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출범 31년 만에 금호그룹을 떠나 HDC현대산업개발 품에 안긴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아시아나항공이 새롭게 비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9조원에 달하는 부채, 부족한 항공업 경험 등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전 금호산업은 이사회를 개최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최종입찰에 참여한 3개 컨소시엄 중 HDC현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 경영 정상화 달성 및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있어 가장 적합한 인수 후보자로 평가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본협상 등 절차가 남아있지만 우선협상대상자 확정으로 인수전이 9부 능선을 넘어서면서 업계에서는 연내 매각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은 곧바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본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수를 결정한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직 아시아나항공의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는 그간 아시아나항공의 발목을 잡았던 오너리스크, 경영 위기 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 시너지 효과 어디까지?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재무개선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조원 넘는 자금을 투입, 취약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도 12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2조원 이상 증자한다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300% 미만으로 내려갈 것으로 본다”며 “아시아나는 현대산업개발의 인수를 통해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적 2위 항공사지만 유동성 위기로 매각까지 몰린 아시아나항공을 탄탄한 글로벌 항공사로 키우겠다는 게 정 회장의 구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988년 대한항공의 뒤를 이어 제2의 국적항공사로 출범했다. 지난 1990년 1월 서울~도쿄 노선을 시작으로 국제선 취항에 돌입했으며 현재 총 70여개의 국제선 노선을 보유하고 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은 금호그룹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며 캐시카우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금호그룹이 10여 년 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잇따라 인수하는 과정에서 승자의 저주를 겪으며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이후 그룹의 자금줄로 동원된 아시아나항공까지 경영난을 겪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2015년 말부터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비수익 노선 구조조정 등 수익성 개선에 나섰지만 만성적인 자금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9조5989억원, 부채비율은 659.5% 수준이다. 총차입 규모는 5조9147억원, 보유현금 등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5조4938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가격으로 2조4000억원∼2조5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신주 매입 대금(2조원)이 아시아나항공에 수혈될 경우 즉각적인 재무개선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자본금은 현재 1조4000억원 수준이다. 2조원이 추가적으로 투입될 경우 자본금은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660%에 육박하는 부채비율도 277%까지 떨어지게 된다.

부채비율이 내려가면 아시아나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상향되면서 자금 조달이 원활해지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를 통해 신규 항공기 도입과 노선 확대 등 공격적인 사업이 가능해진다.

아시아나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의 호텔, 레저, 면세업 등과의 시너지도 예상해 볼 수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15년 HDC신라면세점을 통해 면세점 산업에 뛰어들었다. 이어 오픈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지난해에는 시내 면세점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매출 1조 원 클럽에 이름을 올리는 등 성과를 냈다. 만약 HDC신라면세점이 아시아나항공 기내면세점에 상품을 공급할 경우 매출 증대를 예상해볼 수 있다. 아시아나 기내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기준 903억원 규모에 달한다. 

아울러 HDC현대산업개발이 파크하얏트 등 호텔·리조트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항공 사업, 면세 사업을 연계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드는 것도 가능해진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앞서 8월 한솔오크밸리 리조트의 운영사인 한솔개발 경영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이용 시 면세점이나 호텔 할인을 제공 하거나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인바운드 관광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미래에셋그룹이 보유한 글로벌 호텔 네트워크 등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호주 시드니 포시즌스호텔, 미국 하와이 페어몬트 오키드호텔,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호텔 등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호텔을 인수해 관리하고 있다. 이에 호텔 예약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호텔숙박권과 항공권을 함께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는 방식도 검토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항공기 리스를 통해 대체투자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아시아나항공 매각 일지. 출처=아시아나항공 및 언론보도

‘승자의 저주’ 벗어날까… 우발 채무·지주사 규제 등 복병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이 넘어야 할 산은 만만찮다. 우선 승자의 저주가 우려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현금성 자산은 1조3500억원 정도로 넉넉하다. 하지만 10조원에 이르는 아시아나항공 부채를 짊어져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본협상 과정에서 우발채무가 발견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여기에 추가 투자도 유력시 되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3분의 2가 빌려 쓰는 것이거나 오래된 것들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번 매각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도 모두 함께 사들이는 통매각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현대산업개발이 지주사인 HDC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어, 매각이 이뤄질 경우 에어부산은 지주사 규제를 받게 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이를 준수하지 못하면 2년 내에 처분해야 한다. 만약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마무리 지으면 아시아나항공은 HDC의 손자회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증손회사가 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율 44.2%)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서울(100%) 등 6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은 나머지 지분 매입을 위한 추가 비용을 부담하거나 일부 자회사 재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항공사업을 영위하기엔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풀리지 않는 대외 환경도 복병이 될 수 있다. 항공업을 둘러싼 유가, 환율 등 요건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간 국내 사업에 전념해온 HDC현대산업개발이 대외적인 악재까지 신경 써야 하게 됐다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보니 자금력을 가진 인수자가 인수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초기에는 거론조차 되지 않던 HDC현대산업개발이 깜짝 등판해서 놀라운 가격으로 통큰 베팅을 했다. 아시아나항공에게는 단비같은 존재가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항공산업 특수한 산업이고 전문성이 필요한데, HDC현대산업개발이 항공산업에 노하우 전무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우려가 된다”고 전했다. 이어 “에어부산이 금호그룹 지분이 부분적이기 때문에 에어부산의 주주들이 이 매각에 동참할 것인지에 따라 재매각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허희영 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또한 “HDC현대산업개발이 본협상을 성공적으로 치루더라도 에어부산을 안고 갈 것인지 분리매각을 할 것인지 둘 중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분리매각을 하게 되면 항공업계 구도가 재편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산업개발이 항공운수업의 경험이 없는데다 현재 업황이 워낙 좋지 않다”며 “미중 무역 갈등과 일본 무역규제 등으로 위기감이 높아진 시기에 부실기업을 떠안게 된 만큼 얼마나 잘 회복시킬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이번 인수로 단기간에 대한항공을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양대 항공사라 불렸지만 영업능력이나 시장지위로 보면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들어온다고 해서 1위 항공사 자리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