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일 경제전쟁이 본격적인 2라운드에 돌입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상태에서 한국도 18일 오전 0시를 기해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전격 배제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골자로 하는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을 관보에 게재했다.

산업계는 '정중동'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후 걱정했던 괴멸적 상황은 도래하지 않았으나, 두 나라의 기 싸움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 국내 경제계의 타격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WTO 제소 이은 '연속공격'
한국이 일본을 WTO에 제소한 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며 한일 경제전쟁이 출렁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략물자 민감품목 597개와 포괄허가가 가능했던 비 민감품목 1138개 등 총 1천735가지 품목의 일본 수출 절차가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일본 수출 심사 기한도 기존 5일에서 최장 15일로 늘어나며 서류도 2종 더 필요해진다.

일본은 자국이 처음 발동한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의 맞대응이라는 반응이 나오지만, 한국 정부는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자 나온 대응 조치"라고 보도했으나 한국 정부는 국제 공조가 어려운 국가에 대해 수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이번 조치가 WTO 제소 후 시작될 본격적인 여론전에서 역공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기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며 두 나라의 극적인 합의점 타결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졌다. 결국 '혈전'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사태는 장기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당장의 격변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산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으나 아직 가시적인 타격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면서 "한국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으나 영향을 받는 기업은 100개 미만일 것"이라고 말했다. 두 나라가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은 지금과 같은 물 밑 신경전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지루한 싸움, 방심은 금물
한일 경제전쟁을 두고 업계에서는 '기이한 싸움'이라는 말이 나온다. 두 나라가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걸고 싸울태세를 보이고 있으나 실질적인 액션에는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한일 두 나라의 경제는 물론 동북아시아 전체 패권과 관련된 논란, 나아가 미중 무역전쟁과의 상호관련성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분간 치열한 여론전만 불을 뿜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이 일본을 WTO에 제소한 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바다 방류 방침을 비판하는 등 입체적인 공격에 나선 가운데, 일본이 WTO에 한국을 역제소하는 등 두 나라의 신경전이 뜨겁겠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실제 무역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흐르고 글로벌 정세가 급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 "방심은 금물"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