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홍콩 시민 수 백만명을 거리로 나서게 만들었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이 공식 철회됐으나 현지의 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홍콩의 자유'를 외치며 여전히 거리로 나오고 있으며 홍콩 당국은 4000명의 경찰을 배치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위대와 경찰 충돌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홍콩 툰먼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가운데 시위대 일부가 화염병을 던지고 중국 오성홍기를 불태우려 했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이 수 십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하기도 했다.

상황은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홍콩을 해방해달라(Please Liberate Hong Kong)'는 슬로건을 건 시위대가 툰먼 도서관과 정부 청사 인근까지 진입했으며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하는 구호까지 외쳤다. 이들은 친중파들이 송환법 반대 메시지를 적은 레넌 벽을 '청소'한다는 이유로 다가가 해당 메시지를 철거하기도 했다.

시위대의 숫자는 다소 줄었으나 시위 양상은 더욱 격해지는 분위기다. 물론 일부 시위대는 과격한 행동을 삼가하려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는 극단적 대결 양상을 피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SCMP에 따르면 시위대는 22일 지하철 운행을 방해하는 한편 드론을 날려 홍콩국제공항의 비행기 운항을 방해하거나 무선 전파를 날릴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송환법 공식 철회와 함께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와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를 비롯해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를 주장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홍콩 당국은 4000명의 경찰을 투입했으며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금까지 시위를 진압 해산시키기 위해 3100발의 최루탄과 590발의 고무탄, 298발의 스폰지탄, 80발의 살포탄을 쐈다.

홍콩 당국이 시위 정국에서 무려 79명을 체포, 이들에게 최대 10년형이 가능한 폭동죄를 적용할 가능성이 알려지며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홍콩 매체인 동망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6월 9일 이후 시위 해산 과정에서 1474명을 연행해 207명을 기소했고, 여기서 79명을 폭동죄로 재판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시위대의 주도하고 있는 조슈아 웡은 미국으로 날아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조슈아 웡을 만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지난 18일 "홍콩 시위대의 주장을 지지한다"면서 "우리 모두 그것(송환법 철회)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더 많은 것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의 흐름에서 홍콩을 하나의 카드로 활용하려는 자국 정부에 대해서도 "미국이 경제적 이득 때문에 중국의 인권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인권을 대변하는 도덕적 권위를 가질 수 없게 된다"고 일침했다.

위기의 홍콩
최근까지 홍콩은 동북아시아의 화약고로 급부상했다. 중국 정부는 일국양제의 틀에서 홍콩을 비교적 유연하게 통치했으나, 최근 송환법 이슈가 부상하며 정국이 격랑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홍콩 시민들은 송환법이 발효되면 중국 본토로 인권 운동가 및 친홍콩 인사들이 대거 인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홍콩 당국은 송환법 관철을 끈질기게 주장했고, 여기에는 중국 당국의 의지도 강하게 작용했다.

결국 홍콩 시민들은 실력행사에 나섰다. 2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송환법 철폐를 외쳤으며, 시위대는 한 때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하고 국제사회에 호소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송환법 반대를 넘어 홍콩에서의 자유선거를 주장하는 등 사태는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몇 차례의 변곡점을 거친 후 중국과 홍콩 당국은 결국 한 발 물러났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4일 "정부는 대중의 우려를 완전히 진정시키기 위해 송환법을 공식적으로 철회한다”면서 “입법회의가 재개되면 규칙에 따라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시위대와 홍콩 당국의 이견이 여전히 큰 지점이다. 시위대는 송환법 공식 철회와 함께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와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를 비롯해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를 주장하고 있으나 홍콩 정부가 인정한 것은 송환법 철회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캐리 람 장관의 발표 후 시위대 지도부가 즉각 불만을 드러낸 이유다. 홍콩 시위 주도자 중 한 명인 조슈아 웡은 캐리 람 장관의 발표가 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너무 부족하고 너무 늦었다"(too little too late)라고 지적하며, 행정장관 직선제 등 추가 후속조치를 위해 또 다른 실력행사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홍콩 민주당도 람 장관의 결정을 "가짜양보"라고 비판했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의 배경이다.

홍콩 당국이 송환법 철회라는 카드를 빼들었으나 여전히 현지 분위기가 험악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홍콩 사태는 시계제로의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위대가 홍콩의 자유 등 중국 당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고수하는 가운데 혼란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홍콩 시위대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중국의 주장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오며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시위대가 오성홍기를 불태우고 미 성조기를 들고 나타나며 중국 당국의 심기가 불편한 가운데, 최근에는 조슈아 왕이 미국 관리들과 접촉하는 사진이 공개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신문망 등 중국 매체는 지난 8일 조슈아 왕이 미국 영사와 만난 사진을 공개하며 "시위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의 금융 허브 홍콩의 방황
홍콩 사태는 글로벌 금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캐리 람 장관의 송환법 철회 공식발표가 있기 전 SCMP는 그가 송환법 철회 발표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고, 직후 홍콩 증시는 폭등했다. 실제로 4일 홍콩 항셍지수는 전날보다 3.95% 오른 2만6535.61로 장을 마쳤으며 한 때 2만6654까지 치솟았다. 부동산 관련 주식이 7.27% 상승하면서 전체 장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어 캐리 람 장관의 공식 발표까지 나왔기 때문에 5일 홍콩 증시는 또 한 번 폭등했다.

그러나 홍콩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사태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경제적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피치는 홍콩의 신용등급을 한단계 강등시켰으며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홍콩의 신용등급 전망의견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경제·금융 중심지로서의 홍콩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홍콩과 중국 간 경제적·법제적 균형이 깨져 향후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의 금융 허브 홍콩이 흔들리면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전체 금융시장도 출렁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두 수퍼파워의 결단에 따라 예상할 수 없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두 나라의 무역 실무협상이 난기류에 봉착한 가운데, 세계는 홍콩 사태가 가져올 파급력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