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롯데그룹이 또 한 번의 큰 파도와 마주한다. 올 상반기 중으로 예정됐던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뇌물수수혐의에 대한 재판이 17일 목요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법원에서 열린다. 롯데는 지난해 2월 그룹 창립 이후 사상 최초로 총수의 법정구속을 한 번 경험했다. 10월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신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기 전까지 롯데는 큰 변화를 앞둔 그룹의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에 열리는 상고심 재판에서는 2심의 판결이 적합했는가를 다시 판단한다. 만약에 발생할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야하는 롯데그룹의 계산은 복잡하다.

대법원이 내릴 수 있는 결정 2가지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2월 롯데면세점 특허의 재취득과 관련, 박근혜 정부와 연결된 국정농단 사건의 중심인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건넨 뇌물수수혐의로 1심에서 법정구속 됐다. 롯데 측은 즉시 항소했고 같은 해 10월에 열린 항소심에서 법원은 “신 회장이 K스포츠재단에 전달한 뇌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제성을 띈 요구에 응한 것”이라는 이유로 징역 2년6개월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풀려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롯데의 경영에 복귀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사안의 완전 종결이 아니었고, 신 회장은 대법원의 재판을 한 번 더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대법원은 지난해 열린 2심의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4년’ 판결을 종합해 이를 다시 검토한다. 대법원은 두 가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첫 번째는 2심 판결 내용에 문제가 없음을 확정하고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대법원이 이 같은 내용의 판결을 내리면 사실상 사안에 대한 논의는 끝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두 번째는 2심 판결 내용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고등법원에서 사안을 다시 판단하도록 ‘파기환송’을 하는 것이다. 만약 대법원의 결정이 후자라면 신동빈 회장은 이후에 열릴 재판에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판단 받아야 한다. 최악의 경우 다시 열리는 재판의 결과에 따라 신 회장은 또 구속될 수도 있다. 

불리한 상황?  
   
현재로써는 대법원이 지난 2심의 결과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 것이라고 쉽게 예단을 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신동빈 회장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의견들의 참고하는 근거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다. 지난 8월 29일 열린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2월 징역 2년 6개월 및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판결을 파기환송해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신동빈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지난 재판의 판결은 “지난 정권의 강요가 있었는가”를 고려했다는 점에서 큰 맥락이 같다. 법원이 일관적인 관점을 유지한다면, 17일 열릴 재판의 판결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기에 재판의 결과가 완전히 달랐던 1,2심 판결 의견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한 ‘청탁의 의도가 있었다’라는 내용 역시 롯데에게는 불리하다. 롯데와 신 회장 측은 “대가를 바라고 지난 정권에 명시적으로 청탁한 적이 없다”라고 줄곧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면서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70억원은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된 뇌물의 성격이 있음을 인정했다. 

법무법인 서로의 조태진 변호사는 “지난 1심, 2심 재판 결과를 살펴보면 K스포츠재단에 전달된 70억원에 대해 법원은 지난 정권의 강요 여부와 큰 관계없이 여기에는 롯데의 청탁 의도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라는 의견을 바꾸지는 않았다”면서 “이번 재판에서 법원이 롯데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관련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등한 관계에서 청탁을 했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신 회장의 앞날은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 부회장 신 회장이 처한 상황과 복잡하게 얽힌 사실관계는 완전히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이전의 재판 결과가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수도 있다. 일련의 의견은 정황에 근거해 상황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확률은 50대 50이다.

최악의 시나리오 그리고 황각규 부회장  

롯데가 현재 대응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다. 대법원에서 항소심의 판결을 뒤집고 이것이 향후의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해 최악의 경우 총수의 부재를 또 경험하는 것이다. 롯데로써는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다. 

우선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신 회장과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체계를 갖춰가고 있는 그룹의 지배구조 완성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지난해 집행유예로 풀려난 직후 경영에 복귀한 신 회장은 자신과 지주사를 중심으로 한 그룹의 경영체계를 구상했고 현재는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지주사를 중심으로 한 롯데의 경영 통합은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가 대주주로 있는 ‘호텔롯데’를 국내 증시에 상장시켜 경영권을 가져오는 것으로 완성된다. 신 회장이 부재하면 당연히 이 계획의 완성은 계속 미뤄진다. 아울러, 경영에 복귀함으로 다시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가 된 신 회장의 입지도 역시 재검토된다. 아울러 향후 5년간 ‘50조원’을 화학과 유통 등 미래 지향적 산업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신 회장의 계획도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여론은 현재 롯데그룹 내 서열 2위인 황각규 부회장의 입지를 주목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 신 회장이 부재할 경우 현재까지 추진된 그룹 경영의 방향성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황 부회장은 지난해 신 회장이 잠시 부재했을 때 그를 대신해 경영 일선에 나선 경험이 있다. 

현재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에 대한 법원의 선처를 바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등 그룹의 의지와 관계없는 이슈들로 온갖 풍파를 다 견디면서도 사업 확장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애쓰고 있는 롯데의 노력을 고려해달라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에 경제계 그리고 국내 13만 롯데 임직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