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수주 가뭄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운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로 LNG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쟁력을 갖춘 국내 조선업계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조선3사의 LNG선 건조 능력은 전 세계에서도 월등한 수준으로 꼽힌다.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려 수년째 수주에 애를 먹고 있는 해양플랜트 등 다른 선종과는 달리 LNG선에서만은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LNG선 화물창 독자개발과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LNG-PFSO),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설비(LNG-FSRU) 등이 대표적이다. 

조선3사는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의 저가 공세를 따돌리는 동시에, 고부가가치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LNG추진선 시장 선도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11만4000톤급 LNG추진 대형 유조선을 성공적으로 인도하며 LNG추진선 시장에서 강점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금까지 11만4000톤급 원유운반선 13척을 비롯해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 PC선 4척, 18만톤급 벌크선 4척, 5만톤급 소형 벌크선 1척, Ro-Ro선 2척 등 총 30척, 24억달러의 LNG추진선을 수주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주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고효율 LNG연료공급시스템(Hi-SGAS)과 혼합냉매 완전재액화시스템(SMR)은 회사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기술이다.  

▲ 현대중공업의 LNG선. 출처=현대중공업

지난 5월에는 업계 최초로 LNG선용 스마트십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LNG선을 건조·인도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통합 스마트십 솔루션(ISS)은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7년 업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다. LNG선주는 화물창의 온도와 압력은 물론 용기의 진동에 따라 액체가 떨리는 슬로싱 현상을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어 지난달에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가스텍 행사에서 세계적인 선급회사인 영국 로이드선급으로부터 독자 개발한 LNG화물창인 하이멕스(Hi-MEX)에 대한 설계승인도 받았다. LNG화물창은 영하 162도로 냉각해 압축한 액화상태의 가스를 담는 탱크다. 연료공급시스템, 재액화시스템과 더불어 LNG운반선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기술로 꼽힌다.  

하이멕스는 이중방벽구조의 차세대 멤브레인형 LNG화물창 설계기술로 독자적인 주름 형상 설계 공법을 적용했다. 그 결과 상온에서 극저온(-163도)까지 큰 폭의 온도변화와 운항 중 화물창 내 LNG가 흔들리며 발생하는 충격인 슬로싱 현상에 대한 구조적 안정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확보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LNG화물창 설계승인을 바탕으로 현대중공업은 2020년까지 하이멕스의 본격적인 실증작업을 마무리해 LNG운반선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영국 로이드선급로부터 기존 중유추진선 대비 연비를 5~7% 높인 LNG 추진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기술인증을 받기도 했다. 해당 기술은 ▲LNG와 중유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바이퓨얼’ 엔진 ▲원유 탱크에서 증발하는 유증기를 모아 연료로 쓰는 휘발성 화합물 포집 시스템 ▲해상에서 부는 바람의 힘을 프로펠러로 보내는 풍력 추진 기술 등을 조합했다.

대우조선해양, 쇄빙 LNG선 등 차세대 LNG선서 두각

대우조선해양은 1989년 LNG선 기술 개발에 착수한 후 전 세계 조선소 중 가장 많은 LNG선 수주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1992년 최초 수주 이후 올 9월까지 전 세계 LNG선 175척을 수주했고, 그 중 144척을 인도했다. LNG운반선뿐만 아니라 천연가스 추진 LNG선, 쇄빙 LNG선 등 차세대 LNG선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 대우조선해양의 LNG운반선. 출처=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의 대표적인 기술은 LNG 화물창 시스템 ‘솔리더스’다. 회사가 독자 개발한 솔리더스는 LNG 화물창 중 자연 기화되는 LNG 비율이 가장 낮은 화물창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영국 로이드 등의 세계 5대 선급으로부터 모든 LNG운반선과 LNG화물창에 적용가능 한 조건 없는 설계승인을 획득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솔리더스는 이중 금속 방벽을 적용한 차세대 멤브레인형 화물창으로 화물창의 일일 LNG 증발률을 기존 0.07%에서 0.049%까지 낮춘 것이 특징이다. 이 차이는 17만㎥급 LNG 운반선을 25년간 운행했을 때 총 125억원 상당의 LNG를 절약할 수 있는 규모다. 

