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중국 모바일 게임의 승승장구가 전 세계 시장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앱 시장 최고 매출 게임 순위 TOP 10 중 절반 가량이 중국산 게임일 정도다. 신작의 성공률도 높은 편이라 시장은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산 게임의 흥행 이유와 국산 게임의 중국 진출 가능성에 대해 유엘유게임즈의 성환 사업실 이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엘유게임즈는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두고 홍콩 및 서울에 지사가 있는 퍼블리싱 게임사다. ‘글로리’ ‘아르카’ ‘리치리치’ ‘풍신’ 등을 서비스한 것으로 유명하다. 성환 이사는 본사에서 퍼블리싱 라인업 프로젝트 총괄과 기업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 유엘유게임즈 성환 이사 모습. 출처=유엘유게임즈

中 게임, 차별화된 장르 게임에 정교한 BM… “붕괴3rd가 기점

성 이사는 중국산 게임의 성공 원인을 크게 개발력 향상, 장르의 다각화, 노련한 BM(비즈니스 모델) 등 3가지로 분석했다. 성 이사는 “중국의 개발력은 2015년까지는 외국게임을 베끼는 방법으로 성장했다면, 2016년부터는 주요 업체를 중심으로 고퀄리티 게임을 만드는 업체들의 발돋움이 시작됐다”라고 설명했다. 성 이사는 이와 관련, 도화선이 된 상징적인 게임으로 2016년 말 출시된 ‘붕괴3rd’를 꼽았다. 붕괴3rd는 모바일 미소녀 ARPG로 이듬해 일본·대만·한국 등에도 출시됐다. 이 게임은 세련된 카툰렌더링과 액션성 등이 호평을 받으며 “중국 게임은 촌스러운 양산형이다”라는 기존의 편견을 깼다.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지금도 순항하고 있다.

중국 게임 시장 분위기가 최근 몇 년 사이 급변했다는 설명이다. 이미 개발력을 올리려는 시도가 많아지는 가운데, 2017년 초 사드(THAAD) 배치 문제가 불거지며 중국 당국은 그 보복으로 한국 게임을 포함한 여러 문화 콘텐츠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그 사이 중국 주요 업체를 중심으로 게임성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변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성 이사는 2018년 중국 전체에 판호(중국내 영업허가권) 발급이 중단된 것도 또 하나의 기점으로 봤다. 성 이사는 “지난해 판호 발급 전면 중지로 게임 시장에는 자금력이나 개발력을 갖춘 게임사만 살아 남다 보니 출시되는 게임 수는 확연히 줄었지만 오히려 퀄리티는 향상됐다”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판호 발급 총량을 제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며, 2018년 3월부터 12월까지 판호 발급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유엘유게임즈 풍신 이미지. 출처=유엘유게임즈

중국 개발사는 개발력이 향상된 한편 차별화된 장르를 공략하며 시장의 호응을 얻었다. 성 이사는 “방치형, SLG, 미소녀 RPG, 클리커 등 한국 개발사에서 많이 시도하지 않는 장르를 공략한 점도 중국산 게임 약진의 이유”라면서 “이런 장르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 예로 ‘라이즈 오브 킹덤즈(SLG)’ ‘랑그릿사(일본 IP SRPG)’ ‘붕괴3rd(미소녀 ARPG)’ ‘소녀전선(미소녀 RPG)’ ‘황제라 칭하라(궁전)’ ‘로드 모바일(SLG)’ ‘마피아 시티(SLG)’ ‘리치리치(클리커)’ 등이 있다. 한국 시장에서 인지도와 매출을 모두 챙긴 게임들이다. 이들 게임의 흥행으로 MMORPG 장르가 매출을 독식하던 모바일 게임 시장 구조가 변한 것도 사실이다.

매출 창출력이 뛰어난 중국 게임의 BM 구조에도 주목했다. 성 이사는 “중국 게임시장은 서비스 기반으로 발전했다 보니 개발력 중심으로 성장한 한국보다 BM 설계 능력이 탁월하다”라면서 “중국 게임은 개발초기 BM 배치나 디자인을 완벽히 게임내에 녹여서 진행해 비교적 수익성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성 이사는 “중국 게임의 개발은 기본적인 핵심 플레이 요소가 잡히면 게임 콘텐츠는 BM 디자인의 구성에 맞춰 적시적소에 배열되는 구조로 많이 개발 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는 선후 관계에 대한 이야기인데, 완성된 게임 콘텐츠에 BM을 적용하는 것이 아닌, 정해놓은 BM에 게임 콘텐츠를 맞춘다는 의미다. 성 이사는 “다소 노골적이긴 하지만 매출에 큰 차이가 생기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BM에 대한 자신감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어진다. 성 이사는 “게임의 수익성에 자신이 있으면 적정한 계산을 통해 마케팅 예산을 측정하는 데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에도 SNS를 중심으로 중국산 게임의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은 이어지고 있으며 그 효과를 보고 있다.

“韓 게임 중국 내 위상 여전”… 판호 발급 전망은 미지수

일각에선 중국산 게임이 발전하며 중국 내에서 한국 게임의 경쟁력이 크게 후퇴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성 이사는 “여전히 중국 게임 이용자들은 한국 게임을 좋아한다”라면서 “판호가 막힌 2년 동안에도 ‘표류소녀’ ‘서머너즈워’ ‘배틀그라운드’ 등 인디게임, RPG, 대전 게임 등은 꾸준히 각광 받았다”라고 말했다.

과거 PC 온라인게임의 지식재산권(IP) 힘도 유효하다. 성 이사는 “뮤(MU), 미르의 전설, 카트라이더, 라그나로크 등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역시 중국 iOS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모바일 게임의 수요나 위상은 여전히 높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 게임의 판호 발급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 당국이 국산 게임과 외산 게임 모두에서 판호를 전면 중단하는 강수를 둔 여파로 밀려있는 판호가 아직 수천개에 달하고, 발급 개수도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성 이사는 “최근 들어 판호 발급에 속도가 붙고 있긴 하지만, 대기중인 판호는 여전히 수천개에 달한다”라면서 “판호가 다시 발급되기 시작한 초반에는 연간 발급되는 판호가 2000~5000개가 될 것 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해당 개수에 대한 발표는 없었다”라고 귀띔했다.

성 이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의 판호 통과 개수는 1074개(모바일게임 1004개, PC·웹·콘솔 등 70개)에 불과하다. 2017년 통과된 9845개와 비교하면 9배 가량 급감했다. 한국을 포함한 외산 게임의 진입 통로도 덩달아 좁아졌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