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가성비 높고, 성능 좋은 모델이 잘 팔린다"는 법칙이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특히 준준형 해치백 시장이 그렇다. 운전의 재미, 개성있는 디자인,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앞세워 젊은 층 공략에 나섰지만 SUV 돌풍에 설 자리가 좁아졌다.

13일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1~10월 i30과 벨로스터의 판매는 지난해 대비 각각 45.5%, 51.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SUV가 자동차 시장의 대세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국민 첫 차'로 상징되는 준준형 세단 및 해치백 시장이 급속도로 축소된 탓이다.

고전은 하고 있지만 i30과 벨로스터는 각각의 특별한 매력이 많은 차들이다. 가성비로는 i30보다 우위인 차를 찾기 어렵고, 운전의 재미에서는 벨로스터 만한 모델을 찾기 힘들다.

▲ i30. 사진=현대자동차

i30는 지난 3분기까지 2만8156대가 수출되며 현대차 세단·해치백 모델 판매 3위(1위 아반떼 11만대, 2위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3만3803대)에 올랐다. 같은 기간 1195대가 팔린 국내시장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평가가 크게 다르다.

제원상 크기와 동력성능은 올해 출시된 소형SUV ‘베뉴’와 ‘셀토스’를 앞서고, 달리는 성능만 보면 중형세단 DN8 쏘나타에도 밀리지 않는다. 높은 가성비와 실용성, 달리는 성능 등 기본기에 대한 평가도 좋다.

가장 눈여겨 볼 것은 가격이다. i30의 주력인 1.4 가솔린 모델의 가격은 최저 1865만원부터 시작하고, 모든 옵션을 더해도 가격은 2800만원을 넘지 않는다. My익스테리어 Fit, My 인테리어 Fit, My 컨비니언스 Fit 등 다양한 옵션을 최저 트림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 i30. 사진=현대자동차

달리는 기본기도 높은 점수를 받는다. 1.4 가솔린 터보 모델의 성능은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24.7kg.m에 달한다. 1.6 가솔린 터보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7kg.m의 힘을 낸다.

베뉴 1.6 가솔린(출력 123마력, 토크 15.7kg.m)를 압도하는 것은 물론 셀토스 1.6 가솔린 터보(177마력, 토크 27kg.m)와도 견줄 수 있는 수준이다. 올해 시된 DN8 쏘나타(2.0 엔진, 출력 160마력, 토크 20.0kg.m)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실내공간도 활용성도 좋다. i30는 전장 4340mm, 전폭 1795mm, 전고 1455mm의 크기를 갖췄다. 소형SUV 베뉴에 비해 전장 300mm, 전폭 25mm, 휠베이스 130mm가 더 길고 넓다. 셀토스 대비로는 전장과 전폭이 각각 35mm, 5mm 작지만 휠베이스는 20mm 더 길다.

한편 현대차는 3세대 i30의 출시 3주년을 맞아 상품성 강화 모델을 개발중이다. 폭스바겐 골프가 올해 8세대 모델을 내놨고, 이에 대응해야할 필요성이 커진 탓이다. 파워트레인은 기존 가솔린과 디젤 라인업을 유지하면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i30. 사진=현대자동차

벨로스터는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내놓은 전략 모델이다. 독장척인 디자인, 탄탄한 기본기를 두루 갖춘 ‘현대차 답지 않은’ 성능을 뽑낸다. 스포츠카 스타일의 외관과 국내에서는 낮선 1+2도어의 비대칭 구조가 특징이다.

전체 판매량의 40%에 육박하는 '벨로스터N'은 최대 출력 275마력 최대토크 36kg.m에 달하는 고성능 모델이다. 변속기 역시 일반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수동변속기 모델로만 판매된다.

가솔린 1.4 터보, 1.6 터보, 디젤 1.6 등 세 종류의 기본형 모델과 가솔린 2.0(벨로스터N)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벨로스터N을 제외한 3개 모델은 단종 예정에 있다. 지난 1~10월 국내 판매가 1848대에 그치는 등 판매가 부진한 탓이다.

▲ 벨로스터. 사진=현대자동차

반면 해외 시장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미국의 유력 자동차 전문지 로드 앤 트릭(Road and Track, R&T)이 '2020 올해의 퍼포먼스카' 선정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포르쉐 911, 람보르기니 우라칸, 쉐보레 콜벳, 토요타 수프라, 로터스 에보라, 닛산 GT-R, 맥라렌 600LT 등 11대의 자동차가 경쟁했지만 '운전자와 자동차가 교감할 수 있는 기술' 즉 운전의 재미 부문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