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15일 서울 오토웨이타워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스타트업이 한국의 미래를 열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설립 3주년 기념 대담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장병규 4차 산업혁명 위원장은 스타트업의 비전과 미래를 공유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 위원회 활동의 애로사항을 털어놓기도 했다. 주 52시간 근무와 관련된 자기의 소신을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ICT 스타트업 업계의 버블 논란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가운데 현재의 상황은 90년대 후반의 버블이 아닌, 일종의 조정기라는 주장도 나왔다. 스타트업의 규제완화를 위해 차라리 강력한 제재를 설정하자는 방안도 제기됐다.

▲ 코스포 3주년 대담이 열리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코스포 책임 커진다”
대담에 앞서 최성진 코스포 대표는 오프닝 멘트를 통해 “2016년 9월 발족한 후 스타트업 생태계 거버넌스 구축 및 비즈니스 환경개선 등의 활동을 했다”면서 “스타트업과 관련된 부당한 규제는 94개를 발굴했고 규제샌드박스 지원도 14건에 이를 정도로 열심히 달려왔다”고 말했다.

현재 코스포는 4개 협의회와 부산지역협의회를 별도로 운영하는 중이며 교육 및 복지, 투자 등 다양한 분과도 활동하고 있다. 나아가 경기도 및 창원시, 중소기업중앙회 등 다양한 지자체 및 단체와도 협력하고 있다. 활동하는 스타트업은 1100개다. 최 대표는 코스포 출범 선언문을 인용하며 “스타트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창출하고 더 많은 도전을 하겠다”고 말했다.

장병규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장은 스타트업의 비전을 현실에 맞게 설명했다.

장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개념부터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은 단기적으로는 인공지능, 장기적으로는 기술의 발전”이라면서 “3차 산업혁명은 주어가 인간인 알고리즘이 구축되는 것이며, 4차 산업혁명은 주어가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이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이 보여주는 변화의 속도는 빠르고, 이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규정한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현명한 시행착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함의 시대를 맞아 기획을 통한 대비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얼마나 현명하게 실패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는 디지털의 특성이기도 하다.

신형 자동차 테스트를 예로 들었다. 그는 “1, 2차 산업혁명이 해당되는 아날로그의 시대에서 신형 자동차 테스트를 한다면 철저한 계획을 해야 한다”면서 “반면 3, 4차 산업혁명이 해당되는 디지털 시대에서는 냉정한 기획보다 투입비용이 극소화된 실행에 방점을 찍어 무수히 많은 테스트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위원장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를 극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대기업은 토지, 노동, 자본을 투입해 기존 자산을 활용하는 방식이며 스타트업은 사람이 중심이 되어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면서 “스타트업은 열정과 몰입, 또 실패를 거듭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스타트업이 각광을 받는 이유다.

장 위원장은 주 52시간 근무에 대해서도 ‘방점이 잘못 찍혔다’고 지적해 눈길을 끈다. 그는 “스타트업은 주 52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가 중요하다”면서 “몰입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로 근로의 다양한 가능성을 원천차단하는 방안보다는, 차라리 여지를 열어주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런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 위원장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상당히 발전되고 성숙한 상태라고 봤다. 그는 “30년간 스타트업 생태계는 발전해왔고, 유니콘의 숫자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면서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80년대 제조 스타트업, 90년대 후반 인터넷 스타트업, 2000년대 중반 스마트폰 스타트업,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시대”라면서 “지금은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이어 “정부의 신 남방정책과 스타트업의 시너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교육업체 이투스 창업자이자 비네이티브 대표인 김문수는 스타트업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높은 청년 실업률 문제를 거론하는 한편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사회가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면서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의 가치를 알아가는 상황에서 ‘왜 스타트업인가’에 답해야 하며, 경영 경제학 교수들의 질문에도 답변해야 하고 정부의 질문에도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도 실질적인 영업성과에 대한 압박도 받을 것이며, 일부 블록체인 및 코인 업계의 불합리한 행태와 스타트업 대표의 경력조작 등 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회의 질문도 거세질 것”이라면서 “코스포의 책임감이 커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반반택시를 운영하는 코나투스의 김기동 대표는 어려웠던 자사의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택시는 오래된 사업이라 규제가 너무 많았다”면서 “구글링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개발에 착수하던 상황에서 법무법인을 찾아갔는데, 어떤 법인은 가능하다 말하고 어떤 법인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샌드박스 추진 과정에서 “코스포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사업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스타트업이 뭔가 바꾸는 것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규제 샌드박스 제도까지 거론하는 한편 “스타트업에게 법률 자문 채널이 필요하며 네거티브 규제를 위한 다양한 접근, 나아가 지속적인 규제완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서형 비트바이트 대표는 20대 창업가를 대표해 연단에 올랐다. 비트바이트는 안 대표가 고등학생 시절이던 2014년 처음 팀으로 구축됐으며, 최근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해 업계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안 대표는 “처음 창업을 할 때 선배 창업가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응원과 지원은 후배 창업가들의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 코스포 3주년 대담이 열리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스타트업 규제 완화의 답은?”
김봉진 코스포 의장은 본업인 스타트업 비즈니스와 함께 코스포의 의장을 병행하는 이유에 대해 “솔직히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나도 생태계 내부에 있다”면서 “중간 연결자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 위원장을 맡는 이유로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면서 “배움과 성취감이 4차 산업혁명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동력”이라고 말했다.

