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사우디의 석유 생산시설이 공격을 받아 큰 피해를 입으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16일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장 초반 배럴당 11.73달러 오른 71.95달러로 약 20%가량 치솟았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도 브렌트유는 배럴당 12.35% 상승한 67.66달러에 거래 중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장 초반 배럴당 63.34달러로 전장보다 15% 이상 급등하며 거래를 시작했다.

유가 폭증세의 원인은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원유시설 2곳이 예멘 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된데 따른 것이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원유 생산과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제 원유 시장이 수급 불안으로 크게 출렁이고 있는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옵션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며 업계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피해를 입은 곳은 동부 아브카이크 원유 처리시설과 쿠라이스 유전이다. 아브카이크 시설은 세계 최대 규모로 하루 최대 70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한다. 쿠라이스 유전은 사우디에서 두 번째로 크며 하루 15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핵심 석유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하루 980만배럴인 사우디 산유량의 절반이 넘는 하루 약 500만배럴의 석유 생산이 중단됐다. 

이에 사우디 당국은 비축유로 공급 부족분을 메우겠다고 발표했다. 뒤이어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세계 에너지 공급 안정을 위해 전략 비축유(SPR)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 안정 조치에도 불구,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면서 국제 유가는 급등하고 있다. 

원유 수입의 3분의 1을 사우디에 의존하는 한국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원유 수입량 11억 1398만 8000배럴 가운데 사우디로부터 수입한 원유량만 3억 2317만 4000배럴로 전체 수입량의 29%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의 최대 원유 수입국이다.

가장 긴장하고 있는 곳은 정유업계다. 국내 모든 정유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특히 국내 정유 4개사 중 에쓰오일은 아람코가 대주주로 원유의 대부분을 사우디에서 들여오고 있다. 에쓰오일 등 국내 대형 정유사는 당분간 공급부족에 따른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아직까지는 원유 수급 등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원유와 함께 석유화학 원료의 공급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여 석유화학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가가 오를 경우 주력 수출 품목인 석유화학 제품은 원가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유류비 지출이 큰 항공업계와 해운업계 등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항공사 영업비용 중 유류비가 20~30%에 달하는 만큼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조선업의 경우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해양플랜트 수주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본 여행 보이콧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유가 상승 가능성까지 커지니 당황스럽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