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댄 누퍼는 자신이 모르는 사람들과 공유재산 방식으로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집을 샀다.    출처= Dan Nuf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댄 누퍼는 로스엔젤레스에서 집을 찾다가 글래셀 파크(Glassell Park) 인근에서 그가 본 그 어떤 집보다 멋진 집을 찾았다. 하지만 새로 개조된 그 집은 그가 지금까지 본 집보다는 크고 비싼 집이었다.

"그곳은 앞으로 유망한 동네였고 정말 갖고 싶은 집이었지만, 내 예산 범위를 넘어선 가격이었습니다."

그는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그 집을 사기 위한 무슨 방도가 없을까 물었다. 950 평방피트(27평) 면적에 3개의 침실이 딸려 있는 이 단독주택에는 뭔가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공동구매 매물로 나와 있다는 것이다.

28세의 작가 겸 배우인 누퍼도, 심지어는 그의 부동산 중개업자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그 집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 더 알아보기로 결심했다.

공유 재산권이 뭐야?

보다 좋은 위치에 있는 집을 보다 적은 부담으로 구입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아직 임차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집을 갖고 싶다는 욕망으로 모르는 사람들과 공동으로 집을 사는 방식의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공유 재산권(Tenancy in common, TIC)이란 특별한 종류의 재산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집을 소유하는 다른 방식이다. 작은 아파트든, 큰 저택이든, 여러 가구가 살고 있는 땅이든, 매입자는 그 부동산을 혼자 전적으로 소유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공동으로 소유한다.

누퍼가 사려는 집도 전에는 각기 임대를 주었던 동일 부동산의 7개 가구 중 하나다.

"연립주택단지에 사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법적으로 그 부동산을 몽땅 소유하지는 않지만 그 부동산의 7분의 1을 소유하고 있고, 그 집에서 살 권리가 있지요."

매입자들에게 좋은 점은? TIC 매물의 장점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판매되는 유사한 부동산보다 가격이 낮은 경향이 있으며, 여러 명이 자금을 모아 혼자서는 살 수 없는 큰 부동산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도 따라

TIC가 무엇인지 아는 과정에서, 누퍼는 이런 종류의 소유권에는 자금 조달(대출)이나 보험 옵션에 제한을 받는 경우가 있으며 (공동 구매 파트너들인) 이웃들과 좀 더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각 공동 소유자는 각자 대출을 받지만, 세금이나 유지비 같은 재정적 책임을 공유해야 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일을 해결하기 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잠재적인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들었지만 그 정도 문제쯤은 괜찮다고 생각했지요. 처음부터 끝까지 TIC로 가 보자, 이 없으면 잇몸으로 해결하지 뭐."

TIC 부동산 매매 방식은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미 수십 년 동안 시행되어 온 방식이지만,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는 집값 상승으로 많은 구매자들이 시장에서 밀려나면서 최근 2년 동안 부쩍 늘어났다.

1986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TIC 소유 방식을 개척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 앤디 서킨도 자신의 주택 소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 방식을 착안했다.

"집을 혼자 살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안된 아이디어였지요.”

TIC는 주택조합이나 연립주택, 또는 소유권이 분리되지 않는 공동 소유(Joint tenancy)와는 다르다. 우선 연립주택은 애당초 해당 부동산이 개별 소유 단위로 세분화되어 있다. 주택조합은 공동 소유 거주자가 협동조합의 지분을 소유한다. 그러나 TIC 방식은 여러 사람들이 하나의 부동산을 공동 소유하는 것이라고 앤디 서킨은 말한다. 그들은 해당 부동산의 자기 지분에 대해서만 부분적 담보대출을 받아 구입 자금을 조달하고, 해당 부동산에서 살 권리에 대해 공동 소유주들 사이에 합의한다.

▲ 캘리포니아주 에코 레이크(Echo Lake)에 있는 침실 두 개짜리 이 집은 87만 5000달러의 가격에 공유재산 방식으로 매매되었다.    출처= Rental Girl

TIC로 집을 사기 시작하다

로스앤젤레스의 부동산 중개업체 렌탈걸(Rental Girl)의 창업자이자 부동산 중개인인 엘리자베스 맥도날드는 지난 2년 동안 50개 이상의 부동산을 TIC 방식으로 판매했으며, 그녀의 매물 목록에는 아직 더 많은 TIC 매물을 보유하고 있다.

그녀가 23살 때인 2001년에 그녀의 오빠들과 TIC 거래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녀의 접근법은 보다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임차인들이 집을 살 기회를 갖도록 소유권을 분할하는 것이었다. 물론 TIC 계약서, 해당 보험 및 재무 관리 등을 확실하게 해 놓고 TIC 커뮤니티를 구축해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대출이었다. 당시만 해도 극히 소수의 은행들만이 TIC 물건에 대한 대출을 제공했고 그것도 금리를 조절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날로 치솟는 상황에 좌절한 대부분의 중산층 구매자들은 그런 제한된 금융 옵션을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그녀는 말했다.

"TIC로 집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저축을 계속해도 오르는 집값이 쫓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시 임차인으로 돌아갈 바에는 공동으로 집을 구매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TIC 거래 방식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樂

은행원인 대니 챔마스는 로스앤젤레스 에코 레이크 인근에서 한 가구당 1100 평방피트(31평)에 방 3개짜리의 4개 가구로 개조된 집을 우연히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는 몇 년 동안 집을 보러 다녔는데 그 집이 TIC 매물이라는 사실에 전혀 구애받지 않았다.

"TIC 방식의 매입에 대해 약간 주저했던 것은 일반적인 모기지 대출과는 좀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때뿐이었습니다. 30년 고정 금리 대출을 받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작은 리스크 때문에 이런 좋은 집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이내 그 집을 같이 사려고 하는 사람들도 자신과 같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의기투합했다. TIC 공동체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들은 예전의 이웃보다 이 공동 소유자들을 더 잘 알게 되었다. 우선 그들이 ‘어떤 은행을 거래하고 있는지’ 안다. 또 집 뒤 가로등이 들어오지 않으면 가장 먼저 보는 사람이 ‘이걸 빨리 처리합시다’라는 문자를 보낸다.

누퍼는 글래셀 파크 집에 네 번째로 입주한 공동 소유주다. 그들은 다른 공동 소유주들이 생기면 환영파티를 한다.

물론 처음에는 모임에 참석해 집 보수나 공동으로 처리해야 할 일을 다루었다. 그들은 에어컨을 개선하기로 합의했고 세금과 공과금을 내기 위한 절차도 만들었다. 그리고 이전에 이 건물의 정원을 관리하던 정원사는 내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재정적인 문제보다 더 많은 것을 공유한다.

"나는 작은 텃밭을 가꿔서 이웃들(공동 소유자들)과 바질(basil, 허브의 일종)과 토마토를 나눠 먹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들이었지만, 이제 서로를 잘 알고 있고,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운명이라고 말하곤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