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저희 회사 문제가 크게 불거져 지금 회사가 난리도 아닙니다. 일부 임원이 크게 뭐라도 해서 논란을 잠재우라고 합니다. 광고대행사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고, 직원들도 크리에이티브 한 대응을 많이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없게 대응하라 하는 의미는 무언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 대응에 있어서 창조적이고 독특하고 재미있는 성격의 것은 기본적으로 위험합니다. 위기 발생 맥락이나 상황 그리고 이해관계자 의견과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해석한다면, 대부분 그런 대응은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대부분 최고의사결정권자들께서도 그런 식의 대응에는 눈을 찌푸리시지요.

하지만 반대로 일부 스타트업 경영진의 경우 위기 시 독특하거나 재미있는 대응을 제시하지 않으면 ‘그건 우리도 아는 대응’이라며 ‘그런 기본적인 것 말고 무언가 다른 대응’을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 난감한 반응이죠. 위기관리에 있어 독특함과 재미있음이라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요?

위기관리에 있어 ‘순리’를 따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순리’란 알다시피 ‘순수한 이치’ ‘도리에 순종함’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해야 할 것, 해야 할 일이라는 말 과도 같은 의미지요. 예를 들어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어떤 것이 순리일까요? 피해 소비자와 가장 먼저 공감해야 지요. 피해를 보상하고 환원시킬 지원 또한 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해당 소비자와 다른 소비자들에게도 사과하고 재발방지나 개선책을 이야기해 신뢰를 받아내야 하겠습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회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겠지요. 이런 회사 대응은 어떻게 보여집니까? 회사의 대응을 볼 때 다른 기업에서는 볼 수 없던 독특함이 있나요? 대응이 재미있나요? 아마 그 반대일 겁니다. 독특하지도 않고, 별로 재미도 없는 대응이지요. 그 대응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런 대응이 독특해 보이지 않고, 재미도 없다 해서 위기관리의 효과가 없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여러 위기관리 원칙에도 기반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기업이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그런 도리입니다. 위기관리라는 것이 그래서 특별할 것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순리를 따른 위기관리의 효과는 그대로도 충분합니다.

위기관리 원칙, 경험, 맥락과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하게 제안되는 창조적인 위기대응 방식은 일단 경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심지어 다른 기업 몇이 시도했다는 창조적인 위기대응을 따라 하는 것도 권장되지는 않습니다. 무언가 다른 변수가 끼어 있다면 곧바로 실패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잘된 위기관리는 사람의 눈에 크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창조적이거나 독특하거나 재미있지 않습니다. 누구나 당연하다 생각하고, 상식적이라 여겨지는 위기관리가 성공합니다. 반면, 튀고 재미있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위기 대응은 그 자체로 상당한 취약성을 지닙니다. 위기 시 기업은 아주 심각한 시험을 받습니다. 그런 심각한 시험을 재미있는 대응으로 넘기려는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합니다.

먼저 마땅히 자사가 해야할 일에만 집중해 보십시오. 하고 싶거나, 일견 적절하지 않아 보이는 일들은 미루어 놓으십시오. 갑갑하고, 무언가 다르게 하고 싶고, 더 나아 보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일단 위기 시에는 재미없는 순리를 따르십시오. 재미있는 시도는 평소에 해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