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도약 원년 2020년

중국의 IT 기술력은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이다. IT 기술 분야 대부분에서는 미국과의 기술 격차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는 미국을 앞선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은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암호 화폐 개발에 집중해왔다.

중국은 2020년을 주목하고 있다. 2020년은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를 중국 중심으로 전환하는 대전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블록체인, 암호 화폐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디지털 위안화’ 발행에 주력해왔다.

중국은 그동안 전자결제 시스템 정착에 주력해왔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기업들과의 전자 거래에서부터, 대중교통 이용이나, 소규모 상점 거래에 이르기까지 전자결제 시스템을 정착시켜왔다. 중국의 목표는 화폐 없는 완전한 전자 거래 방식이다. 이를 위해, 중국 인민은행은 조만간 자체 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 위안화(CBDC)’를 발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한 민간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결합해서, 우선 중국 내에서 각종 결제를 전자 거래 방식으로 전환시켜나갈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 기업들과 거래를 하는 외국인들도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해야 한다.

인민은행은 이미 2016년부터 ‘중국 금융업 정보기술 5개년 계획’을 실행해왔다. 인민은행의 목표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이 되는 것. 최근 시진핑 중국 최고권력기구인 국가주석이 공산당 정치국에서 블록체인 육성안이 담긴 ‘블록체인 플러스’ 정책을 발표한 것은 그동안의 노력이 목표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유례없는 광군제 호황

지난 11월 11일 월요일은 중국 최대 온라인 세일일인 광군제(光棍節 독신자의 날)였다. 신화망은 이날 0시부터 오후 12시에 끝난 광군제 세일에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44조 원이 넘는 거래액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상최대치였다.

알리바바의 거래액은 2018년 대비 25% 증가한 것. 하지만 2018년에는 2017년과 비교해서 26%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따라서 올해 매출 신장률은 작년보다 소폭 감소.

업계 2위 징둥집단도 거래액 34조 원을 기록했다. 알리바바처럼 역시 사상최대치. 그러나 징둥집단의 올해 매출 신장률도 2018년과 비교하면 역시 소폭 감소한 수준. 그 외 중국의 유수한 온라인 거래업체들의 매출도 지난해보다는 증가, 신장률은 감소.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최대 규모의 쌍십일(11일)은 중국의 소비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 말은 중국 광군제를 넘어, 중국 시장이 가진 경쟁력을 암시한다. 중국 시장은 이미 미국 시장을 넘어서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 광군제는 중국 기업만의 축제가 아니다. 한국, 미국, 일본 등 세계 200여 국가 제품들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이다. 100여 개 가까운 한국 기업들도 참가했고, 이 중 3개 기업이 166억 원(1억 위안) 이상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 배치 여파 이후, 한국 기업의 중국내 위상은 회복 중이다.

 

다시 보는 시진핑 주석 취임사

2012년 11월 15일 목요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취임했다. 2019년 11월 15일 금요일로, 만 7년의 임기를 채우게 된다. 지난 7년간 중국의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이후, 중국은 미국과 경쟁하는 본격적인 G2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중국의 초고속 철도망 4종4횡과 세계를 엮는 일대일로를 추진 중이다. 그리고 미국 중심의 TPP에 대응하는 RCEP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세계 경제를 주도한다.

사실 이런 시진핑 국가주석의 행보는 중국 2세대 지도자 덩사오핑의 유훈 도광양회(韬光养晦)에 배치되는 것이다. 덩사오핑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르라’는 외교방침을 후세에 남겼다. 향후 100년간 미국을 견디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시대를 거치면서, 미국에 대한 경쟁심을 숨기지 않았다. 물로 그 결과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행보가 미국으로부터 견제당하기 시작했다. 현재 누란지위와 같은 미중 무역협상 분위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왜 시진핑 국가주석은 덩사오핑의 만류를 뒤로 한 채 미중 패권전쟁에 나섰던 것일까? 지난 2012년 11월 15일 목요일, 제18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밝힌 시진핑 국가주석의 취임사에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의 위대한 부흥과 민생안정’을 강조했다. 그리고 ‘과거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이에 만족하거나 승리에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 역사의 전환점이라고 본 것이다.

덩샤오핑의 유훈 도광양회를 하려해도, 중국의 성장 속도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들어올 것을 시진핑 국가주석은 감지한 것이다. 미국의 4배가 넘는 인구 규모로 인해서, 미중 경제 규모의 간극이 줄어드는 까닭이었다. 따라서 소극적으로 미중 관계에 대처하기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미중 관계를 전개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래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취임 직후, 세계 언론은 미중 통상 마찰과 환율 분쟁을 전망했었다.

 

중국 외교 원로의 트럼프 재선 환영 발언

지난 11월 8일 금요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채로운 소식을 하나 소개했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휘한 룽융투(龍永圖) 전 중국 대외무역경제합작부 부부장(차관급)의 트럼프 재선 희망 발언이었다. 룽융투 부부장은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읽기 쉬운’, ‘최고의 협상 상대’라고 평가했다.

룽융투 전 부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가 아닌 물질적 이익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이런 상대는 협상에서 최고의 선택지”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들과는 달리 대만이나 홍콩 등 중국이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민감한 지정학적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과 싸우지 않는다.”면서, “변덕스러운 기질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하도록 강요하는 등 물질적 이익에만 신경을 쓰는 투명하고 현실적인 협상가”라고 평가했다. 그래서 재선을 바란다는 것이다.

취임 후 지난 3년간, 쉬지 않고 중국을 몰아붙인 트럼프 대통령. 룽융투 전 부부자의 발언처럼,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와서 갑자기 대만이나 홍콩 문제에 대해서 중국을 난처하게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따라서 2020년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기 전까지, 미중 패권전쟁은 중국 주도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미중 무역협상이 불발하거나, 대만이나 홍콩 문제에서 미중 간에 충돌이 벌어지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는 빨간불이 켜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제껏 중국을 압박한 미국은 도리어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문제는 세계 최대의 공장으로만 인식했던 중국이 미국을 넘어선 세계 최대의 시장이라는 사실. 2020년, 전 세계 200여 국가의 20,000여 기업들이 출몰할 만큼 거대 시장인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라는 블록체인, 암호 화폐를 발행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혼란 속에, 중국은 미중 패권전쟁의 주도권을 손에 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