현재 스타트업의 자율규제와 관련해 많은 논란이 나오는 가운데, 기업에 대한 집단 소송 및 징벌적 손해배상의 제도화를 확립하자는 도발적인 주장도 나왔다. 장 위원장은 “미국은 집단 소송 및 징벌적 손해배상이 발전했으며 중국도 상당히 강하다”면서 “한국은 기업이 뭔가 잘못했을 때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미약하다. 결국 정부 입장에서는 규제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정부의 규제로 제대로 된 사업을 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으며 그런 이유로 스타트업의 자율규제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 지점에서 장 위원장은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 셈이다. 기업이 집단 소송 및 징벌적 손해배상의 제도화에 영향을 받으면 ‘알아서 조심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완화를 끌어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규제 자체에 대한 근원적인 접근도 시도됐다. 특정 규제가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장 의장은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으려는 소통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ICT 스타트업 버블 논란이 벌어지고 있으나, 장 위원장은 “지금은 버블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버블이 아닌 조정기라는 뜻이다. 다만 장 위원장은 “많은 창업자들이 회사가 나의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연스럽게 확증편향이 생긴다. 스타트업이 잘못된 길을 가도 인지하지 못한다. 이 부분만 조심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봉진 의장도 동일한 의견이다. 그는 “저는 오너가 아닌 대표이사”라면서 “모바일 혁명이 벌어진 후 10년이 지났고, 이제 조정기가 왔을 뿐 버블은 아니다”고 말했다.

창업가 정신에 대해서는 단호한 의견이 나왔다. 장 위원장은 “기업가 정신이 없다고 느낀다면 창업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대학에 가서 학생들을 만나면 창업하지 말라고 한다. 모든 사람이 창업을 할 필요는 없고 창업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공존에 대한 철학도 나왔다. 장 위원장은 “지금까지 대기업은 스타트업의 혁신이 필요없었다”면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기업이 점점 스타트업의 혁신을 배워가고 있으며, 문제는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를 색안경끼고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각자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경쟁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협력할 때 도움을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대기업을 한 번 넘어서야겠다는 의지를 가지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및 한일 경제전쟁 등 외부의 경제환경이 악화되고 내년 경기가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장 위원장 및 김 의장 모두 “불확실성의 시대일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페이팔 마피아처럼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최근 네오위즈 마피아에 이어 우아한형제들 마피아 등 창업자 집단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장 위원장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인다”면서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직원이 나가려고 하면 처음에는 잡지만, 다음으로는 함께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한다”면서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 자연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국내 스타트업 일원들에게 끊임없는 변화를 주문했다. 김 의장은 “한 마을의 미래를 보려면 아이들을 보라는 말이 있다”면서 “한 국가에서 많은 기업이 계속 나와야 발전할 수 있고, 코스포의 할 일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장 위원장은 자신의 후임으로 “당정청과 유기적인 협력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옳은 말을 해도 통하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무적 감각을 가진, 정치적 후각을 가진 인물이 후임으로 오면 좋겠다는 뜻이다. 장 위원장은 스트레스 때문에 폭식하는 습관까지 생겼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