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 연구진이 파스처럼 붙여 세포와 약물을 스며들게 하는 ‘하이드로젤 테이프’를 개발했다. 이는 조직과의 접착력을 높인 티슈 테이프로 줄기세포의 생착을 돕고 약물전달효율을 높인다. 햇볕을 덜 쪼이는 젊은 사람일수록 다발성경화증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폐쇄형 신경과중환자실을 운영하면 환자 치료 효과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 세포‧약물 전달용 ‘파스형’ 테이프 개발

22일 연구 업계에 따르면 한국연구재단은 연세대학교 조승우 교수, 신지수 박사와 연세의료원 최동훈 교수 연구진이 줄기세포나 약물을 조직 표면에 간편히 붙여 전달하는 하이드로젤 테이프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개발된 테이프는 동결건조된 제형으로 별도의 처리 없이 기성품(ready-to-use tissue tape)처럼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이드로젤은 수분 함유량이 90% 이상이며 젤리와 같은 특성을 지닌 제형으로 미용을 위한 팩이나 컨택트렌즈, 상처 치유를 위한 드레싱 등에 널리 쓰인다. 이식하거나 주사하는 대신 테이프처럼 붙이는 방식으로 줄기세포 등을 전달하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한편 사용자의 편의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 히알루론산 기반 패치형 하이드로젤 테이프 개발 및 응용 모식도. 출처=한국연구재단

연구진은 홍합이나 멍게 같은 해양생물의 수중 접착력을 모사한 히알루론산 기반 하이드로젤을 기존 주사제 제형에서 붙이는 패치 제형으로 변형해 기능성과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히알루론산(HA, Hyaluronic acid)은 인체 조직 전체에 널리 있는 천연 다당류다. 이는 다양한 체내 생리적 작용을 조절한다. 피부조직에 많이 분포해 보습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화장품의 주성분으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연구결과 페놀 유도체 성분에서 비롯된 우수한 접착력과 탄력성, 하이드로젤 패치 내부에 형성된 나노섬유 구조가 세포의 생착을 돕는 한편 약물전달 효율을 높임으로써 기능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 하이드로젤 테이프를 활용한 줄기세포 및 약물 전달. 출처=한국연구재단

연구진은 심근경색 소동물 모델인 랫트(Rat)의 손상된 심장 표면에 히알루론산 하이드로젤 패치를 테이프처럼 붙이고 그 위에 줄기세포를 분사하여 하이드로젤 패치 내부에 흡수되도록 했다. 연구결과 심박출률 같은 심장기능이 개선됐고 심근비대증이 완화됐으며 심혈관 조직의 재생도 돕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줄기세포 이외의 유용단백질 전달효과도 확인했다. 재생효과가 있어 상처치료에 사용되는 혈관유도성장인자를 탑재한 하이드로젤 패치 테이프를 생쥐의 창상 부위에 적용했다. 연구결과 자가치유가 힘들 정도로 컸던 창상 부위가 빠르게 회복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개발한 테이프를 이용해 생쥐에서 간, 소장, 위 등 다양한 오가노이드를 원하는 위치에 부착시킬 수 있음을 보였다. 약물 스크리닝이나 질병 모델링 분야에서 주목받는 미니 장기, 오가노이드는 차세대 세포치료제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마땅한 이식기술이 없는 실정이다. 오가노이드는 실제 인체 조직과 구조적, 기능적으로 유사해 질병 모델링 및 약물 스크리닝 등을 통한 신약개발에 활용 가능성이 높은 장기 유사체다.

조승우 교수는 “세포와 약물을 전달하던 기존 방식의 단점을 극복하고 하이드로젤 테이프를 이용해 줄기세포 및 약물을 손쉽고 편리하게 질환 부위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으로 상용화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지원사업 및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테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9월 2일 게재됐다.

