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얼마 전 저희 회사에서 좀 의미 있는 보도자료를 내서 여러 신문에 기사화되었습니다. 그런데 대표님께서는 요즘 누가 신문을 보냐 하시면서 신문에 나는 기사가 별 의미 없다 하시더군요. 그런데 오늘 아침에 저희 회사 관련 부정 기사가 하나 났습니다. 어쩌죠?”

[컨설턴트의 답변]

재미있는 상황입니다. 신문이 죽었다는 이야기는 언론계를 넘어 일반인도 이제 흔히 하는 이야기입니다. 주변을 돌아봐도 종이 신문을 읽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습니다. 온라인으로 기사를 읽는다고는 하지만, 일단 그 예전에 생각하는 신문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대표께서 신문 기사의 가치를 폄하하시는 환경에서 언론홍보 하기 힘드시다는 것이 고민의 핵심 같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대표님과 함께 일하기는 진짜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무리 홍보실에서 노력해 좋은 기사를 만들어도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으니까요. 보람없고, 일하기 불안하시겠네요.

저는 질문의 후반부에 주목합니다. 그렇게 가치 없는 신문 기사인데, 오늘 자사 관련한 부정적인 기사가 나오게 된 것이죠?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대표님 반응이 그려집니다. 가치 없는 신문 기사에 자사 관련된 기사가 나왔으니 별 의미 없다 하시겠네요. 자사에 대한 부정 내용이 기사화되었다 해도 누가 그 기사를 읽겠는가 하시겠지요.

그러나 대부분 대표님들은 부정 기사에 대해서는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실 겁니다. 해당 기사에 상당히 불쾌해 하실 겁니다. 그 기사를 어떻게 하든 삭제, 수정하라고 홍보실에 지시하시겠지요. 그런 부정 기사가 나갈 때까지 대체 홍보실은 무엇을 했느냐 하실 겁니다. 일부 대표님들은 흥분하시고 노발대발도 하실 겁니다. 근데 왜 그러시는 걸까요? 왜 다른 반응이실까요?

대표님께서 그렇게 다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언론이나 신문, 기사 가치, 사회적 영향력 등에 대해 평소 깊은 고민이 없으셨기 때문입니다. 언론을 일종의 마케팅 툴로만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내심 기자를 홍보실 사보 직원처럼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언론 기사를 사보 기사처럼 임의로 바꾸거나 삭제해 버릴 수 있다 생각하시는 것이죠.

먼저 대표님의 언론관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실무진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외부 전문가 조언이 필요하면 조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신뢰받는 시니어 고문 같은 분들이 언론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대표님께 조언할 수도 있습니다.

신문은 죽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죽지 않을 것입니다. 언론은 통제할 수 없습니다. 기자 또한 통제의 대상이 아닙니다. 광고나 돈으로 언론을 살 수 있다는 생각도 도움되는 생각은 아닙니다. 언론과의 관계를 금세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오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사 홍보실 직원들이 소모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심각하지만 흔한 오해입니다.

긍정 기사는 당연한 것이고, 부정 기사는 이상한 것이라는 생각도 버리십시오. 왜 선진국을 비롯한 거의 모든 정부에서 기자들에게 정기적인 브리핑을 할까요? 신문이 죽고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왜 그럴까요? 왜 대통령을 비롯한 최고 의사결정자들이 언론을 두려워하고 존중하며 일할까요? 왜 대형 그룹사 임원들은 취재 중인 출입기자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차량에 오를까요? 왜 많은 기관과 기업들이 신문을 구독하고, 매일 아침 모니터링 할까요? 진짜 그들이 죽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