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라인업이 대부분 등장했습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부터 갤럭시노트10, 여기에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드를 공개했으며 LG전자는 LG V50 씽큐와 듀얼 스크린 하반기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화웨이의 메이트 시리즈는 여전하고, 애플의 신형 아이폰도 10일(현지시간) 공개됐습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산맥 삼성전자와 애플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물론 점유율을 고려해 화웨이를 주시하는 시각도 있으나,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라는 구도로 보면 역시 삼성전자와 애플의 대립구도가 더 선명합니다.

삼성전자와 애플. 올해 두 기업의 행보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혁신에 대한 평가는 삼성전자가 더 후하게 받을 전망입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갤럭시S10부터 5G 로드맵을 가동했으며, 이는 갤럭시노트10까지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드를 출시하며 스마트폰 하드웨어 폼팩터 혁신의 정점을 찍는데 성공합니다. 특히 갤럭시 폴드의 경우 무수한 실패와 고난 끝에 탄생한 불굴의 역작으로 평가됩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영웅신화 스토리 아닌가요?

애플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혁신과 실험의 ‘대가’로 통하던 스티브 잡스의 마법을 지금의 애플에서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퀄컴과의 특허분쟁으로 5G 정국의 기선을 잡지 못했으며, 폴더블 스마트폰은커녕 현상유지에도 어려워 보입니다. 아이폰11 시리즈를 3개의 라인업으로 구축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이들은 모두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두 기업의 올해 분위기는 삼성전자의 혁신, 애플의 제자리 걸음으로 갈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적으로 보면 여전히 애플의 전략이 옳았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말 그대로 혁신의 관점에서만 보면 삼성전자과 분명히 애플에 비교우위를 가집니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애플의 시대가 끝났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사실일까요. 이렇게 혁신의 애플은 사라지고 그저 그런 애플의 시대가 시작되며 과거의 영광은 사라질까요. ‘지금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 줄 모른다’라는 답을 할 차례입니다.

애플이 올해 혁신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애플은 경쟁자들이 판을 벌이고 잔치를 시작할 즈음 후속으로 난입해 판을 바꾸고 자기의 축제로 만드는 것에 엄청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 스마트폰 초창기 시절 노키아 등 최초 플레이어들이 자체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시장과의 교감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던 시절, 가상 키보드와 터치 기술을 통해 이들을 단숨에 ‘쓰레기’로 만들어 버린 스티브 잡스의 등장이 단적인 사례입니다.

5G와 폴더블 등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다면, 그리고 이들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새로운 시장의 과실을 가져가려고 노력할 즈음이 중요합니다. 그 때 애플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팀 쿡 체제에서 혁신도 없이 버티던 애플이, 조나던 아이브도 없는 애플이 나타나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진짜 5G 스마트폰” “이것이 진짜 폴더블 스마트폰” 그 때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애플의 ‘진짜 시리즈’가 신통치 않다고 해도, 애플의 스토리 텔링 기술이 공포스러운 것은 저 밖에 없나요.

지금 국내외 언론들은 애플의 아이폰11이 실망스럽고 혁신이 없다는 비판을 하고 있으나, 사실 혁신이라는 것은 강렬하고 인상적인만큼 유통기한이 짧고 드물게 나오는 겁니다. ‘매일매일 혁신’이라는 사람은 사기꾼이거든요. 도리어 혁신을 끌어냈다면 이후에는 조직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유통망 관리자 팀 쿡을 후계자로 삼고,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회계사 출신의 안정적인 살림꾼 장융 CEO를 낙점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숨을 고르며 애플은 시장을 보고 있습니다. 자기들의 혁신 본능이 언제 발휘되면 좋을까. 빠르게 판을 키워 경쟁자들이 조성한 시장을 언제 잡아먹을까. “이것이 진짜 5G 스마트폰” “이것이 진짜 폴더블 스마트폰”

애플이 무결점의 위대한 기업은 아닙니다. 분명 실수하고 실패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나 판을 흔들어왔고, 언제나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게임의 법칙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꿔왔습니다. 우리는 피눈물을 흘리며 이를 악물고 양복 차림으로 세상과 싸우는 전사들이, 청바지에 헐렁한 면티를 입은 히피들에게 일격을 당해 너무나 사라지는 것을 지금까지 많이 봤습니다. 시장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애플을 관찰하고 애플을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 아이폰11이 공개되고 있다. 출처=갈무리

애플은 사실 용이주도한 회사입니다. 신형 스마트폰 출시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애플은 올해 아이폰11과 아이폰11 프로, 아이폰11 프로 맥스를 공개했습니다.

애플은 여기서 아이폰11과 아이폰11 프로를 하나로 묶어 라인업 중심으로 삼습니다.

이 전략은 상당한 마케팅 함의를 가집니다. 애플은 지난해 정식 아이폰 라인업인 아이폰XS와 XR을 공개했으며, 이는 보통 아이폰과 저렴한 아이폰의 구도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아이폰11, 아이폰11 프로가 보통 아이폰이 되고 아이폰11 프로 맥스는 초 프리미엄 아이폰이 됩니다. ‘보통 아이폰과 저렴한 아이폰’에서 ‘보통 아이폰과 고급 아이폰’ 구도로 바뀝니다. 이러한 디테일한 접근. 중요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애플이 최근 애플 아케이드 및 애플TV 플러스 등 콘텐츠 중심의 구독 비즈니스 전략에 나서는 장면도 중요합니다. 애플은 매력적인 스토리 텔링을 넣은 자체 iOS 생태계를 깐깐한 외주제작업체의 하드웨어 플랫폼에 넣어 살아왔습니다. 애플은 iOS 생태계 수질관리에 있어 장인정신을 발휘하고 있고, 무수히 많은 팬덤들은 애플의 생태계에 살고 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콘텐츠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 애플입니다. 이것 자체도 무서운 일입니다. ‘가장 열광적인 팬덤층을 가진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플랫폼 업체가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역시, 우리는 애플을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