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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건한 화웨이, 강경한 에르도안...캡틴 아메리카는 없다

경기 침체 장기화 조짐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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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를 맞아 전 세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던 미국의 경제 존재감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국방력을 중심으로 세계의 경찰 역할을 자임했으나 이 마저도 흔들리는 상황에서, 세계 자유진영의 리더인 캡틴 아메리카의 시대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끝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신 그 자리를 중국과 러시아가 노리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화웨이, 에르도안 승승장구
중국의 화웨이는 1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이 6108억 위안(약 857억달러, 약 102조200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4.4% 증가했다고 밝혔다. 순이익률은 8.7%에 이른다. 

주력인 캐리어 비즈니스 사업부가 승승장구다. 5G 수퍼 업링크(5G Super Uplink)를 내세우는 한편 통신 회사들의 혁신과 성장을 지원하는 5G 네트워크를 결성하기 위해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협업하며 산업 연합 및 혁신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금까지 60개 이상의 5G 상용화 계약을 체결하고, 40만대 이상의 5G 다중입출력장치 중계기(Massive MIMO AAUs)를 출하했다.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사업부는 화웨이 호라이즌 디지털 플랫폼(Huawei Horizon Digital Platform)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분위기다. 3분기까지 700개 이상의 도시를 비롯해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229개사, 포춘 글로벌 100대 기업 중 58개사가 디지털 전환 사업 파트너로 화웨이를 선정한 상태다.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화웨이는 3분기에 컴퓨팅 전략을 발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AI 트레이닝 클러스터인 아틀라스 900(Atlas 900)을 출시한 바 있다. 컨슈머 사업에서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8500만 대 이상으로 전년대비 26% 증가했다. 화웨이는 또한 PC, 태블릿, 웨어러블, 스마트 오디오 제품과 같은 새로운 사업에서도 급속한 성장을 이뤘다.

미중 무역전쟁이 실무협상을 통해 스몰딜에 가까운 느슨한 합의로 휴전에 돌입한 가운데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중국 기술 굴기의 선봉인 화웨이의 질주를 막아서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부 부품 수급에 있어 화웨이는 미국의 거래 제한 조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큰 틀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화웨이의 확장 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화웨이와 선라이즈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유럽 최초의 '5G 공동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하고, 민간과 공공 분야에서 5G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연구 및 개발 부문에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센터는 스위스 오피콘(Opfikon)에 위치한 선라이즈 본사와 함께 이미 상용화 중이거나 상용화 예정인 라이브 5G 시나리오를 도입함으로써 스위스 내 5G 생태계 조성을 지원할 예정이다.

   
▲ 화웨이와 선라이즈가 만났다. 출처=화웨이

독일에서도 순항중이다. 독일 정부는 16일 차세대 무선네트워크의 보안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하며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를 5G 파트너로 낙점한 셈이다. 미국은 반발했으나 독일은 화웨이의 손을 잡지 않으면 5G 경쟁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경제 영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사례는 시리아 사태에서도 고스란이 발견된다.

미국이 최근 시리아에서 자국 군대를 철수시키자, 터키는 즉각 병력을 움직여 현지의 쿠르드족을 공격하고 있다. 미국은 IS와의 전쟁에서 쿠르드족과 동맹을 맺고 싸웠으나, 최근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철군을 결심했고 그 틈을 노려 쿠르드족의 국가 설립 가능성을 경계하던 터키가 움직인 셈이다. 당장 미국이 돈 때문에 중요한 동맹을 버렸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군사행동을 시작한 터키를 비판하는 한편 경제제재에 돌입했다.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을 터키로 급파하며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으나 이미 엎질러 진 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 경제를 끝장낼 수 있다"는 말로 터키산 철강에 대한 고율관세, 무역협정 추진 중단 등 강력한 경제제재를 시사했으나 전문가들은 큰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 오히려 투자자들의 심리만 해칠 뿐 터키의 쿠르드족 침공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미국의 경제제재에도 "휴전은 없다"고 단언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 세계 자유무역이 흔들리고 있다. 출처=뉴시스

미국의 뜻이 먹히지 않는 이유...경기 침체
미국은 현재도 세계 최강대국이자 경제적 측면에서 봐도 슈퍼파워가 분명하다. 또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대를 맞아 고립주의를 자처하며 세계 영향력을 스스로 축소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자국 우선주의 원칙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장하며 경제에 있어서도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구하며 세계 경제 시장의 정교한 분업 시스템을 교란하고 있다. 결국 보호 무역주의로 이어지며 각 국의 각자도생 분위기가 연출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물론 유럽연합과의 최근 분쟁도 이러한 현상의 연장선에 있다.

