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가 주주들의 질문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헬릭스미스가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치료를 대상으로 개발 중인 혈관신생 치료제 ‘VM202(엔젠시스, VM202-DPN)’의 임상 3-2상에 박차를 가한다. 엔젠시스는 앞서 미국에서 진행된 3-1a상에서 약물혼용 가능성이 있는 데이터가 도출돼 시장의 뭇매를 맞았다. 헬릭스미스는 3-1a상과는 별개로 진행된 3-1b상에서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헬릭스미스는 3-1상 데이터 확보에 더해 미국 식품의약품청(FDA)로부터 신약 판매허가를 받기 위한 임상 3-2상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FDA로부터 ‘재생의학 고급치료제(RMAT, Regenerative Medicine Advanced Therapy)’로 지정 받은 엔젠시스의 잠재력이 주목된다.

헬릭스미스, 2주 동안 지옥과 천국 오갔다

업계에 따르면 헬릭스미스는 앞서 엔젠시스의 적응증 중에서 하나인 DPN에 대한 433명 대상 임상 3-1a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해당 데이터 중 약력학(PK) 데이터에서는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엔젠시스 DNA가 검출되지 않아야 하는 위약 환자군에서 해당 DNA가 검출되거나 엔젠시스 투여군에서 해당 DNA 농도가 지나치게 낮은 사례 등이 발견됐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당시 “조심스럽지만 임상을 진행하는 병원에서 약물이 혼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여러 방면에서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 2019년 9월 9일부터 10월 9일까지 헬릭스미스 주가 및 거래량 추이2. 출처=금융 빅데이터 딥서치(DeepSearch)

헬릭스미스 주식은 9월 23일 17만 1400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헬릭스미스 주가는 임상 3상 최종 결론 도출 연기됐다는 소식이 나온 후 24일 하한가 12만원을 기록한 후 30일 6만 6300원까지 떨어졌다. 주가는 7만 2500원까지 반등했지만 지지부진한 등락을 거듭하다가 7일 3-1b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는 발표 후 급등, 8일을 기준으로 10만 5400원선까지 회복했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를 비롯한 주주들은 유의미한 임상 데이터를 도출해낼 때까지 2주일 동안 지옥과 천국을 오간 셈이다.

주가가 하한가와 상한가를 오간 영향으로는 헬릭스미스 엔젠시스 DPN 임상 데이터가 꼽힌다. 헬릭스미스는 앞선 3-1a상에서는 약물 혼용에 따라 데이터 도출이 어려웠지만 3-2b상에서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헬릭스미스에 따르면 이번 3-1b상은 FDA로부터 별도의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은 독립 임상으로 3-1a상은 ‘NCT 2427464’이며 3-1b상은 ‘NCT 04055090’이다.

헬릭스미스는 임상 3-1b상 데이터를 토대로 임상 3-2상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약물혼용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되는 3-1a상 데이터에 대해서는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과학적으로 조사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뽑아낼 계획이다.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 DPN 임상 3-2을 환자 수를 150~200명 정도로 축소해 5~10개 병원에서 2~3개로 나눠 진행할 예정이다. 3-2상 완료 시점은 2020년으로 예상된다. 김선영 대표는 “후속 임상 3상은 환자 규모를 줄여 시장에 제품을 빨리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엔젠시스 3-1b상서 ‘깨끗한’ 데이터 확보

3-1b상의 목표는 기존 3-1a상에 참여한 DPN 환자를 대상으로 엔젠시스 첫 투여 후 12개월 시점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조사하는 것이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원래 FDA 허가 가이드라인에 따른 장기 안전성 자료 수집 차원에서 시작했다”면서 “부평가 지표로 통증감소 효과, 즉 유효성을 설정했기에 안전성과 유효성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3-1b상에는 기존 3-1a상에서 활발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임상을 수행한 12개 병원이 참여했다. 피험자는 총 101명이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3-1b상이 승인된 올해 1월 이후에 기존 3-1a상에서 270일 추적관찰이 끝나지 않은 사람만 모집했으므로 3상으로서 규모는 작다”면서도 “환자와 병원의 참여도가 높고 엔젠시스 사용 경험이 많이 있었으므로 데이터 품질이 우수할 것으로 기대됐던 집단”이라고 설명했다.

