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각 사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국내 유통 업체뿐 아니라 전 세계 유통 업체들이 롤 모델로 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류와 첨단기술 그리고 이커머스를 잇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오프라인 유통까지 집어삼키려 하는 아마존의 ‘위력’은 롯데와 신세계가 추구하는 이커머스 확장에도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의 성장을 보고 그 궤적을 따라가기엔 두 기업의 현재 상황은 좋지 않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대하는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의 대응은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본진’의 상황이 심하게 좋지 않다   

물론 이커머스는 유통업계에서 장기적 관점의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최소 향후 5년 혹은 10년 후를 전제한 것이다. 사업 확장의 이상적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려면 아마존이 AWS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 다양한 방향으로 투자를 하는 것과 같이 롯데와 신세계도 본진인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충분하게 채워지는 자본을 기반으로 한 사업영역 확장이 이뤄져야 한다. 롯데와 신세계 유통사업의 근간을 지키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오프라인 유통채널이다. 문제는 롯데와 신세계 모두 신사업 확장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본을 본진에서 확실하게 지원해 줄 만큼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데 있다. 오히려 이커머스에 투입되는 자본은 각 사의 유통사업 운영에 부담이 될 정도가 되고 있다. 

이커머스 확장을 위한 초기자본의 투입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여긴다면, 롯데와 신세계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조건은 현재 주력사업의 안정적인 운영이다. 그러나 현실은 ‘위기’다. 최근 롯데와 신세계 유통사업 부문의 실적을 보면 위기의 상황이 잘 드러나 있다. 지난 2분기 롯데쇼핑은 매출 4조4564억원, 영업이익 915억800만원으로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 5.7%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다. 백화점은 매출 7642억원, 영업이익 740억원으로 나름 잘 버텼으나, 대형 할인점(롯데마트) 부문에서 매출 1조5962억원, 영업손실 339억원이 발생했다. SSM인 롯데슈퍼는 매출 4736억원, 영업손실 198억원을 기록했다. 그런가하면 신세계 ㈜이마트는 1993년 창립 이후 최초로 영업손실(299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대형할인점 이마트에서 발생한 영업손실은 71억원이었다. 단순 실적 수치만 놓고 보면 롯데가 신세계보다 조금 나아보이긴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부진의 원인은 명확하다. 이커머스 업체들의 급격한 성장으로 오프라인 유통에서 발생하는 소비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조사’에 따르면 대형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의 연도별 매출 증가율은 2012년 –3.3%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2.3%를 기록하기 전까지 7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추세를 기록했다.

롯데·신세계의 ‘같은 듯 다른’ 위기 대응 

위기를 감지한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은 나란히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다.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활용한 자본 효율화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적용한다. 롯데는 백화점·마트 점포들이 포함된 리츠(REITs·부동산 투자 전문 뮤추얼펀드)사의 증시 상장을 선택했다. 신세계는 오프라인 점포들의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 back·기업이 보유자산을 은행이나 보험사, 리스회사, 금융사 등 다른 기업에 매각하고 이를 다시 임대해 이용하는 방법)과 정용진 부회장의 1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선택했다.    

큰 틀에서 롯데와 신세계가 선택한 방법은 기존 보유자산을 활용해 단기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맥락은 같다. 그러나 부동산 소유권을 다른 기업에 매각해 넘겨버리고 이를 다시 임대하는 세일 앤 리스백과 소유권을 자사에 두고 보유한 부동산을 하나의 금융투자 상품으로 만들어 투자를 받는 리츠는 성격이 약간 다르다. “투자에 수반되는 위험성을 고려하면 롯데 측이 조금 더 ‘모험적’인 방법으로 대응했다”라는 것이 투자업계의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리츠를 선택한 것은 자본 유동화와 더불어 부동산 보유에 따르는 세금 등 비용절감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투자 전문가들의 의견은 전자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들이 증명해야할 것 

롯데 신동빈 회장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그룹의 부동산 자산까지 손을 대면서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한 유통의 재편을 도모하는 나름의 ‘초강수’를 뒀다. 이쯤 되면 “아차,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도 돌이킬 수 없는 상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이 극복해야 할 난관은 유통사업 외적인 측면에도 있다. 신동빈 회장의 경우 지난 정권과 연결된 뇌물수수 혐의를 계속 추궁 받고 있어 언제 또 ‘거처(?)’가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고,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에 속한 거의 모든 계열사들의 실적이 하나같이 오랜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다. 

이처럼 각자가 이끄는 기업이 처한 상황도, 유리한 점이나 불리한 점도 비슷한 두 기업은 거의 모든 면에서 비교가 되고 있다. 결국은 일련의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그간 목표해 온 성과를 내 자신의 경영 판단이 옳았음을 먼저 증명하는 쪽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두 기업인의 불꽃 튀는 경쟁은 이제 서서히 마지막 라운드에 돌입하고 있다. ‘철저한 계획의 리더’인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튀는 아이디어로 업계의 변화를 이끄는’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마지막 대결은 한동안 국내 재계 최고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