경제 원리를 지나치게 정치적, 외교적 현안과 연결하는 장면도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지대를 넘어오는 이민자를 단속하기 위해 경제협상을 카드로 삼았고, 중국과의 무역전쟁과 화웨이에 대한 제재도 일대일로로 대표되는 중국의 팽창정책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내년 재선을 노리는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경제와 관련된 카드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장면도 보인다.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세계에 대한 미국의 경제 영향력 약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IMF는 16일(현지시간) 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채무불이행(디폴트) 리스크가 있는 주요 경제권의 기업부채가 2021년 기준 무려 19조달러(2경2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과도한 차입을 통한 인수합병이 빈번하게 벌어지며 기업 신용도 하락이 예상되며 신흥시장도 취약한 은행 시스템에 노출되었다는 분석이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로 하향 조정했고 내년은 3.4%를 제시했다. 미국 경제 성장률은 올해 2.4%, 내년은 2.1%로 역시 저조할 전망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물론 신흥시장의 경제가 주춤하는 한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당장의 생존을 위한 각자도생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미국의 경우 강력한 압박을 시도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상대방의 피해도 크지만 미국의 피해도 커지기 때문이며, 이는 저성장에 빠진 현재의 미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화웨이가 5G 시대를 맞아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자국에서 '미국 제재 회의론'도 감지된다. 미국의 경제 사정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는 것은 실효성도 없고,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한편 새로운 기술 협력 파트너를 잃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9월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7.8에 그치는 등 경기 악화 경고등이 커진 상황이다. 이제는 실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 불을 뿜던 지난 5월에도 비슷한 주장이 나온 바 있다. 미국 MIT 교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는 패스트컴퍼니에 기고한 글을 통해 “화웨이와의 사업 및 연구를 금지하는 것은 결코 미국 통신망 보안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화웨이 같은 기업을 금지하려는 욕망은 기술과 별개이며,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화웨이를 배제함으로써 미국 기술 시장 혁신의 주요한 원천인 아이디어, 사람 및 제품들도 배제된다”면서 “화웨이를 배제하면, 미국의 소규모 무선 통신사들은 향후 몇 년 동안 네트워크 확장, 더 발전된 5G 기술로의 업그레이드 등이 제한될 것이며, 이로 인해 새롭고 더 좋은 서비스와 더 혁신적인 제품을 제공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1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협회는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민감하지 않은 제품을 화웨이에 판매하는 것은 국가안보에 문제가 되지 않고,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 조치로 미국 기업들이 규제를 받지 않는 외국 기업과 경쟁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구글 및 마이크로소프트 등 실리콘밸리 기반 ICT 기업들은 화웨이와의 거래를 재개시켜달라는 입장을 당국에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전쟁을 주도하며 중국의 기술선봉인 화웨이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트럼프 행정부가 머쓱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막강한 경제권력으로 한 국가를 압박하던 예전의 미국이 아니다.

한편 미국의 경제 영향력이 크게 주춤하는 가운데 그 자리를 중국 및 러시아가 채우려는 시도를 보여 눈길을 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의욕있게 추진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러시아는 시리아 사태에 적극 개입하는 등 군사적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미국과 중국 및 러시아 고유의 정치체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존재감을 잃어가는 미국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의 상황을 두고 2차 세계대전 직전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말도 나온다. 당시 미국은 유럽에서 벌어지는 세계대전을 지켜보며 철저히 고립주의로 일관했으나 이내 전쟁이 확전되자 전격 참전해 연합군의 승리를 이끌었으며, 패권국의 지위를 영국으로부터 물려받은 바 있다. 현재 세계 경기 침체 장기화가 이어질 경우 '공항'의 공포가 시작되면 미국이 그 틈을 노려 고립주의를 타파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최진홍 기자 rgdsz@econovill.com

기사승인 2019.10.17  07: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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