3-1b상과 관련한 발표에 따르면 엔젠시스는 3-1a상과 마찬가지로 안전성을 확보했다. 엔젠시스군과 플라시보(위약, 가짜약)군 모두에서 이상반응(AE)의 빈도와 정도에 차이가 없었다. 약물과 관련된 중대이상 반응(SAE)도 관찰되지 않았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오히려 한번이라도 AE가 발생한 피험자 빈도는 엔젠시스군 21.5%, 플라시보군 25.0%로 엔젠시스군이 플라시보군보다 낮았다”고 설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엔젠시스의 통증 감소 효과, 유효성은 모든 피험자군(ITT집단)의 6, 9, 12개월에서 플라시보에 대비해 P값이 각각 0.010, 0.044, 0.046으로 통계적 유의미성이 높았다. 플라시보 대비 엔젠시스의 통증감소 수치(델타값)은 6, 9, 12개월에서 각각 마이너스(-)1.1, -0.9. -0.9였다.

▲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가 기존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리리카' 혹은 '뉴런틴'을 사용하지 않은 환자에서의 엔젠시스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DPN 치료제인 ‘뉴런틴’과 ‘리리카’를 복용하지 않은 집단에서 엔젠시스는 높은 효능을 나타냈다. 6, 9, 12개월에서 플라시보 대비 델타값은 각각 –1.3, -1.2, -1.5를 나타냈다. P값은 각각 0.031, 0.050, 0.016이다. 업계 전문가는 “헬릭스미스 엔젠시스 DPN 적응증 대상 임상 3-1a상 데이터는 잘 모르겠지만, 3-1b상 데이터를 보면 약효는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엔젠시스, 재생 치료제 기대감 높다

헬릭스미스가 개발 중인 치료제 엔젠시스가 주목을 받는 이유로는 미국 FDA로부터 RMAT로 지정받은 점이 꼽힌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RMAT는 첨단 재생의약 잠재력이 있는 약물에게만 주어진다”면서 “RMAT는 임상과 시판 허가 시에 많은 혜택을 받는 ‘특별 지위’ 의약품이다”고 설명했다.

엔젠시스는 4개 타겟 질환에 대해 개발이 진행 중이다. 타겟 질환을 살펴보면 당뇨병성 신경병증(DPN)과 허혈성 지체질환(PAD),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루게릭병), 허혈성 심장질환(CAD) 등이다. 각각 질환의 발병 원인은 대개 미세혈관과 신경세포가 죽거나 말초동맥이 폐색되는 것, 운동신경이 파괴되는 것 등이다.

▲ 엔젠시스(VM202) 작용 원리. 출처=헬릭스미스

설명에 따르면 엔젠시스는 혈관신생 치료제로 혈관폐색 또는 협착된 혈관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측부혈관의 형성을 촉진시켜 질환을 치료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이는 간세포성장인자(HGF) 유전자를 이용한 의약품이다. HGF 유전자는 신경세포의 재생 및 보호에 관여한다고 알려졌다. 이는 신경계 질환으로도 확대 적용되고 있다.

각각 질환의 엔젠시스 임상에서 시판 허가를 위한 데이터가 도출된다면 시장성 확보는 물론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의약품이 개발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3-1b상 종료 시점은 첫 주사 후 12개월인데 이는 엔젠시스를 마지막으로 투여한 104일 이후로부터 무려 261일(8.7개월)이 지난 시점이다”면서 “엔젠시스가 완전히 없어지고 단백질 발현도 없는 상황에서 효과가 8개월 이상 지속됐다는 것. 이는 엔젠시스가 손상된 신경을 재생해 통증성 신경병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재생의약품임을 강력히 시사하는 결과다”고 설명했다.

▲ 헬릭스미스가 밝힌 엔젠시스 개발 로드맵. 출처=헬릭스미스

엔젠시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음에도 이번 3-1상 데이터를 토대로는 FDA에 생물의약품 시판허가 신청(BLA) 제출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헬릭스미스는 3-2상을 진행해 약 2년 뒤인 2021년 말, 2022년 초에 BLA를 제출할 방침이다. 공교롭게도 ALS 임상 2상과 CMT 등 희귀질환에 대한 BLA 제출 목표 시기도 겹치게 됐다. 김선영 대표는 “최종 결과는 2년 후 알게 될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헬릭스미스와 관계된 일이 2주가 아니라 2년 동안 지속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1b 데이터를 보면 약효가 있어 보이는데, 왜 3-1a상을 서둘러 발표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유의미한 데이터가 도출됐든 안 됐든 정제된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