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스토랑들은 배달업체와 제휴하면서 적지 않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출처= Codest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몇 년 전만 해도 집 문 앞까지 음식을 배달해 주는 것은 피자 한 가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도어대시(DoorDash), 우버이츠(Uber Eats), 포스트프로버스(Postprobers), 그럽(GRUB) 같은 배달 플랫폼이 잇따라 생기면서 이제 사람들은 프랜차이즈 빵집 파네라(Panera)에서 아침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멕시코 패스트푸드 치폴레(Chipotle)에서 부리또를,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주문 배달시킬 수 있게 되었다.

배달은 이런 식당들에게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시장조사기관 NPD 그룹(NPD Group)의 식음료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포탈라틴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식당을 찾는 고객 수는 거의 변동이 없었지만 배달은 17%나 증가했다.

배달은 앞으로도 더 성장할 여지가 많다. 포탈라틴은 "아직까지 미국 식당 매출에서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식당 체인이나 우버이츠 같은 배달 회사들과 일하는 모바일 및 온라인 음식 주문 플랫폼 올로(Olo)의 설립자 겸 CEO인 노아 글래스는 “식당들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배달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들은 배달 플랫폼과 제휴해 완전히 새로운 그룹의 고객에 접근하기도 한다. 그러나 도미노(Domino) 같은 회사는 배달이 나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제3자 플랫폼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식당들의 이익을 잠식하고 고객 충성도를 떨어뜨려 궁극적으로 스스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이 배달업체와의 제휴에 대한 패스트푸드 업계의 상반된 두 가지 의견을 보도했다.

너도 나도 배달 붐

배달이 업계에서 급속하게 유행함에 따라 식당들은 너도 나도 배달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피자헛의 그레그 크리드 최고경영자(CEO)는 애널리스트들과의 최근 어닝콜에서 “배달과 테이크 아웃에 더 적합한 장소로 빠르게 전환하기 500개 매장의 문을 닫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도 우버이츠와의 제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맥도날드 같은 대형 체인점들은 각각 다른 배달 앱을 사용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복수의 배달 업체들과 제휴하고 있다.

제3자 배달 서비스를 통해 여러가지 판촉 행사를 하는 회사들도 있다.

버거킹은 식물성 고기 임파서블 와퍼(Impossible Whopper)를 전국에 출시하면서 특정 기간 ‘시식테스트’ 행사를 진행했다. 도어대시를 통해 주문하는 고객에게 7달러에 일반 햄버거와 임파서블 워퍼를 1+1으로 제공했다. 웬디스(Wendy's)도 트위터에 ‘좋아요’ 200만 회 기록을 기념해 도어대시를 통해 주문하는 고객에게 매운 치킨 너겟 증정 서비스를 진행했다.

식당들은 영업을 배당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고 제3자 플랫폼으로 고객들을 안내함으로써 그런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새로운 고객들에게 다가가기를 바라고 있다. 대부분의 식당들은 여러 플랫폼과 제휴하는 동시에 자신의 사이트와 앱을 통해서도 배달을 제공하고 있다.

치폴레는 배달앱과의 파트너십으로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배달과 테이크아웃 전용 조리 라인을 추가로 갖췄다.

치폴레의 브라이언 니콜 CEO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배달은 디지털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면서 "우리 회사 자체 앱을 이용하는 고객과 제3자 배달 앱을 이용하는 고객이 중첩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타벅스와 같은 회사들은 아직까지 배달로 인한 매출이 그들이 희망했던 만큼은 되지 않고 있다. 스타벅스의 케빈 존슨 CEO는 "미국에서 식음료를 배달하는 것은 아직 초창기"라며 "아직 배달이 미국 사업 실적에 의미 있게 기여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배달이 장기적 성장에 중요한 기회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식당 체인들이 배달 앱과의 제휴를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도미노는 배달 앱과 제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 도미노피자는 제3자 배달업체와 제휴하지 않고 직접 배달 시스템을 운영한다.    출처= Mirror

배달업체와의 제휴, 능사 아냐

도미노 피자에게 배달은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다.

물론 도미노는 수년 동안 배달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뿐만 아니라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자율주행차량을 이용한 배달도 테스트하고 있고 드론 배달도 모색하고 있으며 심지어 복잡한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전기 자전거 배달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배달 서비스가 이익을 압박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리처드 앨리슨 CEO는 2분기 실적보고에서 ‘제3자 배달업체들의 공격적인 활동’ 때문에 최근 회사의 이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실토했다.

그는 도미노가 그런 서비스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며 ‘그로 인한 이익 잠식이 가까운 시일 내에 완화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식당들의 배달 붐에도 불구하고 도미노는 배달 플랫폼과 제휴할 계획이 없다.

앨리슨 CEO는 제3자 플랫폼과의 제휴가 추가 매출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결국 회사이익만 해칠 뿐이라고 말한다.

타사 플랫폼이 신규 판매를 촉진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고객을 리디렉션하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잘못될 가능성

추가 매출이 발생한다는 것은 식당들에게 좋은 일이긴 하지만, 예를 들어 맥도날드 앱을 통해 직접 주문하던 고객이 우버이츠 같은 제휴 앱을 통해 주문한다면 맥도날드는 우버이츠에게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당연히 이익에서 그만큼 빠져나간다.

제3자 앱이 번창할수록 고객들을 경쟁자들에게 빼앗길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고객이 식당 앱을 사용하면 그 식당에서만 주문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객이 배달 플랫폼을 사용할 경우 그들은 거리, 배달 시간, 비용, 여러 식당의 모든 메뉴를 다 보고 그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문할 수 있다.

올로의 글래스 CEO는 "식당들에게는 자신의 충성 고객들이 배달 플랫폼이 아니라 자기 식당의 앱을 통해 직접 주문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이유가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게다가 주문이나 배달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고객들은 배달 플랫폼보다는 식당을 탓하기 쉽다. 따라서 배달을 아웃소싱한다는 것은 식당들에게는 그들의 브랜드 관리 전체를 아웃소싱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리서치회사 모닝스타(Morningsta)의 R.J. 호토비 애널리스트는 식당들이 배달 서비스와 함께 일하는 것을 기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식당들이 배달 플랫폼을 이용해야 한다는 소비자의 요구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그러나 누가 그 데이터를 통제하는지에 대해서는 현명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식당들이 바쁘지 않은시간(off-peak hours)에는 외부 배달 서비스에 의존하고 그 외에는 자체 배달을 운영하는 ‘혼합적’ 접근법을 고안해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