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주 52시간 도입으로 버스기사가 부족해지자 국토교통부와 육군이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군 운전병의 버스회사 취업 지원 사업’에 따라 전역한 군 운전병을 3000명 넘게 채용하겠다고 공표했다. 이 사업에는 장병들에게 버스기사 자격시험 비용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목표 대비 실적은 매우 저조했다. 지난해는 단 40명 뽑는데 그쳤고, 올해는 예산 5억원을 투입하면서 목표치를 3천200명까지 늘렸지만 실제 취업자는 고작 16명이었다.

이러한 행동을 ‘근시안적 행정’의 전형이라고 한다. 꿈 많은 20대 중반에 전역하자마자 버스 기사를 하라는 건 어불성설 아닌가. 제도를 만드는 당신의 자녀가 전역하자마자 버스 기자로 인생을 시작하라고 권장하겠는가? 버스 회사들 조차도 젊은이들이 지원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는 이런 사업을 왜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토부는 말한다. “단순 목표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젊은이들의 취업 기회를 넓힌다는 취지”라고.

영국이 식민 통치 중이던 19세기 인도 정부는 인도 북부에 있는 델리의 길거리에 독을 가진 코브라가 너무 많아 델리에 사는 영국인이 불편을 겪는다고 판단했다. 문제해결을 위해 인도 정부는 죽은 코브라를 한 마리 가져올 때마다 보상을 하기로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안그래도 먹고 살기 어려운 팍팍한 사회 현실에 포상금으로 생계를 이을 작정으로 코브라를 직업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한마디로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고 고용창출의 효과가 생긴 셈이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정부는 보상 프로그램을 취소했다. 그러지 않아도 통치자들을 미워하던 주민들은 취소 조치에 화가 나서 코브라를 모두 길거리에 풀어놓았고 수는 정부가 프로그램을 세우기 전보다 세 배나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을 ‘코브라 효과’라고 한다.

군 운전병의 버스회사 취업 지원사업은 코브라 효과와 같다. 사실 이러한 사례는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있다. 제로페이, 한강공원 17도 이상 주류 판매 금지, 대전중앙시장 청년구단, 선택시간제 공무원제도 등 근시안적 사고로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셈이다.

왜 이런 결과들이 줄지 않고 계속해서 발생되는 걸까? 대부분은 사람들은 현상을 그저 눈앞에 ‘보이는 대로’ 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주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이미 모든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면 사람들은 늘 봐왔던 패턴대로, 이미 가지고 있는 시점으로 관찰하고 인식한다.

바나나를 먹고 난 후 껍질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본적이 있을 거다.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인식하는 건 ‘수동적 관찰’이다. 큰 노력 들이지 않고 바라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그 생각을 넘어 이렇게 의문을 품는다. ‘바나나가 상하면 왜 껍질이 갈색으로 변하는 걸까?’라고. 이는 식물이 함유하고 있는 폴리페놀이라는 화합물이 산소와 작용하면 색깔이 갈색이나 검은색 물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질문을 갖고 의문을 품어야 ‘적극적 관찰’이다.

헝가리 출생의 미국 생화학자인 알베르트 스젠트 기요르기(Albert Szent-Gyorgyi)는 일상적 주변 상황에서 적극적 관찰을 통해 식물 안에서 당 같은 화합물질인 비타민 C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비타민 C와 푸마르산의 접촉작용에 대한 발견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피사의 대성당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천장에 매달린 램프에 기름을 넣는 과정에서 추가 왕복운동하는 것을 보았지만, 오직 갈릴레오 갈릴레이만이 그것을 적극적으로 관찰했고 그 움직임을 시간을 측정하는 데 응용했다. 아무리 많이 알아도, 아무리 좋은 기업에 근무했더라도 그것을 적극적으로 관찰하지 않으면 지식과 경험은 단순한 스펙에 불과하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어떠한가? 열심히 숲 속을 거닐지만 땔감도, 천장에 매달린 램프의 의미도 제대로 관찰하지 못한다. 멀리서 휘황찬란하고 큰 것을 찾기 위한 수동적인 노력만 들일 뿐 적극적 관찰을 위한 태도는 바뀌지 않는다. 예술이나 과학의 세계에서는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이라는 철학이 있다. 거창한 것 같지만 단순한 논리다. 일상의 가까운 날들에서 주목한 만한 가치를 찾아내다보면 당신의 세상도 달라질 것이다. 먼저 들춰보고 뒤집어보고 이어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궁금한 것을 참지 말라. 그리고 의문을 품고 적극적으로 관찰해보라. 보고 또 보고 만져보고, 씹어보고, 던져보고, 들춰보고, 물어보라. 근시안적 행정은 이런 과정을 통해 탈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