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랠리 플랫폼에서 고객들은 희귀 소장품들을 수백~수천개의 주식으로 나뉘어 거래할 수 있다.    출처= ROBERT NEUBECK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20 달러에 빈티지 롤렉스 시계를 사고 싶지 않은가?

맨해튼에 있는 랠리(Ralley) 쇼룸에 오면 가능하다. 다만 그 일부분만을 살 수 있어 그것을 당신 집으로 가져갈 수 없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랠리의 영업사원 그랜트 헤인즈는 쇼룸 앞에서 호기심 많은 사람들에게 이 개념을 열심히 소개했다. 투자자들은 랠리 앱을 다운로드 받아 2만 달러짜리 롤렉스 1970년 모델 베타 21(Rolex 1970 Beta 21)이나 쇼룸에 전시된 다른 소장품들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시된 소장품들에는 7만 2000 달러(8400만원)를 호가하는 해리 포터 초판본, 1만 달러가 넘는 에르메스 버킨(Hermès Birkin) 가방, 그리고 30만 달러(3억 5000만원)짜리 1982년형  애스턴 마틴(Aston Martin)이 포함되어 있다.

"자동차에 30만 달러를 투자할 수는 없지만 한 주(株)는 누구나 살 수 있습니다."

랠리 쇼룸에는 “부자들의 투자, 이제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라고 현수막이 걸려 있고 가짜 금괴와 가짜 100달러 지폐로 장식되어 있다.

이곳에 오면 와인이나 스포츠 기념품 등, 랠리 소장품의 주식을 랠리 플랫폼의 2차 시장에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랠리의 이웃 호텔에서 식음료 지배인으로 야니스 마스토로스는 지난 주 랠리 쇼룸을 방문했다가 이 곳 소장품 투자에 푹 빠졌다. 그는 해리포터 책과 농구계의 전설 마이클 조던이 신던, 그의 서명이 들어간 운동화 한 켤레에 수백 달러를 투자해 볼 생각이다.  

마스토로스는 “일반적인 주식거래도 해 보았지만 전혀 재미를 보지 못했다”며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의 회사보다는 이런 소장품을 소유해 보는 게 훨씬 더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랠리는 브룩클린 사립고등학교에서 만난 크리스 브루노와 로버트 페트로조 등 세 명의 공동 창업자가 설립한 아이디어의 소산이다.

이들은 2017년 12월에, 영국의 스포츠카 로테스 에스프리(Lotus Esprit) 1977년형 한 대를 가지고 이 사업을 시작했다. 랠리는 현재 뉴저지 페어필드의 창고에 보관된 50대의 특별한 자동차를 포함해 다양한 희귀 상품을 소장하고 있다.

랠리는 희귀 상품을 만나면, 알려져 있는 유래, 상세한 이력, 검증된 인증서가 있는 지 등 상품을 추적해 상품성을 확보한다. 이렇게 수집된 소장품은 투자자에게 감정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랠리의 소장품 투자자들은 80년대나 9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물건들을 좋아한다고 공동 창업자인 페트로조는 설명했다.

▲ 투자 이익보다 소장품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출처= Rhodons Collectables

한 상품의 주식수는 자산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 초판은 200주로 나눴고,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자필 서명이 있는 그의 전기는 디킨스의 책과 비슷한 가격이지만 넓은 인지도 때문에 2000주로 나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그들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으니까요.”

수익도 다양하다. 랠리 플랫폼에서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것은 2018년 11월에 선보인 포드 머스탱(Ford Mustang) 1990년형으로 이 주식의 가격은 현재 52% 상승했다. 최악의 수익률을 보인 것은 역시 지난해 가을 선보였던 재규어(Jaguar) XJ220 1993년 형으로 현재 이 주식의 가격은 30% 하락했다.

회사는 자사 플랫폼에서 1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한 적극적 투자자가 1만 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평균적으로 3개의 자산에 500~1500달러를 투자했으며, 계좌 규모는 100달러에서 수십만 달러까지 다양하다. 중위 연령은 27세, 대다수는 남성이며 85%가 대체 자산 투자 경험은 처음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투자 이익보다 소장품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는 22세의 자동차광 닉 아부지드는 지난 18개월 동안 12대의 자동차와 시계, 그리고 미키 맨틀 야구 카드에 약 4500 달러를 투자했다. 그의 소장 가치는 현재 약 4900달러의 가치로 크게 수익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이런 것들이 멋지고 가치가 있다고 믿는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이런 사업을 하는 곳은 랠리만이 아니다.

오티스(Otis)도 1974년판 인크레더블 헐크 만화책부터 6개의 한정판 스케이트보드 세트까지 다양한 소장품을 제공하고 있고, 매스터웍스(Masterworks)도 개인 그림에 대한 지분을 판매한다.

지난해 랠리 시리즈 A 라운드에 투자한 뉴욕의 벤처캐피털 회사 아ㄴ테스미스(Antessmis)의 질리언 윌리엄스 대표는 이 시장이 전문 투자자가 아닌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고 말한다.

"이 공간에 더 많은 플레이어가 참여해 더 큰 시장을 창출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대체 자산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