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제의 미래처럼 보였던 긱 이코노미는 미국 경제 호황과 최저 실업률과 맞물려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출처= HR Daily Adviso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긱 이코노미'(Gig Economy)는 미국 경제의 미래처럼 보였다.

승객을 태워주고, 식료품을 배달하고, 개를 산책시키거나 낯선 사람을 위한 심부름을 함으로써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디지털 플랫폼의 급속한 부상은, 언젠가는 우리들 중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휴대전화에 의존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을 불러오기도 했다. 실제로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지난 2015년 잡지의 주 타이틀로 "순간의 통보를 받는 프리랜서 근로자들이 기업의 성격과 직업 구조를 바꿀 것"이라고 특필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캘리포니아주가 ‘긱 근로자’들을 전통적 노동자로 간주해야 한다는 새로운 법령 채택을 앞두고 있는 것은 이러한 접근법의 한계를 보여주는 최근의 신호일 뿐이다. 긱 이코노미가 노동시장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점점 불확실해 보이고, 오히려 소수의 산업에서나 적용 가능한 틈새 계약(niche arrangement)에 가까우며, 보다 안정적인 형태의 직업으로 주 가계 수익을 얻는 사람들의 부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경제 상황의 개선은 전통적인 일자리를 더 풍부하게 만들었고, 따라서 복리후생과 예측 가능한 보수를 받으며 일하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전통적인 직업을 찾는데 그리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고용주 입장에서도, 앱 기반의 긱 노동이 교통 부문과 일부 다른 산업에서 변혁을 가져왔지만, 협업이나 전문 교육을 필요로 하는 많은 직업에서는 특별히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계약직 노동에 대해 연구하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University of Pennsylvania’s Wharton School)의 매튜 비드웰 경제학자는 "플랫폼 경제는 정말 활기찬 틈새 시장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나머지 고용의 대부분을 바꾸지 않은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우버나 리프트 같은 서비스를 위해 운전을 한다고 신고한 사람은 전체 성인 노동자의 3%에 불과했는데, 이는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팔아 돈을 번다고 신고한 사람보다도 적으며, 약간의 사례비를 받고 개를 산책시키거나 집을 봐주는 일을 한다는 사람들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그 수치 조차도 이 일이 실제로 미국인들의 경제 생활에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가의 측면에서는 부풀려진 수치다.

미연방국세청(IRS)의 브렛 콜린스 등 4명의 연구원들이 올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독립 계약자 소득 비율(양식 1099)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간 1% 포인트 증가했을 뿐이다. 물론 1% 상승의 주원인은 온라인 플랫폼의 상승 때문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1% 성장도 "전통적인 직업에서 1차적 소득을 가지고 있고, 플랫폼을 통해 부수적으로 수입을 올리는 개인들이 대부분”임을 발견했다. 게다가 2016년에 긱 노동으로 연간 2500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사람은 긱 노동 신고자 중 절반도 안 된다.

정부 노동통계국장을 지낸 메릴랜드대학교(University of Maryland)의 캐서린 아브라함 경제학 교수는 "대부분의 긱 노동자들은 현재 일자리의 수익을 보완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긱 노동이 사람들이 일자리를 갖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혁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우버와 리프트 운전자들이 수수료 인상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Green Left

플랫폼 기반의 프리랜서 일은 본질적으로 사람의 노동력을 자유롭게 거래되는 상품으로 바꾼다는 개념이다. 우버의 경우, 회사 앱을 통해 호출하는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자는 소속 직원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우버의 지난 상장 문서에 따르면, 그들은 오히려 회사의 고객이다. 차량을 호출하거나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처럼 '최종 사용자'라는 것이다.

우버는 차량 운전자들을, 차량을 제공하는 사람들과 어디론가 이동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장을 만드는 역할자로 보고 있다. 즉, 회사는 증권 거래소나 경매 웹사이트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뉴욕 증권거래소가 GM 주식의 가격을 정하지 않고, 이베이도 경매에 올라온 물건의 가격을 정하지 않는 것처럼 우버도 운임을 정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이런 회사측의 논리가, 자신들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독립 계약자가 아니라 직원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우버 운전자 노조와 캘리포니아 의원들의 견해와 극명하게 차이를 보이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회사 내부 데이터에 따른 연구에 의하면, 우버가 운전자의 수수료를 인상하자 초기에는 수입이 증가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승차요금 상승으로 탑승자들의 수요가 줄어든 반면, 수수료 인상으로 운전자들이 늘어나 운전자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시간당 수입은 거의 변화가 없게 되었다.

또 실업률 3.7%의 세계에서, 최근에는 앱 기반으로 일자리를 찾는 방식이 점점 더 전통적인 작업 환경으로 스며들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해 매장 직원이 교대조를 바꾸거나 추가 근무를 자원하는 데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러한 움직임은 월마트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것이 우버 등과 같은 전통적인 긱 노동 일자리보다 경쟁력 있는 일자리로 만든다. 그러나 월마트의 이 조치는 정기적으로 급여를 받는 고용 계약의 맥락에서 취해지는 것이며, 당연히 이들에게는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험뿐만 아니라 훈련과 승진 기회도 제공된다.

월마트는 최근 몇년간 직원들의 서비스와 상품 판매 행위를 개선하기 위한 훈련에 많은 투자를 해왔으며, 이를 장기 경쟁력의 열쇠로 보고 있다. 하루 일하고 내일은 일할 지 확신할 수 없는 전형적인 긱 이코노미 노동자들의 불안한 관계가 아니라 직원들의 계속 근무를 추구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지난 수 십년 동안, 무노조, 경기에 따라 정기적인 해고가 가능한 유연한 시스템, 아웃소싱, 독립 계약제도 등을 통해 경제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전략을 구사해 왔다.

긱 이코노미의 출현으로 그러한 변화가 절정기를 이룰 것으로 예상됐다. 그것은 잔인할 정도로 효율적인 자본주의의 한 형태다. 그것은 여분의 소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입과 경제 상황의 변화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받기를 원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신뢰할 수 있고 협동적인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고용주들에게는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

긱 이코노미도 성숙함에 따라, 모든 트렌드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