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통신과 바이오시밀러 기업 폴루스바이오팜의 채권단이 CB전환권행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전환권 행사가 회사의 ARS 구조조정 협의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폴루스 바이오팜이 ARS 첫 구조조정 성공 케이스가 될 것인지 구조조정 업계와 파산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파산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제12부(재판장 김상규 수석부장판사)가 폴루스바이오팜에 대해 개시결정을 보류하는 조치을 단행했다. 개시결정 보류는 ARS를 위한 조치다. ARS(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Program, 자율구조조정 지원제도)는 법원의 기업에 대한 법정관리를 보류하고 채권단과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협의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지원제도다.

폴루스바이오팜의 채권단은 주로 CB채권자로 구성됐다. 회사는 전환사채를 발행한 자금으로 자회사 폴루스에  약 1215억원을 투자했다. CB채권의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과 라움자산운용이 회사의 채권단에 포함됐다.

앞서 폴루스바이오팜은 자회사 폴루스의 화성 바이오의약품 공장 건립에 투자를 집중했다. 회사는 지난해 1월 부터 바이오 및 화장품 유통사업에 뛰어들면서 바이오시밀러와 의약품 위탁생산(CMO)을 위해 자회사의 공장을 짓고 있었다. 폴루스가 건립 중인 화성 공장은 총 예산 규모가 3000억원에 달하는 프로젝트로, 지금까지 약 2200억원, 즉 전체의 3분의 2 정도 건설이 진행된 상태다. 회사는 추가적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폴루스바이오팜은 "회사는 올해 6월말 기준 폴루스에 투자한 1215억원을 제외할 경우, 회사의 총자산은 402억원, 총부채는 959억원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557억원인 실질적인 부채초과 상태"라며 "폴루스 투자를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 중 아직 전환되지 않은 전환사채잔액은 723억원이며, 이 가운데 227억원의 만기가 지난 8월이었다"고 회생신청 이유를 밝혔다. 회사는 지난 8월 1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관심사는 개시결정을 보류한 ARS기간에 CB채권자들이 전환권을 행사할 것인지에 있다. 채권자들이 전환권을 행사,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되면 부채비율이 급감해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생긴다.

건설중인 폴루스 화성 공장. 사진=폴루스

◆ CB채권자 결단은?

상황도 CB채권자들이 전환권을 행사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로 전개되고 있다.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고 회사의 회생절차를 관망하면 채권단이 지금보다 커지는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회생신청 기업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경우 주주 또는 지분권자는 회생계획 통과에 대한 의결권이 없다. CB채권자의 전환권도 회생절차에서는 일반적으로 주식 또는 지분권자와 같이 취급된다.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폴루스바이오팜의 경우 CB채권자가 회생절차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의미가 된다. 회생계획에 따라서는 전환권이 소멸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구조조정 업계는 채권단이 폴루스바이오팜에 시간을 주면 호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건설 중인 공장의 완공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 공장의 완공에 따라 폴루스바이오팜 자산평가가 높아질 수 있다. 자산평가의 대상은 회사가 공장설립을 위해 자회사인 폴루스에 투자한 지분 또는 채권이다. 

이 때문에 회사는 CB채권단을 전사적으로 설득하는 상황이다. IB업계에 따르면 회사가 채권단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이미 설명회 자리를 한차례 연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전환권이 행사돼 채권이 주식화되면 회사의 회생절차는 진행되지 않는다. 이후 폴루스바이오팜은 회생신청을 취하하고 주식거래를 재개시킨다는 계획이다. 

법무법인 정행(김정만, 이현식, 허광, 최원준 변호사)이 폴루스바이오팜의 회생절차와 구조조정 협상을 대리하고 있고, 법무법인 대호(김태경, 남우석, 안동진, 최수한 변호사)와 법무법인 로지스(안나현, 최성욱, 박종수 변호사)가 일부 채권자를 대리하고 있다. 

◆ 업계, ARS 첫 성공기업 나올지 주목

폴루스바이오팜이 개시결정 보류기간에 채권단 협의에 성공하면 ARS 첫 구조조정 성공 사례로 남게 된다. 

회생법원이 ARS 절차를 적용한 기업은 있었지만, 구조조정 협의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기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앞서 다이나맥, 동인광학, 일송개발, 제일병원이 ARS 회생절차에서 채권단과 구조조정을 협의를 시도한 바 있다. 

ARS 제도에서 법원은 개시결정을 보류하면서 금지명령과 보전처분 결정으로 채무자 회사와 채권단의 구조조정 협의를 지원한다. 금지명령은 채권단의 강제집행을 금지하는 조치이고, 보전처분은 채무회사의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다. ARS에서 구조조정 협의가 이뤄지면 회사는 법정관리에서 발생되는 기업가치의 하락을 막을 수 있다. 법원이 법적 강제력이 있는 법적수단을 적용해 구조조정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법원 밖에서는 협의하는 기업워크아웃과는 차이가 있다. 

정부의 중소기업 구조조정 정책도 회생법원과 연계해 ARS 제도를 활성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최근 관계부처 합동으로 중소기업에 대해 ARS공간에서 개시 전 조사위원이 구조조정 협상을 지원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조조정 업계와 파산법조계는 폴루스바이오팜의 사례가 ARS의 리딩케이스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폴루스바이오팜은 통신장비 주력업체였다. 변경 전 사명은 암니스. 바이오시밀러 사업체 폴루스가 암니스를 통해 우회상장에 성공하면서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폴루스는 폴루스바이오팜의 최대주주인 폴루스홀딩스의 관계사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의 남승헌씨와 박주호씨가 각 폴루스이 회장과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회사는 '제2의 셀트리온'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폴루스바이오팜 관계자는 "회생절차가 철회될 수 있도록 채권단과 구조조정 협의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채권단과 회사의 구조조정에 관한 협의를 지원하기 위해 회생절차 개시여부 결정을 오는 10월 16일까지 보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