▲ 다발성경화증은 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수초가 면역질환 이상으로 손상돼(오른쪽) 뇌에서 나오는 신경자극 전달이 방해될 때 나타난다. 출처=서울대병원

■ 젊은 사람일수록 ‘다발성경화증’ 위험 높아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성민·국립암센터 김호진·전북대병원 신현준 교수팀은 국내 17개 대학병원 연구진과 함께 국내 다발성경화증 환자 266명의 뇌자기공명영상과 뇌척수액 검사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다발성경화증은 몸의 면역체계 이상으로 뇌와 척수 신경에 염증이 발생해 감각이상, 어지럼증, 보행 장애, 배변 장애 심하면 몸까지 마비되는 희귀질환이다. 다발성경화증은 적도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 특히 햇볕 노출이 적은 북유럽 등에서 발병이 높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다발성경화증의 유병율도 낮고 증상도 가벼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다발성경화증이 한국에서도 유병율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그 증상 또한 심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연구결과 비교적 최근에 태어난 환자일수록 질병 초기부터 뇌염증의 정도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을 주기로 뇌 염증성 병변의 개수도 27%씩 늘어났다. 젊은 환자일수록 뇌척수액 검사상의 전신 면역반응도 더 심했다. 1950년대 환자의 뇌척수액 검사를 통한 OCB와 IgG 지수는 각각 20%와 13%였지만, 1990년대 환자는 각각 54%와 75%로 증가했다.

▲ 90년대에 출생한 다발성경화증 환자의 뇌 MRI 사진(왼쪽)은 (오른쪽)70년대 출생환자 보다 하얗게 변화된 뇌염증이 초기부터 전체에 퍼져 있다. 출처=서울대병원

해외연구에 따르면 비타민D 결핍, 비만, 야간 근무, 도시화 등 환경 변화가 다발성경화증의 발병 위험이 높일 수 있다. 비타민D는 햇볕을 피부에 쏘일 때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된다.

한국의 젊은층은 이전 세대와 달리 장기간 실내 생활을 하므로 비타민D가 결핍되는 사례가 많다. 패스트푸드 섭취, 운동 부족에 따른 소아 비만, 야간 근무 및 학업 등 환경적 위험 인자들이 급속하게 증가했다. 이는 한국 다발성경화증 양상의 변화와 일치한다.

연구진은 그간 국내의 다발성 경화증은 서양에 비해 비교적 가벼운 질병으로 여겨져 왔지만 이제는 질병의 양상마저 서구화되면서 보다 적극적인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발성경화증은 당뇨처럼 수십 년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완치가 어렵지만 적절한 치료로 진행을 억제해 신경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다. 주로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집중 투약해 염증을 억제한다. 이후 재발 빈도를 줄이고 진행을 억제하기 위한 완화 치료를 시행한다. 최근 새로운 치료제가 한국에 많이 도입됐다. 자가 주사와 먹는 약 등이다. 고위험 환자들에게 권장되는 고효능 2차 약제 사용도 환자편의성 및 치료효능을 높였다.

김성민 교수는 “다발성경화증은 만성 질환으로 장기 치료가 필요해 약물 순응도가 매우 중요하다. 먹는 약은 약물 순응도를 더 높일 수 있다”면서 “최근 젊은 환자들의 증상은 과거 양상과 다른 경우가 많고 초기부터 심하거나 잦은 재발을 호소한다. 고효능 약제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 and Related Disorders)’ 최근호에 게재됐다.

▲ 전상범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출처=서울아산병원

■ 폐쇄형 신경과중환자실 운영 치료 효과 높여

생과 사의 갈림길에 있거나 치료결과에 따라 다양한 후유장애를 남길 수 있는 신경계 중환자들은 중환자실에서의 급성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대부분의 중환자실은 일반병실에 있던 환자가 중환자실로 옮겨지더라도 여전히 일반병실에서 담당했던 주치의가 계속 환자의 진료를 담당하는 개방형 시스템이다.