솔리더스를 적용하면 선박 건조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각 야드의 효율성에 맞춰 공법을 개선할 수 있어 실제 건조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로열티 절감 효과도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솔리더스 화물창을 통해 그동안 LNG운반선 건조 시 화물창 원천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GTT사에 척당 약 100억원 상당의 기술로열티를 지불해야 했는데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14년 3월에 개발된 LNG 재액화 장치 ‘PRS’도 대우조선해양이 자랑하는 기술 중 하나다. 기체였던 천연가스는 대규모로 운반하기 위해 액체상태로 변환돼 운송하는데, 이 과정 중 자연 기화가 발생한 천연가스를 모아 다시 재액화해 화물창으로 돌려보내는 기술이 PRS다.

고압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FGSS) 기술도 대우조선해양의 대표적인 기술이다. FGSS은 연료 저장 탱크에 저장된 LNG를 고압 처리해 엔진에 공급하는 장치로 차세대 선박인 LNG 추진 선박의 핵심 기술로 알려져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얼음을 깨면서 LNG를 운반하는 ‘쇄빙 LNG선’ 등 차세대 고부가가치 LNG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통상 쇄빙 LNG선은 일반 LNG선의 가격의 1.5배에서 2배 수준으로 비싸다. 얼음을 깨며 운항해야 하는 만큼 더 단단하고 두꺼운 강판을 사용해서다. 쇄빙 LNG선과 관련, 대우조선해양은 러시아 야말 쇄빙 LNG선 프로젝트를 48억달러에 수주한 기록을 갖고 있다. 이는 단일 프로젝트 기준으로 상선 분야 최대 규모 계약이다. 

삼성중공업, 업계 최초로 LNG 실증설비 구축

삼성중공업은 지난 6월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30만톤급 초대형 유조선 개발에 성공한데 이어, 8월에는 LNG추진선 10척을 한꺼번에 수주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 결과 연간 수주 목표인 78억달러의 65%를 달성, 국내 조선사 중 가장 빠르게 연간 목표를 달성해 나가고 있다. 

▲ 삼성중공업의 LNG추진 원유운반선. 출처=삼성중공업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LNG추진선을 대규모로 수주할 수 있었던 이유로 2012년부터 핵심 기술 개발에 선제적으로 나섰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건조 계약을 맺은 선박들에는 삼성중공업이 그간 독자 연구개발 해온 LNG 연료 공급 시스템 ‘에스후가스(S-Fugas)’, ‘세이버 에어(SAVER Air)’ 등이 적용된다. 

‘에스후가스’는 영하 163도의 액화 LNG를 기화시켜 선박의 메인 엔진이나 발전기 등에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기존 디젤유를 사용할 때보다 배출하는 유해물질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황산화물은 99%, 질소산화물은 85%, 이산화탄소는 25%까지 배출량이 줄어든다.

연료절감장치 ‘세이버 에어’ 또한 삼성중공업의 대표적인 기술이다. SAVER Air는 선체 바닥에 공기를 분사, 해수와의 마찰 저항을 줄여 선박의 연비를 향상 시키는 친환경 시스템이다.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SAVER Air를 17만㎥급 LNG선에 적용한 결과 5% 이상의 연료 절감 효과가 관측됐다. 

삼성중공업은 업계 최초로 자체 LNG 실증설비를 구축하는 등 연구개발에의 투자를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2020년 12월까지 ‘조선·해양 LNG 통합 실증설비’의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중국 조선업계가 LNG운반선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하는 상황에서 후발주자와의 기술 격차를 벌리고 시장 지배력을 굳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회사는 실증설비를 통해 삼성중공업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천연가스 재액화 공정의 설계, 부유식 천연가스 공급설비의 신냉매 활용 공법, 극저온 단열 저장용기(화물창) 등 LNG 관련 핵심 기술들의 성능을 검증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실증설비가 완공되면 그동안 외부업체와 협력을 통해 진행했던 신기술의 실증 평가를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며 “이를 통해 차세대 기술의 적용을 더욱 앞당길 수 있고 기술의 내재화를 통한 선박 건조원가 절감과 성능 차별화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