또 야후재팬은 지금의 소프트뱅크를 존재하게 만든 원동력이며, 현재 5000만명의 전자상거래 이용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일본 최대 의류 전문 판매 사이트를 운영하는 '조조'(ZOZO)를 인수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미 라인은 일본은 물론 대만, 태국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상태며 현지서도 연이어 고무적인 성과를 내는 중이다. 이러한 시너지들이 모이면 싱가포르의 그랩이나 인도네시아의 그랩 등 아시아를 무대로 하는 수퍼앱의 등장도 꿈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