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근로자, 즉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근로계약서상 기재된 2년 이하의 근로계약기간이 종료되면 해당 기간제 근로는 종료되나, 예외적으로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기간제 근로자에게도 계약을 갱신해 사실상 정규직 근로자와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지는 무기계약직 근로자서의 지위로 전환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습니다. 이 때 해당 기간제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될 무렵 인사평가 등을 거쳐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무기계약’으로 전환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어도 근로계약의 내용, 근로계약을 체결하게 된 동기와 경위, 무기계약 전환기준의 요건과 절차 설정 실태, 수행업무 내용 등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일정한 요건이 충족된다면 무기계약으로 전환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하는데, 실상 어떤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최근 선고된 하급심 판례 하나를 살펴보겠습니다.

# A씨는 2016. 6. 한국마사회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고 한국마사회가 새 사업을 위해 만든 부서에 위촉직(계약직) 팀장으로 입사하였습니다. 계약 체결 당시의 예정된 계약기간은 2016. 11. 30.이었지만, A씨는 계약기간을 세 차례 더 연장해 근무하다가 2018. 2. 한국마사회로부터 계약기간 만료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에 한국마사회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한 A씨는 한국마사회와 맺은 근로계약에는 모두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한국마사회의 위촉직 관리지침에도 위촉기간이 종료되는 경우 인력의 계속 운영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재위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발생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실제로 A씨가 한국마사회와 맺은 근로계약서에는 '한국마사회가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A씨와 협의하여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다소 엇갈렸습니다. 우선 1심 재판부는 기간제 근로자인 A씨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당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와 한국마사회가 맺은 각 근로계약은 그 계약의 갱신에 관하여 '한국마사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A씨와 협의하여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계약 갱신의 구체적인 절차나 요건에 관하여 전혀 정하고 있지 않다며 이 같은 추상적 규정만으로는 A씨의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A씨가 주장의 근거로 삼은 한국마사회의 위촉직 관리지침의 경우에도 해당 규정에는 '위촉기간이 끝나는 위촉직에 대하여 인력의 계속운영 필요성, 대상자의 건강상태, 위촉기간 중의 업무실적에 대한 운영부서의 의견, 그 밖에 재위촉 심사에 필요한 사항을 심사하여 재위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을 뿐 이 때도 근로계약 갱신 기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나 요건을 찾을 수는 없어 A씨의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물론 A씨는 현재 이 사건을 상고하였으므로 궁극적으로는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보아야 하는 상황이기는 하나, 지금까지 법원의 입장은 기간제 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전환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구체적인 절차나 요건 등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기간제 근로자가 채용과 퇴사를 반복하여 총 근무기간이 2년이 넘는 경우에는 어떨까요? 가령 A라는 사람이 갑(甲)회사를 위해 1년 9개월 간 어떠한 업무를 수행하다가 퇴사하고 또 다시 갑(甲)회사에 입사해 8개월 근무한 경우입니다. 이러한 경우에 대한 우리 법원의 원칙적인 입장은 ‘계약기간 만료로 퇴사하는 경우 그 시점에 고용관계는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나, 근로계약이 만료됨과 동시에 근로계약기간을 갱신하거나 동일한 조건의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한 경우에는 갱신 또는 반복한 계약기간을 모두 합산하여 계약 근로기간을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 7. 11. 선고 93다26168 판결 참조)는 입장입니다. 만약 이와 같이 해석하지 않고 앞서 살펴본 A의 근무기간을 각 1년 9개월과 8개월로 나누어 볼 경우 자칫 사용자인 갑(甲)회사는 기간제 근로자인 A를 실질적으로 2년 이상 고용하면서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회피하는 꼼수를 부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재계약을 거듭한 기간제 근로자의 공백기가 길어 업무 연속성이 단절되었다면 총 근로기간은 공백기 이후 근무기간으로 한정된다는 최근 대법원 판결은 기존의 대법원 판결과 사뭇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는 공개채용절차를 통해 2012. 9. A씨를 2개월간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사무보조업무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하였습니다 .이후 1~2개월 단위로 총 5회에 걸쳐 부산광역시는 계약을 갱신했고, A씨는 2013. 12.말까지 근무하였습니다. 이후 A씨는 부산광역시 기간제 근로자 공개채용절차에 참가했지만, 1차 서류전형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러나 부산광역시는 2014. 6. 해당 직역에 결원이 생기자 2015. 4.까지 A씨를 채용하였고, 계약기간이 만료하자 A씨를 해고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A씨는 자신의 총 근로기간이 2년이 넘었으므로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주장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부당해고로 판단해 A씨의 복직을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는 1심에서는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취지로, 항소심에서는 다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엎치락뒤치락을 하다 마침내 대법원은 A씨에 대한 해고 통지는 정당하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A씨의 공백기간은 5개월여로 총 근로기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고 그 기간 중에 실업급여도 받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사례는 이번 대법원 판결 이전 고용노동부에서 이루어진 적도 있는데, 고용노동부는 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관계를 종료한 후 퇴직처리를 하고 공정경쟁 방식 등으로 공개채용 절차를 진행함에 다라 기존 근로자가 당연 선발되는 것이 아니라 재계약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낮고 공백기간도 상당하다면 각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관계는 단절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한 적이 있습니다(2018. 1. 16. 고용차별개선과-119). 즉, 기간제 근로자가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전환되는 기준인 2년은 형식적으로 퇴사가 이루어지고 곧장 재입사가 이루어지는 경우라면 합산하여야 하나, 그렇지 않다면 각 입사, 퇴사를 기준으로 나누어 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 법원 및 고용노동부의 일치된 의견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