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경기도 파주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 첫 발병으로 확인되면서 관련 업계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18일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국내 육가공 업체(원재료 가격 상승), 사료업체(사육 두수 감소로 인한 수요 위축)에 있어서는 부정적 요인으로, 돈육 축산 업체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국과 국내 농가 설비 차이와 살처분 두수의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수혜주들이 장기적인 상승세를 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 수혜주들 '급등'…과열 분위기는 주의해야

지난 17일 파주 농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 이후 돼지고기 공급 감소로 가격 상승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축산업계로 몰리면서 선진, 팜스코, 이지바이오, 우리손에프앤지 등 관련주가가 일제히 올랐다. 특히 대체재가 될만한 하림, 마니커, 정다운 등 닭이나 오리고기 관련주들은 상한가를 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18일 오후 1시 50분 현재 하림은 전일 대비 17.87% 오른 4320원에, 마니커는 전일 대비 23.64% 오른 136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오리고기 업체 정다운도 전일대비 12.76% 오른 3830원을 기록 중이다.

반면, 어제 상승세를 보였던 선진, 팜스코, 이지바이오 등은 하락세다. 18일 오후 1시 50분 현재 선진은 전일대비 0.46% 떨어진 1만 900원에, 팜스코는 전일대비 5.77% 빠진 5390원에 거래중이다. 이지바이오의 경우 전일대비 1.7% 하락한 6370원에 거래 중이다.

김혜미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의 영향은 파주 농가 돼지 4000여두 살처분 조치로 그쳤으나, 향후 타 지역으로의 확산이 관건"이라면서 "전국적으로 추가 발병이 가속화할 경우, 1차 축산업이 대체로 Cyclical(순환형, 경기변동에 민감) 성격의 산업임을 감안할 때 수급 정상화 과정(모돈의 자돈 번식 기간, 사육 기간 등)이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대체로 파주 양돈농가의 살처분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연천의 돼지농가에서도 확진판정이 나면서 투자자들도 상황변화에 따른 주가 변동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장-단기 시나리오별 접근 전략은?

키움증권은 18일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시 장-단기 시나리오별 전략을 다르게 갖고 접근해야한다"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단기 종료, 중기 확산, 장기 영향에 따른 투자전략을 제안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CFA는 "확산 시나리오별로 관련 주가 상승이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차익을 염두에 두는 경우 매수시점과 매도시점 선정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17일 돼지고기 시간별 경매시황. 출처=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

박상준 키움증권 CFA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단기 영향만을 주고 진정되는 경우 국내 전체 돈육 공급에 영향을 줄만한 대규모 살처분은 발생하지 않고, 돈가 상승 우려 심리의 확산으로 인한 돈가의 단기 반등만 나타날 것"이라면서 "국내 돈육 시장은 구조적인 공급과잉 문제를 겪고 있어 단기적인 돈가 상승은 예상되지만 일시적이며, 다시 돈가 하락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돈업체의 이익 개선도 단기 반등에 그쳐 배합사료 제조 업체와 양계업체의 실적에도 큰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CFA는 이어 "단기 상황 종료 시 양돈업체에게만 실질적인 호재가 될 것"이라면서 "직접적인 살처분 피해가 없다면 순수 양돈 업체인 우리손에프앤지의 실적 개선 모멘텀이 가장 강하다"고 판단했다. 18일 오후 1시 50분 현재 우리손에프앤지는 전일대비 2.99% 상승한 2925원에 거래되고 있다.

▲ 돈육가격-우리손에프앤지 주가 추이, 육계가격-하림 주가 추이. 출처=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 한국육계협회, Fn Guide, 키움증권 리서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기적으로 확산돼 돈육 과잉 공급 과잉이 해소되는 경우엔 상황은 약간 달라진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확산으로 공급이 유의미하게 줄어들 경우 국내 돈가는 상승국면에 들면서 양돈업체 실적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CFA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이 중기적으로 진행되면 국내 돈가는 상승 국면에 진입하겠지만 배합사료 업체는 돼지 사육두수 감소로 매출과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직접적인 살처분 피해가 없다면 양돈업체의 실적 개선과 동시에 배합사료 업체의 실적 부진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적 개선 모멘텀이 가장 강한 업체로는 마찬가지로 우리손에프앤지를 제시했다.

장기적으로 확산될 경우의 시나리오도 있다. 돈육 공급 과잉 해소를 넘어 급격한 공급 감소가 이뤄지는 경우엔 돈육 가격은 급등하고 국내 육류 소비가 닭, 오리고기와 같은 대체제 소비가 크게 늘 것이란 분석이다. 박 CFA는 "장기 확산으로 국내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 양돈업체의 실적은 개선되고 사료업체의 매출과 이익이 급감하는 동시에 원재료 값 상승에 따른 육가공 업체의 실적 부진도 함께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 CFA는 다만, "비교적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경우, 문제가 되고 있는 '잔반' 문제나 밀집 지역에서의 발병 등 빠르게 확산될 만한 요인이 중국 등 타 국가에 비해 낮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경기도 연천 농가도 잔반 문제나 발병 국가로의 여행 여부 등 기존에 원인으로 지적된 요인들과 관련이 없어 감염경로가 규명되기 전까진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