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배터리 필수 자재인 황산니켈 6수화물(Nickel sulfate hexahydrate)   출처= Induschemical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글로벌 전기자동차 생산업체들은 큰 야망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더 큰 문제도 함께 가지고 있다. 바로 핵심 재료 공급의 부족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니켈 공급이 수요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황산니켈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밝게 빛나는 색상의 결정체다. 황산니켈을 추출하는 광석이 채굴되는 곳은 전세계적으로 몇 곳 되지 않는다. 게다가 러시아나 캐나다 북동부 빙하지대 같이 정치적으로나 지형적으로 또는 운영상 가장 어려운 지역들이다.

황산니켈은 전 세계 니켈 판매량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니켈의 약 70%는 스테인리스강에 사용된다. 그러나 컨설팅 회사 앨릭스 파트너스(AlixPartners)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2023년까지 200 종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하이브리드 차량을 제외하고도).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전기자동차 배터리가 차지하는 니켈 수요 비중은 2018년 3%에서 2023년에는 12%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수 년간 니켈의 가격이 오르지 않자 전세계 광산업체들은 니켈 채굴에 투자하지 않았고, 급기야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영국의 컨설팅 회사 우드 매켄지(Wood Mackenzie)의 금속부문 수석 에널리스트 안젤라 듀런트는 "새로운 니켈 공급선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니켈 함량이 높은 배터리는 고온에서도 금속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과충전을 막아 주기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UBS는 지적했다. 테슬라는 배터리 팩의 코발트 함량을 줄이고 니켈 함량을 늘렸는데, 이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여 더 긴 주행 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테슬라는 점차적으로 배터리에서 코발트를 완전히 제거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지난 5월 광산업체들과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니켈 채굴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주의 오지에 자리잡고 있는 광산업체 BHP 그룹(BHP Group Ltd)의 작업자들은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에서 땀 흘리며 이 황무지의 붉은 흙에서 니켈을 파내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의 전기자동차 회사들이 고맙기 그지없는 존재다.

BHP의 호주 광산 니켈 웨스트(Nickel West)는 4년 전만 해도 거의 폐광 수준이었다. 스테인리스강 제조업체들이 동남아 같은 더 값싼 니켈 공급원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회사 경영진은 광산을 폐쇄하고 2000명의 직원들을 해고할 것을 검토했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이 광산은 사려는 사람 없는 매물 신세였다.

그러나 이제 니켈 웨스트는 BHP의 신규 투자 맨 우선 순위에 올라있다. 2015년까지만 해도 별 비중을 차지 하지 않았던 자동차 배터리 고객들이 현재 이 광산 생산량의 대부분을 구매하고 있다. BHP는 내년에 이곳에 세계 최대의 황산니켈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며, 일본, 한국, 중국 등지의 바이어들이 줄을 서 있다.

니켈 웨스트를 총괄하는 BHP의 에두아르 해겔 대표는 "2015년 1월부터 우리는 아주 특별한 여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이 쉽게 변동하지도 않아 위험을 회피할 수 없는 틈새 원자재의 경우, 수요 붐에 투자하는 것은 어려운 사업이다. 현재 런던 금속거래소(London Metal Exchange)에서 거래되는 니켈 타입은 니켈 카소드(nickel cathodes), 니켈 펠릿(pellets), 니켈 브리켓(briquettes) 뿐이다. 배터리에 사용될 수 있는 황산니켈에는 프리미엄이 붙는데, 이것이 가격을 불투명하게 만든다.

니켈 기준가격은 역사적으로 변동성이 크다. 인도네시아의 니켈 광석 수출 금지가 예상보다 빨리 발효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니켈 가격은 2019년에 약 70% 뛰어, 톤 당 1만 8000달러를 기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과거에 니켈 파동을 겪은 이후 매우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중국의 산업화가 본격 시작된 지난 2007년, 불과 몇 년 전에 톤 당 약 1만 달러에서 불과하던 니켈 가격은 톤당 5만 달러까지 올랐다. 그러나 중국 철강회사들이 니켈의 대용품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값싼 중국산 NPI(Nickel Pig Iron)의 생산 방법을 알아낸 이후 니켈 가격은 다시 곤두박질 친 적이 있기 때문이다.

▲ 호주 서부 황무지에 있는 BHP의 니켈 웨스트(Nickel West) 니켈 제련공장.    출처= Flickr

애널리스트들은 전기자동차 수요로 급등한 니켈 가격이 다시 추락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광산업체들과 애널리스트들은 적어도 다음 10년 동안에는 니켈을 대체할 수 있는 옵션이 나올 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원자재 컨설팅 회사 로스킬(Roskill)에 따르면, 니켈 가격이 2만 달러 중반에 이르면 수익성 차원에서라도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일부 광산업체들은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신기술 실험을 하고 있다. 니켈 생산자 독립그룹 NL(Independence Group NL)은, 1979년에 미국 우주정거장 스카이랩(Skylab)의 잔해를 찾기 위해 호주 황무지를 수색하던 한 탐사자가 우연히 발견한 노바(Nova) 니켈 매장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독립그룹 NL은 미세하게 간(ground) 니켈 농축액을 변환하기 위해 반응실(reaction chamber)에 산소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황산니켈 등을 생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연구를 시작했지만 아직 상업적 생산 단계까지는 오지 못했다.

한편, BHP, 독립그룹 NL 등 호주의 광산업체들은 양질의 니켈 자원이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땅을 탐사할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로스킬은 특히 다음 10년 동안 니켈의 수요가 급속한 증가를 보이며 2030년까지 배터리가 전체 니켈 수요의 약 5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니켈 공급자들이 현재 프리미엄급 니켈을 사용하고 있는 스테인리스강 제조업체들을 낮은 등급의 니켈로 전환시킴으로서 배터리용 니켈의 공급 부족을 해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