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식재료 배송업체 마켓컬리와 가구제조업체 한샘이 각자의 자회사를 통한 택배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달 28일 국토교통부는 관보를 통해 2019년의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 명단을 발표했고, 두 업체의 물류 담당 계열사는 나란히 신규 사업자로 이름을 올렸다. 

두 업체는 각 물류 계열사를 통한 내부 물동량 처리와 더불어 택배역량 확장으로 외부 물류 수요까지 감당하는 3PL(3자물류) 까지도 염두하고 있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 대해, 물류업계에서는 그들의 시장참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해석들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 2019년 화물자동차운송사업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마켓컬리(프레시솔루션)과 한샘(한샘서비스원). 출처= 국토교통부

그들이 택배를 선택한 ‘이유’

마켓컬리와 한샘의 택배사업 진출은 나름의 ‘당위성’이 있다. 

두 업체의 주력사업은 기본적으로 택배사업과 연관되는 부분들이 많다. 마켓컬리는 자사의 물류 자회사인 프레시솔루션으로 택배사업에 진출한다. 프레시솔루션은 서울 장지동에 위치한 마켓컬리 냉동·냉장·상온 콜드체인 센터와 경기도 죽전의 상온, 남양주의 냉동 물류센터를 통한 하루 최대 약 4만건의 자사 물류를 관리하고 있는 업체다. 마켓컬리는 여기에 내년 9월 김포에 추가되는 물류센터 등 기존 인프라를 택배 서비스에 활용할 방침이다. “택배사업 확장으로 기본적으로 자사의 물류 수요를 처리하면서 이후에는 다른 주체의 물류(주로 신선물류)도 감당하겠다”라는 것이 마켓컬리 측이 밝힌 구상이다. 마켓컬리의 구상은 창립 이듬해인 2015년의 54억원에서 2018년 337억원까지 불어난 영업적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전환점을 택배사업으로 마련하고자 하는 의도로도 해석되고 있다.    

택배사업 확장을 대하는 방향성은 한샘도 마켓컬리와 거의 같다. 한샘은 자사의 인테리어 가구 시공·설치 전문 계열사 한샘서비스원으로 택배사업에 진출한다. 이를 통해 한샘은 한샘서비스원의 서비스에 배송을 추가하고 고객들에게 가구 설치와 조립 그리고 배송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샘 측은 “추후에는 타사 가구들의 온라인 주문에 대한 배송도 처리하는 일종의 물류를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각 기업의 택배사업 확장에 대한 개별적인 당위성을 떠나 국내 물류업계 현황들로 고려해도 두 기업의 선택은 설득력이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의 연간 국내 택배 물동량은 12억9905만상자에서 지난해 25억4278만상자까지 늘어났다. 이를 감안한 국내 물류업계의 경제규모는 약 5조원에 이른다. 여기에는 매년 전년대비 10%에서 2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 온라인 쇼핑의 성장에 따른 물류수요의 증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일련의 시도들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송상화 교수는 “국내 물류 대기업들이 충분하게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물류의 틈새 영역에서 특정 제품의 배송에 ‘특화된’ 새로운 서비스를 무기로 외부 업체들이 물류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국내 물류 서비스 다변화와 경쟁력 제고(提高) 측면에서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생활물류 전문 미디어 비욘드엑스의 김철민 대표이사는 “물류를 통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 그리고 상기 업체들의 진출로 확장될 국내 물류 수요의 발생 가능성 측면에서 충분히 두 업체의 택배사업 진출은 업계 입장에서 반가워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물류는 절대 만만하지 않다

업계에 미칠 영향 그리고 두 기업이 생각하는 택배사업의 필요와는 별개로, 경영 측면에서는 두 기업의 택배사업 진출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의견들도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초기의 인프라 구축과 운영관리에 필요한 비용이 매우 큰 물류·택배 사업의 속성을 이야기한다. 

해당 의견을 뒷받침하는 가장 적절한 예시는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다. 쿠팡은 국내 최초이자 현재까지도 유일한 물류센터 관리와 배송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 이커머스 기업이다. 쿠팡의 물류·택배 서비스의 통칭인 ‘로켓배송’은 국내 이커머스 업계 내에서 쿠팡의 절대적인 입지를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직접 물류 관리에 투입되는 막대한 인프라 운영비용은 쿠팡에게 매년 큰 영업손실을 안겨다 주고 있으며 이는 동시에 쿠팡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협요소로도 여겨지고 있다. 최근, 국토부가 발표한 택배사업자 명단에서 쿠팡의 이름이 제외된 것은 물류 영역 확장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당분간은 더 이상 늘리지 않고자 한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 물류센터에서 주문 상품의 출고를 준비 중인 마켓컬리 배송차량. 출처= 마켓컬리

물류업계 한 전문가는 “택배운임 단가 적정수준에 대한 의견 차이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수익성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CJ대한통운, 롯데, 한진 등 국내 물류 대기업들의 치열한 경쟁,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스타트업들의 시장 진출로 가히 ‘레드오션’이 돼버린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면 마켓컬리와 한샘의 행보는 어떤 면에서 각자에게 엄청난 비용과 손해를 떠안기는 무리수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듯 두 업체의 택배사업 진출은 물류업계에서 극명하게 다른 관점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미 사업 진출은 결론이 났고, 지금의 선택이 옳았는가는 어디까지나 마켓컬리와 한샘이 앞으로 보여줄 운영에 달려있다. 치열한 경쟁으로 이미 ‘붉게 물든’ 국내 물류·택배시장에서 두 기업은 자신들이 추구한 방향성을 그대로 이뤄낼 수 있을까. 물류업계, 이커머스 업계의 시선이 두 기업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