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와 플랫폼 앱을 개발한 휴이노의 길영준 대표가 주목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흐름은 막을 수가 없다. ‘바꾸거나 바뀌거나’다. 한 글자 차이지만 산업과 국가 측면에서 보면 엄청나다. 우리가 바꿔서 스스로 실행하면 우리 것이 되는데 남이 들어와서 바뀌면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것도 격차가 벌어져 따라가기 어렵다. 우리는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없나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 기업 휴이노의 길영준 대표의 말이다. 휴이노는 심전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의료기기 ‘메모워치(MEMO Watch)’와 인공지능(AI) 기반 분석 소프트웨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웨어러블 의료기기 한국 최초로 승인 허가를 받은 기업이다.

글로벌 의료서비스 산업에서 최신 경향은 진단과 치료에서 예방과 관리로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는 예방과 관리에 특화된 산업이다. 

휴이노의 메모워치는 손목시계형으로 착용자의 심전도를 수집해 부정맥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의료기기다. 휴이노는 메모워치를 글로벌 대기업 애플(Apple)의 ‘애플워치 4’가 나오기 3년 전인 2015년에 이미 개발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당시에는 한국에서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않아 주목을 받기 어려웠다.

길영준 대표는 2018년 중반부터 인증과 허가 등을 위해 규제당국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당시 휴이노의 메모워치를 본 한 고위 관료는 “이렇게 좋은 걸 만들어두고 왜 아직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휴이노는 직접 제작한 메모워치와 AI 기반 분석 소프트웨어에 대한 혁신성이 알려지기 시작한 후에야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디지털헬스케어, 공공성‧시장성 모두 잡는다

글로벌 의료 시장은 고령화 추세에 따라 의료비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 의료비는 131조원이다. 이는 국민총생산(GDP) 대비 7.6%의 수준이다.

디지털헬스케어는 진단과 치료에 앞서 예방과 관리에 도움을 줘 증가하고 있는 의료비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디지털헬스케어의 일환인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만으로 글로벌 의료비용을 연간 최대 1900억달러(215조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정맥을 검사할 수 있도록 의료인을 돕는 메모워치는 결국 뇌졸중을 겪을 수 있는 환자를 미리 선별해 관리를 시작, 막대한 의료비가 필요한 뇌졸중 환자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길영준 대표는 “장비가 개선 돼 드러나는 환자가 많아질 수 있는 것”이라면서 “부정맥을 확인한 환자 수가 많아질수록 조기에 환자를 발견해 바로바로 약을 처방하는 등 관리를 통해 뇌졸중 환자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헬스케어와 관련한 웨어러블 등 의료기기도 의료인이 처방 등에 최종 결정을 하는 만큼 보험 수가가 책정돼야 한다. 휴이노는 우선 심전도와 관계된 의료 서비스에서 보험 수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길영준 휴이노 대표는 “이미 외국에는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의료기기 등이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조사와 연구 등이 나와 있다”면서도 “한국에서는 아직 임상을 통해 국민건강의료비용을 얼만큼 줄일 수 있을지 입증하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디지털헬스케어는 산업면에서도 유망하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2015년 790억달러(90조원) 규모에서 연평균 21.1% 성장해 2020년 2060억달러(233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 휴이노가 개발한 심전도 측정 의료기기 '메모워치'와 응용소프트웨어.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존 의료기기인 ‘홀터심전도검사시스템(Holter’s monitoring system)’은 측정을 위해 환자가 최소 4~5회 이상 병원에 방문해야했다. 홀터 장비를 착용하고 24시간을 보낸 후 다시 병원에서 해당 장비를 제거해야 한다. 이를 착용하고 있을 시 부정맥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나지 않으면 확인이 될 때까지 몇 번 더 번거로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의료 업계에 따르면 부정맥 환자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숫자만이 이를 진단받고 관련된 치료를 받고 있다.

휴이노 메모워치는 손목시계형으로 의료기기를 차고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심전도를 측정하고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장치다. 기록은 관련 앱에 저장된다. 환자는 메모워치를 착용하고 있다가 이상을 느낄 때 이를 측정할 수 있다. 환자는 번거롭게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횟수를 줄일 수 있고, 의사는 더 편리한 방법으로 더 많은 환자를 검사할 수 있다.

디지털헬스케어 핵심 분석 플랫폼 선점

한국은 디지털헬스케어 영역에서는 아직 뒤쳐졌다고 평가된다. 한국은 의료 접근성이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의료업계에서는 국토가 넓은 미국과 중국에서는 디지털헬스케어가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미심장한 점은 곳곳에 병원이 있는 미국의 대도시인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턴 등에서도 디지털헬스케어가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길 대표는 “미국 등에서는 블럭마다 병원이 있음에도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생태계의 유연함이 살아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 길영준 휴이노 대표가 메모워치와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휴이노는 메모워치로 앞서 주목을 받았지만 더 핵심적인 기술은 해당 하드웨어가 측정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인 AI 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술이다. 길 대표는 “중국 등에서 저가형 모델로 빠르게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휴이노의 앱이 이미 출시됐다. 하드웨어는 데이터를 모아주는 기능을 할 뿐, 중요한 것은 이를 분석하는 AI 기술과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데이터를 분석하는 플랫폼을 선점하면 앞서나갈 수 있다고 풀이된다. 길 대표는 “나아가서는 다른 기업의 하드웨어를 사용할 지라도 휴이노의 시스템을 통해 측정된 데이터를 잘 분석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휴이노는 심전도 측정 데이터를 축적해 해외 기업이 한국에 들어와 관련 시장을 바꾸기 전에 한국 기업이 먼저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 활약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