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수익성이 낮아 손해보험사들의 '애물단지' 상품으로 전락한 자동차보험이 더욱 골치를 썩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잇따른 태풍 발생은 물론 한방진료비 비중도 지속 증가하고 있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손해율 관리를 위해 가입·지급 심사를 강화하자 관련 민원도 빗발치고 있다. 금융당국 눈치에 보험료 인상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업계는 내년 초는 돼야 보험료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고 있다. 지난 8월말 기준 주요 손해보험사 9곳(가마감 포함)의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97.4%다. 업계에서 보는 적정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7~78% 수준이다.

보험사별로 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상위 손보사 4곳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각각 92.6%, 95.4%, 92.3%, 93%로 집계됐다.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의 손해율은 각각 87.4%, 96.7%, 99.8%다. MG손해보험과 더케이손해보험의 손해율은 각각 117.8%, 101.8%를 기록했다.

잇따른 가을 태풍에 하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9~10월 불어 닥친 태풍 '링링', '타파', '미탁'으로 인한 자동차 추정손해액은 18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풍으로 인해 접수된 자동차 피해만 5788건에 육박한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에 영향을 끼치는 한방의료비 비중도 증가 추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동차보험 총진료비 중 한방진료비 비중 및 유형별 내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총 진료비 중 한방진료비의 비중은 41%나 차지했다.

지난해 한방진료비는 7139억원으로 최근 3년 새 99.5%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13%포인트 증가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한방진료 환자증가율도 연평균 21.2%로 집계됐다.

치솟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민원까지 빗발치고 있다. 보험사들이 악화하는 손해율을 관리하기 위해 자동차보험 가입·지급 심사를 까다롭게 진행하다 보니 관련 민원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접수된 금융 민원은 3만992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건(0.3%)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보험 민원은 399건(1.6%) 증가했다. 특히 금융 민원 중 손보사의 민원 비중이 36.9%나 차지했으며, 자동차보험 보험금 산정·지급은 2680건에서 2806건으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선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금융당국 눈치에 연내 추가 보험료 인상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미 상반기에 두 번이나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손보사들은 지난 5월과 1월에 각각 1.5%, 3.4% 수준의 보험료 인상을 단행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활물가 상승, 보험금 누수 방지 등을 고려해 자동차 보험료 인상 폭을 조율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에 △정비요금 인상 △육체노동 가동 연한 연장 △한방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 등에 따른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분을 상반기 보험료 인상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요인은 계속 늘고 있지만 이미 상반기 보험료 인상이 두 번 이뤄졌기 때문에 연내 추가 보험료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국감 기간이라 보험료 인상에 대해 언급되는 부분도 없어 적어도 내년 초는 돼야 보험료 인상에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