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에게 타깃 데이트 펀드(TDF)가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로 인해 은퇴 이후 자산관리를 위한 새로운 투자 전략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이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캐나다, 중국, 일본, 미국, 영국 등 8개 국가 은퇴자들의 은퇴 이후 필요한 금액과 현재 저축액의 차이를 뜻하는 세이빙 갭(Saving Gap)이 2015년 70조 달러에서 2050년 400조 달러로 급증할 전망이다.

지속되는 글로벌 저금리 기조와 시장 변동성 확대 등 더 이상 저축만으로는 자산을 굴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노후보장자산을 관리했던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바닥을 쳤다. 근래 들어서는 채권, 부동산, 주식 등 다양한 자산으로 구성되어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상품에 대한 선호가 크게 늘면서 은퇴 이후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에게 타깃 데이트 펀드(TDF)가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효과적인 연금자산관리방법, TDF

TDF(Target Data Fund)는 투자자의 은퇴시점을 타깃 시점(Target Date)으로 설정해 생애주기에 따라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하는 재간접 펀드를 말한다. 재간접 펀드는 일반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TDF 같은 경우,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분산투자를 많이 해야하기 때문에 재간접펀드를 통해서 더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 출처= 유안타증권

TDF는 미국에서 1990년대 초 도입 후 200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에선 2017년 이후 자금 유입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설정돼 있는 TDF 누적 순자산 규모는 2조9206억원이다.

TDF상품이 대부분 글로벌 분산투자 형태이기 때문에 TDF 역사가 짧은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과의 협업한다.

삼성자산운용은 87년 전통의 미국 캐피탈그룹(Capital Group)과 손을 잡았다. 캐피탈그룹사가 운용하는 15개의 미국·유럽·아시아·이머징 등 글로벌 주식과 채권 등 역외 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연금시장에서 자리 잡은 TDF를 한국형으로 재설계해 2016년 4월부터 5년 단위로 총 9개의 ‘삼성 한국형 TDF 시리즈’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 지난 9월 미국 3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티로프라이스(T. Rowe Price)와 협업해 ‘한국투자TDF알아서2050’ 펀드를 출시했다. 티로프라이스의 오랜 TDF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을 수립하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국내 펀드 운용을 맡는다.

KB자산운용은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미국 뱅가드(Vanguard)사와 손잡고 생애주기 펀드를 운용한다.

지난 달 21일 기준 국내 운용사 가운데 처음으로 TDF자산운용규모 1조원을 넘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운용사 위탁이 아닌 미래에셋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직접 운용하며 우수한 성과를 시현 중이다. 미래에셋은 2011년 ‘미래에셋자산배분TDF’를 통해 TDF를 출시했고 현재 미래에셋전략배분TDF를 비롯해 총 11개의 TDF 라인업을 구축했다.

TDF의 핵심, 글라이드 패스(Glide-Path)

TDF의 핵심은 글라이드 패스라 불리는 운용전략(방식)이다. 비행기가 착륙하는 곡선에 착안해 만든 개념으로, 자산을 축적해야 하는 20~30대 때에는 공격적인 주식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게 가져간다.

한 예로 올해를 기준으로 은퇴 잔여 기간이 30년 남은 삼성 한국형 TDF2050의 경우, 투자 초반 주식 비중은 80%에서 은퇴 시점에는 30%로, 후에는 20%까지 줄어든다고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설명했다.

은퇴시점이 다가오는 40~50대 때에는 채권 펀드 등 안전자산 위주의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자산을 배분한다. 은퇴 이후에는 쌓아온 자산을 배분하는 시기로 자산보존이 자산관리의 주요 목표가 된다.

가령 20대 사회초년생이 본인의 은퇴시기를 30년 후로 잡는다면 2050년에 투자가 종료되는 ‘TDF2050’에 가입할 수 있다. TDF 뒤에 붙는 숫자 ‘2030, 2040’ 등은 가입자가 정한 은퇴 시점을 가리킨다.

TDF상품은 연금저축, 퇴직연금 성격을 가지고 있어 다른 연금 상품과 비슷하게 11월, 12월에 가입이 몰린다고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TDF 가입은 은행, 증권사 등 오프라인으로 가입하거나 온라인으로 가입할 수 있다.

상품별로는 연초 이후 ‘신한BNPP마음편한TDF2040(주혼-재간접)(C-C-i)’가 20.81%로 가장 높았고 ‘신한BNPP마음편한TDF2035(주혼-재간접)(C-C-i)’(20.54%), ‘신한BNPP마음편한TDF2045(주혼-재간접)(C-C-i)’(20.50%), ‘한화LifePlusTDF2045(혼합-재간접)C-C-f’(19.07%), ‘한화LifePlusTDF2040(혼합-재간접)C-C-f’(18.61%), ‘미래에셋자산배분TDF2045[자](주혼-재간접)C-C-I’(17.91%) 등이 높았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TDF는 기본적으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어 절세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세금 공제 혜택은 다른 일반 상품과 똑같으나 TDF상품은 연금저축, 퇴직연금, 일반 상품 모두 있기 때문에 상품의 성격에 따라 공제 차이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TDF는 모든 투자 상품과 마찬가지로 은행 상품처럼 원금 보장이 되지 않아 운용실적에 따른 이익과 손실이 투자자에게 귀속된다”면서 “퇴직연금인 만큼 해당 TDF의 장기 수익률, 운용방법 등 안정성을 고려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