최근 중환자전담전문의가 주치의가 되는 폐쇄형 중환자실의 효과에 대한 연구가 발표됐다. 폐쇄형 중환자실은 환자가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순간부터 중환자전담전문의가 환자의 주치의가 돼 진료와 중환자실 입·퇴원 등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치료를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신경과중환자실로 입원하거나 입원 중 신경계 문제가 발생하는 환자들을 신경과 중환자전담전문의가 주치의가 되어 환자 치료에 있어서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집중치료를 담당하는 폐쇄형 신경과중환자실이 환자안전과 치료의 질을 더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진행된 여러 연구에서 폐쇄형 중환자실이 개방형 중환자실보다 환자안전과 진료의 효율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확인됐지만 한국에서 운영되는 신경과중환자실에서 신경과 중환자전담전문의가 주치의가 되는 시스템이 진료의 질에 미치는 영향과 폐쇄형 중환자실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는 없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전상범 신경과 교수팀이 기존의 개방형 신경과중환자실을 폐쇄형으로 전환시킨 2013년 3월을 기준으로 전환 전후 3년을 비교한 결과 중환자실 평균 재원일수가 1일 감소했고 환자·보호자의 의료서비스 만족도는 기존 대비 15% 상승했다고 밝혔다. 3년 동안 전체 사망률은 2.3% 줄었고, 환자 본인부담 진료비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2010년 3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신경과중환자실에 입원했던 219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신경과중환자실이 개방형일 때 입원했던 995명의 환자와 폐쇄형으로 전환 후 입원했던 1204명의 환자에 대해 평균 재원일수, 환자·보호자의 의료 서비스 만족도, 사망률, 본인부담 비용 등의 항목들을 비교했다.

중환자실의 평균 재원일수 감소는 의미가 있는 변화로 해석된다. 상급종합병원은 응급실을 통해 내원하더라도 신경과중환자실의 병상 부족으로 대기하거나 타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례가 많아 중환자들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폐쇄형 중환자실 운영에 따른 치료 결과 향상이 평균 재원일수 감소로 이어졌고, 중환자실 입원환자 수가 21% 증가했다. 이는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중증도가 높은 응급 환자들이 중환자실로 입원하여 적시에 치료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고 풀이된다.

환자·보호자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에도 변화가 있었다. 기존 평균 78.3점에서 89.7점으로 올랐다. 이는 신경과 중환자전담전문의가 주치의가 되면서 회진뿐만 아니라 상담 횟수도 크게 늘어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폐쇄형 신경과중환자실 운영은 타과 중환자실 환자들의 신경과 협진 의뢰 건수와 전과 건수도 대폭 증가시켰다. 이는 중환자실에서 신경과 중환자전담전문의의 주치의 역할에 대해 많은 타과 의료진들도 효과를 인정하고 환자를 의뢰한다고 풀이된다.

신경과중환자실 환자의 병원내 사망률은 1% 줄었다. 6개월 사망률을 포함하면 전체 2.3%의 사망률이 감소했다. 연구진은 중환자실을 폐쇄형으로 전환 후 사망률이 감소했지만 폭이 크지 않은 것은 환자들의 중증도가 높고 서울아산병원 신경과중환자실이 갖춘 기존 시스템에 의해 이미 낮은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중환자실 재원일수 감소는 환자 한 명당 환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의료비용 감소로도 이어졌다. 입원기간 동안 발생한 환자 한 명당 총 의료비는 본인 부담금은 평균 392만 5302원에서 328만 8087원으로 16% 감소했고, 국민건강보험공단 부담금은 평균 681만 1628원에서 621만 4627원으로 9% 감소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중환자실이 폐쇄형으로 바뀐 것은 2013년 3월로 신경과를 찾는 급성기 중증 환자들의 치료 효과 향상과 중환자실 환자안전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하면서부터다. 당시 한국 병원의 중환자실 대부분이 개방형이었지만 병원 시스템 개선을 통해 신경과중환자실을 폐쇄형으로 운영한 것은 서울아산병원이 처음이다.

전상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해외연수 경험을 통해 폐쇄형 중환자실의 효과를 확신했다. 무엇보다 진료 시스템 개선에 관한 신경과 여러 교수님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신경과 전공의 선생님들, 신경과중환자실 간호사들의 정성어린 환자 보살핌도 치료 결과 개선에 도움이 컸다”면서 “앞으로도 환자들이 중환자실에서 안전하게 진료 받고 치료 결과가 더 향상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임상신경학 저널’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