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니쉬에서 고객들은 3개월에서 12개월 동안 가구를 구독할 수 있다(소파는 월 50달러, 화장대는 월 40달러 정도 한다). 물론 회사가 배달과 회수를 도맡아 해주며, 고객이 이용하지 않는 사이에 보수 및 세척을 해 놓는다.     출처= Apartment Lis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스타트업들 덕분에 이제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것이 럭셔리한 삶이 되었다.

미국의 많은 도시 젊은이들은, 그들의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때부터 대대로 이어져 온 꿈이었던 ‘재정적 궁핍에서 벗어나는 삶’을 포기하고 소유하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빌려 쓴다고 해서 궁핍하게 산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화려한 삶을 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오늘날 우리는 렌탈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최근 크게 번창하고 있는 렌탈 비즈니스에 대해 상세 보도했다.

'쇼핑 중독 세대’(shopaholic)에서 ‘쇼핑 안 하는 세대’(Never shopping)로

오늘 날의 세대는 한때 인기를 끌었던 책 '쇼핑 중독자의 고백'에서 묘사된 쇼핑을 통해 일종의 치유를 일삼던 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이 책은 2009년에 같은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는데, 비싼 옷, 가방, 구두에 대한 집착으로 쇼핑에 푹 빠진 이 영화 주인공의 불건전한 취미는 결국 주인공을 산더미 같은 빚더미로 몰아넣었다).

렌트더런웨이의 제니퍼 하이만 CEO는 "이전 세대들은 그들이 구매한 것으로 부를 과시하곤 했고, 그렇게 부를 과시하는 것이 대중 문화의 상징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빨라지긴 했지만, 지성에 입각해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대한 현명한 가치관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또 공유경제의 등장도 오늘날 젊은 세대의 소비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렌트더런웨이의 2009년 고급 정장 대여 서비스로 시작했는데, 지난 3월 자금조달 라운드에서 투자자들로부터 10억 달러 가치로 평가 받았다. 이후 회사는 일상 의복과 아동복으로 까지 구독 서비스를 확대했고 올 여름에는 웨스트 엘름을 통해 베개와 소파 커버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 업계에는 르토테(Le Tote) 같은 오랜 경쟁자가 있고, 요즘에는 쇼핑몰들도 자체 월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며 인스타그램 등에 광고를 내고 있다. 현재 소비자들이 의류를 구독할 수 있는 곳은 빈스, 레베카 테일러(Rebecca Taylor), 아메리칸 이글(American Eagle), 익스프레스(Express), 앤테일러(Ann Taylor) 등이 경쟁하고 있고, 조만간 어번 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도 의류 구독 서비스에 진출한다.

의류 구독 비즈니스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작동한다. 사용자들은 월 구독료를 내고 한 번에 여러 벌의 옷을 빌린다. 기간은 대개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지정한다. 빌린 옷의 배송비는 대개 구독료에 포함되어 있다. 일정 기간 입고 난 후 반납하기도 쉽다. 물론 반납하면서 새 옷을 선택할 수 있다. 빌린 옷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할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도 있다.

이런 렌탈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캐슬(CaaStle)이라는 스타트업이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여러 구독 서비스 회사의 옷들을 중앙 집중화해 보관하며 세탁, 고객 서비스, 배송을 등 렌탈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처리한다. 구독 서비스 회사들은 캐슬에게 가입자당 수수료를 지불한다.

캐슬의 창업자인 크리스틴 헌시커는 구독자들은 대개 28세에서 45세 사이의 직장인이며 평균 연간 소득이 5만 달러에서 15만 달러 사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자랄 때는 소유권이 어른이 된다는 표시였지요. 그런데 이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 이런 렌탈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캐슬(CaaStle)이라는 스타트업이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여러 구독 서비스 회사의 옷들을 중앙 집중화해 보관하며 세탁, 고객 서비스, 배송을 등 렌탈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처리한다.     출처= Caastle

구독 서비스가 인기를 얻는 까닭은?

구독 서비스 비즈니스가 르네상스를 맞는 까닭은 재정적인 원인과 개념적인 원인이 혼합되어 있다.

렌트더런웨이의 하이만 CEO는 이렇게 설명했다.

“예전에는 중고 옷을 입는 것을 사람들이 꺼림칙하게 생각했었지요. 우리는 그 꺼림칙함을 희망적이고 현명한 습관이라는 개념으로 바꿔야만 했습니다."

그 결과 렌트더런웨이는 이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하이만 CEO는 위워크 공동 사무실 등 가입자의 직장에 회수함을 마련한 이후 구독 서비스에 대한 입소문 효과를 크게 봤다고 말했다. 각 회수함에는 스캐너가 설치되어 있어 가입자들은 빌린 옷을 반납하면서 새 옷 렌탈을 주문할 수 있다. 맨해튼에 있는 골드만삭스에 회수함을 설치하자, 월간 여행 잡지 콘데 나스트(Condé Nast) 같은 유행을 이끄는 회사들로부터도 즉각 자기 회사에 회수함을 설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친환경적이라는 특성도 이 비즈니스의 성업에 한 몫 했다. 아웃도어 장비 소매업체인 REI가 현 고객과 잠재 고객들을 대상으로 렌탈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을 때, 렌탈 서비스를 지지하는 소비자들의 가장 큰 동기부여는 “구매를 하지 않고도 새로운 계절적인 활동을 정기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친환경 때문이라는 응답도 동기부여 순위 6위에 올랐다. REI의 에릭 아츠 CEO는 올해부터 각 매장에서 렌탈 사업을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5년에서 10년 안에 중고 물품의 렌탈이 고객 구매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 같은 ‘순환형 경제’(circular economy)에 적합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로스엔젤레스의 조이모드(Joymode)라는 스타트업도 영화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Willy Wonka & The Chocolate Factory)에 나올 법한 물건들을 회원들에게 월 22 달러에서 29 달러로 3개월까지 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회원들은 이 회사에서 비타믹스 믹서기, 국수 제조기, 영화 프로젝터, 개 장애물 코스용 물건 등을 빌릴 수 있다.

2015년에 이 회사를 설립한 조 페르난데즈는 "앞으로 매주 사용하는 제품이 아닌 것들은 거의 전부 조이모드에서 빌릴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충만한 삶을 현실 세계에서도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그런 물건들을 몽땅 사지 않고도 멋진 경험을 하고 싶어하지요.”

그러나 이 회사의 가장 인기 있는 렌탈 품목은 영화에 나오는 기기들보다 다이슨 진공청소기와 첨단 디자인으로 유명한 아를로 스카이(Arlo Skye)의 여행용 트렁크 가방이다. 이런 물건들은 아직 정착하지 못한 직장 초년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러나 2018년부터 백스테이지 캐피털(Backstage Capital) 이라는 벤처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23살의 아미야 셰퍼드는 옷 구독부터 시작해 지금은 가구까지 렌탈해 쓰고 있지만 언젠가는 집을 소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 나는 흑인 여성이고, 우리 같이 사회적으로 하찮게 여겨지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소유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요. 하지만 현재 LA의 집값은 너무나 비쌉니다.”

그녀는 자신의 세대가 ‘금융 위기로 인해 집과 물건을 잃어버린’ 시대에 성장했고, 그것이 그녀의 생각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평판보다는, 내가 그 물건들을 소유할 만큼 오래 동안 소득을 지속할 수 있느냐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집을 갖게 될 때 은행 대출을 갚으려면 내가 집을 가질 수 있는 소득의 흐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옷이나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지는 모르겠군요."