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글로벌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DM) 회사 ‘코스맥스’가 할랄(Halal) 코스메틱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향후 중국을 대체할 가장 큰 시장으로 무슬림 시장이 꼽히는 가운데 코스맥스는 오는 10월 예정된 인도네시아의 신할랄인증법 시행을 앞두고 국내 화장품 ODM 업계 최초로 할랄 뷰티 시장을 장악한다는 방침이다.  

할랄은 ‘허용되는 것’을 뜻하는 아랍어로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슬람교도가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한 제품을 말한다. 때문에 이슬람 문화권에서 식품이나 화장품사업을 하려면 할랄 인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계 3대 할랄 인증으로는 말레이시아 ‘자킴(JAKIM)’, 인도네시아 ‘무이(MUI)’, 싱가포르 ‘무이스(MUIS)’ 등이 있다.

전 세계 이슬람교도는 약 21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25%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2억 6953만명으로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으로, GDP는 약 1조 155억달러(아세안 GDP의 40%) 규모로 동남아에서 가장 큰 경제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 히잡을 두른 현지 인도네시아 직원이 립스틱을 감별중이다. 출처= 코스맥스

구매력 상승은 인도네시아 화장품 시장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뷰티 케어 시장은 2013년 3조 4240억원을 돌파한 이후 2016년에는 5조 1360억원으로 확대되고 매년 평균 13%의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 차원에서도 이슬람 국가의 할랄 허브를 목표로 하고 있어 관련 정책을 시행 중이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가 경제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자국 화장품 회사 비용 일부의 절감을 지원한 바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할랄 인증 및 할랄보장시스템(HAS)을 획득한 기업은 한국콜마, 코스맥스, 코스비전 등 손에 꼽힌다. 국내 화장품 제조사들은 콜라겐 등의 동물성 소재를 화장품에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전용 생산시설 구축이 필요한 할랄 화장품 활성화가 더딘 편이다. 코스맥스는 인도네시아 화장품 시장에서 기초 화장품 판매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에 집중했다.

현지 기후와 특색에 맞게 개발한 기초 화장품 위주로 콘퍼런스도 열면서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전용 기초화장품 개발을 위해 6개월 동안 현지 법인인 코스맥스인도네이사를 통해 인도네시아 화장품 시장 조사를 통해 현지 고객사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실제로 가장 최근 코스맥스가 인도네시아 전용제품으로 개발한 립크림은 현재까지 누적 1000만개 넘게 판매됐다. 덥고 습한 날씨에도 오래 유지되는 장점을 지닌 쿠션 파운데이션도 현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지난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찌비즈 나인 비즈니스 파크(Cibis 9 Business Park)에서 열린 '제1회 코스맥스 화장품 제형 콘퍼런스' 현장 모습. 출처=코스맥스

이러한 인기는 K-뷰티의 위상이 높아진 점이 한몫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2018년 인도네시아의 한국 화장품 수입 규모는 약 2908만달러로 전년 동기(약 1049만달러)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이어 2019년에도 한국 기업의 인도네시아로의 화장품 수출은 증가하고 있고, 올해 2월 인도네시아의 한국산 화장품 수입 규모는 약 479만 달러로 전년대비 31.05% 증가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시행 예정인 ‘신할랄인증법(신할랄 제품 보장법)’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할랄인증법은 올해 10월 1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 자체에서 자국의 할랄 산업을 육성해 세계적인 할랄 경제 국가로 거듭나고자 관련 정부령을 발표했다. 법령 내용은 인도네시아로 유통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여부를 확실히 구분돼야 하고, 관리 대상 품목인 식음료, 의약품, 화장품, 화학제품, 생물학적 제품, 유전자 공학 제품 등 사람이 착용할 수 있는 제품에 할랄인증 여부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코스맥스는 이에 대비해 2016년에 세계 3대 할랄인증기관 ‘무이’로부터 할랄 인증을 획득해 놓은 상태다. 인도네시아 화장품 시장이 성공하면 주변 국가의 할랄 시장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는 곧 코스맥스가 중동 등 할랄 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인 셈이다. 무슬림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미용, 건강, 웰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할랄 시장은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특히 화장품 시장의 발달이 전망된다.

▲ 지난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찌비즈 나인 비즈니스 파크(Cibis 9 Business Park)에서 열린 '제1회 코스맥스 화장품 제형 콘퍼런스' 현장 모습. 출처=코스맥스

코스맥스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화장품산업 육성정책으로 인도네시아 화장품시장에서 신생 화장품 브랜드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화장품 제조회사로서는 시장규모가 커지는 데 따른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8월 인도네시아 콘퍼런스에서 선보인 화장품이 현지 고객사들에 관심을 끌면서 실제 제품화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해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제품 콘퍼런스를 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장서 할랄산업연구원 사무총장은 “10월부터 할랄 제품 보장법 시행을 앞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주요 무슬림국가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의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할랄 코스메틱이 각광받고 있다”면서 “할랄 코스메틱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4번째 빅마켓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의 인증 시스템 구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