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내년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에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는 가운데, 중소기업 단체를 중심으로 해당 제도의 적용을 1년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두고 “너무 경직됐다”는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는 일단 국회에서 보완 입법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방침만 내세우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14개 중소기업 단체는 13일 중기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1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달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업의 65.8%가 아직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거론하며 “기업이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을 했다.

이들 단체는 별도의 입장도 발표했다. “국회 분석에 따르면 주 52시간제가 시행될 경우 근로자 급여가 13%나 감소한다”면서 “중소기업 근로시간이 줄면, 당장 사람을 뽑지 못해 공장가동이 어렵고 납기를 맞출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박영선 장관도 중소기업 단체들의 애로사항을 이해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박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회에서 심도 깊은 논의를 했어야 했고 좀 더 예외규정을 뒀어야 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정부는 현행대로 중소기업들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내년부터 도입할 것이며, 만약 변화를 줘야 한다면 보완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먼저 주 52시간 근무제가 중소기업에도 전격적으로 도입되면 국가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시선이 집중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각각 2.0%와 2.3%로 전망항 정도로 현재 경제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경제의 중요한 성장엔진인 중소기업이 주 52시간 근무제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확대되면 회사 인근의 지역상권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노동자의 권리, 나아가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주 52시간 근무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인 노동자의 근무시간이 OECD 국가 노동자들과 비교하면 ‘살인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최소한의 완급조절은 필요하다는 뜻이다. 오히려 주 52시간 제도를 확장도입해 무자비한 노동을 금지시키는 한편, 효율적인 노동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는 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780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야근 현황’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야근이 줄었다는 답변이 48.7%에 이르기도 했다. 나아가 저녁이 있는 삶이 되면 오히려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지역상권이 나아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두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명암이 뚜렷한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가이드 라인을 확정하지 말고, 상황에 따라 맞춤형 노동시간을 보장하자는 뜻이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으면 더 많이 일을 하고, 쉬고 싶으면 더 쉴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 일부 ‘일을 더 하고 싶어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하지 말자는 논리다. 이는 장병규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의 주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유연한 대응도 허점은 있다. 현실에 이를 대입했을 때 과연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유연하게 노동시간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나눠주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적이고 강압적인 현안(야근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에는 엄벌을 처하는 방식이 맞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방식도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결론적으로, 토론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